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토리>로 혜리는 말했다. 나를 그리고 당신을 응원한다고. 자기 자신을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승리를 준다.
지난번 <에스콰이어>와 함께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어요.
머리를 까맣게 염색해서 그런 것 같아요. 계속 밝은 브라운 컬러를 유지하다가 이번에 지금 들어간 작품 때문에 거의 안 해봤던 블랙으로 염색했거든요.
그때는 좀 밝은 분위기였다면 오늘은 좀 더 멋있는 느낌이랄까요?
지금 맡고 있는 캐릭터가 좀 멋있는 느낌이라 그럴지도 몰라요.
어떤 작품인가요?
<선의의 경쟁>이라는 학원 드라마예요.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빅토리>도 학생들의 얘기죠.
1999년도 거제시가 배경이에요. 댄서의 꿈을 꾸는 ‘필선’ 역할을 맡았고, 미나(배우 박세완 분)와 함께 서울에서 전학 온 세현(배우 조아람 분)에게 치어리딩을 배우며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새로운 친구들도 생기고 의도치 않았던 사건도 벌어지는 요절복통 훈훈한 분위기의 코미디입니다.
공중전화를 쓰던 시대더라고요. 세대차가 아무래도 조금 있죠?
그런데 공중전화는 저도 어릴 때 썼어요.
응? 왜요?
저 1541 콜렉트 콜도 써봤고, 피처폰도 써봤고, 싸이월드, 버디버디 등등을 다 써본 세대예요. 제가 방송에서도 한 얘기지만 제가 데뷔할 때는 카카오톡이 없었거든요.
우리나라 모든 통신 시스템을 거의 다 써봤네요.
아쉽게도 삐삐는 안 써봤어요.
요새 태어난 친구들은 엄지와 새끼 손가락으로 하는 ‘전화해’라는 제스처를 이해 못 한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집 전화가 없을 때 태어났으니 당연한 것 같아요. 휴대전화의 통화 아이콘을 봐도 그 그림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를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1999년대의 고등학생 역할이라 이해가 안 되는 정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의외로 그렇지 않았어요. 예전 뉴스 인터뷰들을 보면 10대들이 “왜 머리 가지고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잖아요. 저희도 똑같았어요. 그 10대들이 지금은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셨겠지만 그 시기의 정서를 생각해보면 제가 10대였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세대는 달라도 비슷한 나이를 살아갈 때의 정서는 비슷한 것 같아요. 재밌었던 건 삐삐였어요. ‘8282’라고 오면 뭔가 급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생각하기 싫지만 기억이 나네요. ‘38317’인가가 사랑해라는 뜻이었죠. 독일어로 ‘LIEBE’가 사랑이란 뜻인데 이걸 거꾸로 보면…제 입으로 말해놓고도 너무 창피하네요.
(웃음) 전 그런 게 신기하더라고요.
필선이의 ‘상경 스토리’는 인간 혜리에게도 공감이 되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중학생 때 서울에 올라왔는데, 올라오고 나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몇 개월을 울었어요. 오히려 저는 필선이만큼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었고, 서울에서의 적응은 생각보다 너무 더뎠어요. 오히려 서울 가서 성공하겠다는 필선이와는 반대였죠. 그래서인지 필선이가 정말 멋지고 씩씩해 보이더라고요. 필선이가 아빠(현봉식 분)한테 “거제가 내 밥 멕여주나”라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현봉식 선배님이 “그럼 밥 먹여주지. 거제가 아빠도 멕여주고, 니도 다 키워주고”라고 대답하는데 필선이가 다시 “난 밥만 먹곤 몬 산다”라고 말하죠. 그 대사가 필선이의 열정을 대변하는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 때문에 부산 사투리를 거의 노래 연습하듯이 음정 하나하나를 외워가며 연습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맞아요. 전 광주가 고향이고 중학생 때부터는 서울에서 살아서 부산 사투리를 전혀 못해요. 동갑내기 친구인 세완이가 많이 도와줬어요.
