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0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조합원 2만6784명 중 투표율 90.8%로 2만4323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84.7%(2만2689명)로 파업이 가결됐다. 파업이 가결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평생사원증 이슈다.
평생사원증 제도는 25년 이상 근속 퇴직자에게 2년에 한 번씩 신차 구입 시 차량 가격의 30%를 평생 할인해주는 현대차·기아의 사원 복지다. 2022년 기아 노사는 이를 만 75세까지 3년에 한번씩 할인해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당시 '퇴직자 할인 혜택이 신차가격에 반영돼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커지며 혜택을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 역시 혜택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암묵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가 이 제도를 유지하면서 기아 노조는 현대차와 같이 평생사원증 제도를 과거로 되돌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퇴직자에게도 신차 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일단 30%라는 할인율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다. 이런 상황에서 30%를 할인해 판매하라는 것은 퇴직자에게 회사가 손해를 보고 차를 팔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평균 수명이 늘었고 퇴사자가 신규 입사자보다 많은 것도 문제다. 퇴직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기아 내부에서도 평생사원증 제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젊은 직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의 일부분을 퇴직자가 가져가는 셈인데 이를 반길 재직자는 없을 것"이라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는 젊은 직원들에게 평생사원증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크다. 퇴직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비용이 차값에 반영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직원가로 저렴하게 신차를 샀다가 2~3년 뒤 중고차로 팔면, 감가상각을 고려해도 이득이 큰 경우도 많다. 60대 남성 A씨는 "평생동안 2년에 한번씩 할인된 차를 구매하는 비용은 결국 일반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연봉도 높은데 죽을때까지 혜택을 달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 모두 퇴직자에 대한 혜택은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퇴사자에 대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차값을 높게 받는 것은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현대차·기아의 경쟁력을 낮출 수 있는 이슈인 만큼 이같은 혜택은 축소하고 다른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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