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저녁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탓에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불길과 연기를 피해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로 몸을 던졌으나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숨졌다. 화재 현장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에어매트가 딱지처럼 뒤집힌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23일 소방청이 지난해 12월31일 누리집에 게재한 ‘소방장비 표준규격’ 문서를 보면 “낙하 시 충격을 완화하여 낙하면의 반동에 의해 튕기거나 매트 외부로 미끄러지지 아니하여야 한다”라고 적혀있다. 또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고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구도 있다.
그런데 사고 영상을 보면, 첫번째 구조요청자가 에어매트 위로 떨어진 후 그 충격으로 매트가 세로로 세워지고 그 직후 뛰어내린 두번째 구조요청자가 매트 밖으로 추락한다. 소방청이 정해놓은 기준대로 에어매트가 기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표준 규격 문서에는 ‘낙하시험 성능기준’에 대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
△매트에 150kg의 모래주머니(800㎜X500㎜)를 최대 사용높이에서 10회 연속 낙하시킨 경우 설치 상태를 유지하고 포지(매트에 사용되는 천)는 파열 등 갈라짐 등의 손상이 생기지 않아야 하고 △150kg의 모래주머니(800㎜X500㎜)를 최대 사용높이에서 낙하한 후 다시 낙하시킬 수 있는 상태까지 복원되는 시간은 20초 이내여야 한다 등이다. 사고 당시 에어매트가 첫번째 구조요청자 추락 직후 움직인 것으로 보아 이 부분도 향후 소방당국 차원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 김학중 숭실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는 현장을 가보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에어매트 설치 장소가 부적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에어매트를 펼칠 수 있는 평평한 장소 확보가 필요한데, 해당 건물은 에어매트를 사용하기 적합한 장소가 확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에어매트 설치장소가 소방차전용구역처럼 법으로 지정되지는 않으나, 공동주택의 경우 소방성능위주설계 평가를 할 때 에어매트 설치·보관장소를 도면상 표시하라는 의견을 따라야 해 에어매트 사용이 적합한 장소가 지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에어매트에 공기가 다 차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에어매트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23일 기자들에게 “에어매트는 10층 이상용으로 정상 설치했다. 중앙 부분으로 낙하해야 가장 안전한데 첫 번째 뛰어내린 분이 모서리로 떨어졌다. 주차장 입구 인근에 에어매트를 설치해 경사가 있었다”말했다.
그는 “당시 일부 인원이 있었는데 소수여서 매트를 잡아주지 못했다. 왜 에어매트가 뒤집혔는지는 추후 전문가 자문을 구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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