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가 시작됐던 객실과 같은 층 다른 호실에 투숙한 여대생이 대학 실습으로 배운 지식을 활용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구했다.
전날 오후 화재가 발생한 부천 호텔에 투숙한 20대 여성 A 씨는 "불이 났을 때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 머리를 대고 있었다"며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알고 있었기에 이같이 행동했다"고 23일 말했다.
A 씨는 강원도 권역 대학의 간호학과 학생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객실 내 화재경보기가 울려 급히 대피하려 했지만, 객실 출입문을 열었을 때 이미 복도가 회색 연기로 자욱해 화장실로 대피했다고 한다.
A 씨는 "수건으로 입을 막고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맞으면서 소방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나가려고 했지만, 소방대원이 다른 객실로 옮겨간 상황이라 다시 돌아와 물을 맞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 씨 어머니는 "소방에 전화를 걸어 아직 아이가 있으니 다시 객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했고, 결국 우리 딸아이가 구조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A 씨는 해당 모텔 7층(806호)에 머물고 있었다. 806호는 최초 불이 시작된 객실로 추정되는 810호와 인접한 호실이다. A 씨가 묵었던 객실에는 화재경보기 외 다른 소방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객실 내 경보기 외에 소방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간이 대피장치인 '완강기'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호텔은 2004년 10월 건물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허가 당시 스프링클러는 소방법상 의무 설치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에 모든 객실 내 설치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요인으로 불이 커지자 A 씨는 결국 연기를 다량 들이마셨고, 의식 저하를 보여 출동한 소방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A 씨 어머니는 "우리 딸아이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배웠던 덕분이다"라며 "많은 분이 이런 정보를 알고,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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