2017~2024년 재임, 박경수 전 교토국제고 교장 인터뷰
박경수(65) 전 일본 교토국제고 교장은 23일 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여름 고시엔’) 우승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2017년 취임한 그는 감소세였던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야구부 살리기’에 주력했다. 일본에서 인기인 고교야구로 유명해지면 학생 모집에 도움이 될 거란 판단이었다.
“20년도 더 된 버스에 샤워기가 반파된 목욕탕, 지린내가 진동하는 화장실… 교토국제 야구부의 한계는 선수가 아니라 환경에 있었어요.” 그는 부임 직후 20년 이상 된 야구부 버스를 새 걸로 바꿨고, 선수 숙소 화장실·목욕탕부터 벽지 하나까지 신식으로 갈았다. 배트·글러브 등 훈련 장비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매일 아침밥 대신 빵을 먹던 선수단을 위해 빠듯한 예산을 쪼개 별도 요리사까지 고용해줬다.
이러한 소식이 입소문을 타 다른 지역에서도 교토국제고 야구부 활동을 위해 입학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번 여름 고시엔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2학년 좌완 니시무라 잇키(17)도 교토가 아닌 시가현 출신이다.
그렇게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박 전 교장 부임 이후 2021년 사상 첫 여름 고시엔에 진출했고 ‘4강 기적’까지 썼다. 이듬해 1회전에서 탈락했고 올해 다시 본선 티켓을 따냈다. 그 대회 결승에서 23일 도쿄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대1로 꺾고, 일본 최강 고교야구팀이란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올 대회 준준결승(지난 19일)에선 3년 전 결승 문턱에서 만나 졌던 나라현 지벤가쿠엔고를 상대로 4대0 완승도 했다.
박 전 교장은 23일 본지 통화에서 “내가 뿌린 씨앗이 발아하는 것 같아 무척 감개무량하다”며 “불과 올봄까지 내가 지켜봤던 아이들(야구단)이 5개월 만에 고시엔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이뤄낸 걸 보며, 그 사이에 얼마나 상대를 연구하고 훈련에 매진했을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이번 대회에선 긴장 없이 경기를 온전히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돋보여서, 결과와 무관하게 큰 감동을 받았다”며 “선수 하나하나가 일본 전국에서 훗날 이름을 날릴 잠재력이 있으니, 앞으로도 더 자부심을 갖고 정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99년 창단된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지역 학교와의 첫 경기에서 0대34 대패했다. 당시 투수 전력은 한 명이었고 안타를 친 타자가 1루가 아닌 3루로 뛸 정도로 ‘오합지졸’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런 교토국제고 야구부를 ‘전국 최강 팀’으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은 고마키 노리츠구(41) 감독이라고 박 전 교장은 말했다. 고마키 감독은 교토국제고 인근 교토세이쇼고 출신. 교토세이쇼고는 1999년 교토국제 야구부를 34대0으로 이겼던 ‘장본인’이다. 고마키도 당시 선수로 뛰었다.
고교 졸업 후 은행원으로 일하던 고마키는 지인 권유로 교토국제고 코치를 맡았고, 당시 감독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2008년 감독직에 앉았다. 박 전 교장은 고마키 특유의 ‘따뜻한 카리스마’가 선수들의 신망을 받는다고 했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보니, 고마키 감독이 우승의 공을 학생들의 협력과 지혜로 돌리더라고요. 저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박 전 교장의 임기는 당초 내년까지였으나 2022년 봄 건강이 악화해 은퇴를 1년 앞당겼다. 올 3월 31일 퇴임사에서 박 전 교장은 ‘5~10년 안에 우리 야구부가 일본 정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이렇게도 빨리 이뤄낼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현지 매체들도 전교생 159명에 불과한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 우승을 집중조명하며, “한국 학교가 원점인 학교가 고시엔에서 결실을 맺었다”(아사히신문)고 보도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54322?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