그런데 사투리에는 어떤 정서 같은 것도 있잖아요. 그런 건 잘 맞았나요?
그 정서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사가 영화에 나와요. 서울에 다녀온 필선이에게 “서울은 어떻노!”라고 물어보니까 “서울은 쿨하다”라고 대답해요. 서울은 쿨하고 거제는 뜨겁고. 그게 정서에도 묻어 있고 그 정서가 말투에서도 드러나는 거죠. 경상도 말이 뜨거운 청춘, 꿈을 향한 열정 같은 걸 표현하기에 잘 어울리는 사투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잘 표현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아요.
지난번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선 한 기자의 긍정적인 관람평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어요. 주연 배우가 이 정도로 영화에 애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요.
제가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관객분들이 이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지점이 있었는데,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날이 처음 <빅토리>에 대한 감상평을 들은 거잖아요. 감정이 조금 더 올라왔던 것 같아요. 저도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공식 석상에서의 저는 좀 더 이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주변에서는 오히려 놀리더라고요. “일부러 운 거 아니야?”라면서요. 쑥스럽지만 저희 영화 홍보를 제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많은 관객이 보시면 보실수록 소문이 날 것 같거든요.
마중물이 필요할 뿐이군요.
그럼요! ‘빅토리를 극장에서 안 본다고? 너무 아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소문이 잘 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정말 강렬하게 응원하시는군요. 혹시 영화에 지분이 있으세요?
(웃음) 아뇨. 이 작품이 잘돼서 제게 남겨지는 것이라고는…박수? 수많은 관객의 박수뿐일 것 같은데요? 전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만약 아이돌이 안 되고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어떤 부활동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재밌는 건 중학생 때 생활기록부를 보니까 취미와 특기를 계속 댄스로 적었더라고요. 중학생 때도 댄스부였고요. 아마 평범하게 고등학교에 갔다면 이어서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근데 또 제가 데뷔하기 직전까지 반장이었거든요. 아마 고등학생 때도 계속 반장을 하면서 임원회 같은 것도 했을 거예요.
최근에는 유튜버 혜리로 엄청난 팔로워를 모으고 있죠. 태연, 카리나, 장기용, 변우석, 정호연 등등 슈퍼스타 인맥이 정말 끝이 없더군요.
저 이제 정말 끝났어요. 제가 아는 인맥은 진작에 끝났어요. 사실 지인들이 흔쾌히 나와주셔서 저는 너무 감사하죠. 생각해보면 그냥 다들 제가 연예계에서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이거든요. 장기용 오빠는 <간 떨어진 동거>에서, 변우석 오빠는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그렇게 발이 넓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게 밝고 건강한 사람의 특징인 것 같아요. 본인은 본인이 밝고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죠.
제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닌데, 정말 전 제가 밝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긴 해요.
참 많은 배우를 인터뷰했는데, 모든 배우가 작품을 같이했다고 친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다들 흔쾌히 나와주시는 거예요. 따로 자주 만나는 사이는 정말 별로 없어요. 그래서 늘 소개할 때도 ‘저랑 정말 친한’이 아니라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소개하거든요. 제가 ‘우리 정말 친해요’라고 말하면 혹시 상대방은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제 채널에 나와주신 분들은 모두 제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주인 역할로 호스팅을 하는 건 어떤가요? 보기엔 아주 잘하던데요.
정말요? 저는 그냥 이렇게 평소처럼,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하는 거예요. 대본도 없어요. 사실 MC나 토크쇼 호스트를 오래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오히려 조금 더 자유롭게 대본에 갇히지 않고 진행하는 편이기는 한 것 같아요.
당황스러운 일도 생길 텐데요.
그래서 제가 잘 모르는 분들이 나올 때는 공부를 많이 하고 가는 편이에요.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혤’s club’(혜리의 토크 채널)에는 친분이 없으신 분들도 나오거든요. 그 사람의 최근 활동, 배우라면 개봉한 영화와 드라마 이런 걸 다 공부하고 가요.
제가 하는 일과 정말 비슷하네요. 그런 준비를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맞아요, 맞아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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