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을 열자 눈앞은 회색 연기로 가득했다. 바로 맞은편 방 호수조차 보이지 않았다. B씨는 문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가 머리 위로 물을 틀었다. 간호학 전공 수업에서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사실을 배운 기억이 떠올라서다. B씨는 호텔 인근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 실습을 하기 위해 이 호텔에 숙박하고 있었다.
"딸이 방 안에서 기절했는데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으니 사람 없는 줄 알고 구급 대원들이 내려갔나 봐요. 프런트에 계속 전화해서 사람 있으니 문 부수고 구해달라고 해서 찾았어요."
23일 오후 2시20분쯤 경기 부평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 인근. A씨는 전날까지 해당 호텔에 묵었던 딸 B씨를 옆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B씨는 19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부천 호텔 화재' 당시 해당 호텔 806호에 머물고 있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려고 했으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문고리는 열기에 달아올라 잡기도 힘들었다. 결국 다시 화장실로 돌아갔다가 곧바로 기절했다.
딸과 연락하던 A씨는 연락이 끊기자 호텔 프런트로 쉴새 없이 전화를 걸었다. 다른 가족들은 호텔 인근의 학원 번호를 수소문했다. 호텔 프런트 관계자가 전화를 받아 B씨가 여전히 방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구조를 요청해 B씨는 무사히 구조됐다.
B씨는 "불이 난 직후 안전 방송이나 비상벨 등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오늘은 어제 두고 온 물품을 찾을 수 있나 싶어 유류품 신청을 하고 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호텔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 예방 과장은 23일 현장 브리핑에서 "호텔이 2003년도에 완공됐는데 당시는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https://m.news.nate.com/view/20240823n21611
딸과 연락하던 A씨는 연락이 끊기자 호텔 프런트로 쉴새 없이 전화를 걸었다. 다른 가족들은 호텔 인근의 학원 번호를 수소문했다. 호텔 프런트 관계자가 전화를 받아 B씨가 여전히 방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구조를 요청해 B씨는 무사히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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