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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진숙의 기습적 공영방송 이사 선임, '검증·논의·면접'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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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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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2일과 14일, 21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연이어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지난 7월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현 직무대행)이 취임 당일 전체 회의를 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KBS 이사를 선임한 과정을 따져 물었다.

방통위는 내규를 들어 전체 회의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는 등 회의 내용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지만, 3차례 청문회를 통해 이사 검증과 선임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진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두 방통위원들은 취임 직후 8시간 만에 1000페이지에 달하는 공영방송 이사 관련 서류 검토를 거쳐, 면접 없이 표결만으로 이사들을 선임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해, 기피신청 각하 결정을 내렸고, 부위원장을 '호선'한다는 원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공영방송 이사들의 정당 가입 이력 검증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측의 회신을 받지 못한 채 '본인 확인서'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엉터리 이력을 낸 지원자도 이사로 뽑혔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국회 청문회에서 나온 질의응답과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공영방송 선임 회의가 열렸던 2024년 7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있었던 일을 시간대별로 구성했다.


[2024년 7월 31일 오전 9시 20분] 임명 후 첫 출근

임명을 받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과천청사로 첫 출근을 했다. 이 위원장은 현관 앞에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수고 많습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전체 회의 개최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계획은, 취임식이 있다, 그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태규 부위원장도 9시 10분쯤 과천청사로 첫 출근을 했다.

[오전 10시] 공영방송 이사 서류 전달 받아

첫 출근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방통위 사무처로부터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들의 지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국민 의견 수렴 내용을 보고, 전달받는다. 두 방통위원에게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들에 대한 정보가 처음 전달된 시각이다. 두 방통위원들은 각자 집무실에서 서류를 들여다봤다.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 83명이 낸 이력서와 지원서를 비롯해 400~500건의 국민의견이 방통위원들에게 처음 전달됐다. 국회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방통위 간부들의 질의응답을 종합하면, 이때 방통위원들이 전달받은 서류가 최소 100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14일 국회 청문회에서 접수된 국민의견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못 했다고 인정했다.


[오전 11시] 취임식 "조속히 이사 구성 완료"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식이 열렸다. 이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공영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공영방송의 공공성 및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면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강행을 예고했다.

[정오]
도시락 점심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방통위 청사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다. 식사 시간은 1시간 남짓. 김태규 직무대행은 14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진숙 위원장과) 이런저런 얘기들은 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당연히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또 당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선임과 관련해 "마음속으로는 추렸다"고 답했다.

[오후 1시] 전체회의 안건 초안 보고

이진숙, 김태규 방통위원은 방통위 사무처로부터 전체 회의 안건 초안을 보고받는다. 좌미애 방통위 행정법무담당관이 보고했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선임 안건과 KBS 이사 추천 안건을 비롯해, 부위원장 호선 등의 안건이 보고됐다.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은 21일 국회 청문회에서 "출근 첫날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하겠다는 것은 누구 생각이었나"라는 이훈기 의원 질의에 "위원장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안건 보고 과정에서 두 위원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면접 없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김영관 기획조정관은 2일 국회 청문회에서 "7월 31일 안건 보고 과정에서 두 분이 면접은 않는 걸로 정했다"고 답했다.

[오후 4시]
전체 회의 공지

방송통신위원회는 의사 일정 공지를 통해 이날 오후 5시 전체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전체회의는 '회의일시·장소 및 상정안건을 정하여 회의 개최 2일 이전에 각 위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날 전체회의는 불과 1시간 전 공식 통지된 것이다. 김영관 기획조정관은 2일 국회 청문회에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회의 공지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 판단은 위원장이 한다"고 답했다.


[오후 5시]
전체 회의 개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체 회의가 열렸다. 국회 추천 위원 3명의 부재, 대통령 추천 위원 2명(이진숙, 김태규)만 참석한 채 전체 회의가 진행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는 총 4개의 안건이 올라왔다.

▲ 6기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호선(의결구분, 가) ▲ 위원 기피 신청에 관한 건 심의·의결(나) ▲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관련 후보자 선정에 관한 건(다) ▲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임원 임명에 관한 건(라)이었다. 이날 회의 내용에 대해 두 방통위원은 국회 청문회에서 '회의록 공개는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김태규), '탄핵 재판 중'(이진숙)이라며 철저하게 함구했다.

[오후 5시~오후 6시 45분] 1시간 30분 만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 처리

4개 안건은 불과 1시간 45분 만에 처리됐다. 이 중 10분 정회 시간을 빼면 회의 시간은 1시간 35분 정도에 불과하다. 안건들의 결정 과정과 내용을 살펴보면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많다. 안건 별로 문제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1시간 35분 동안 처리된 안건 내용
ⓒ 이은영

[다.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관련 후보자 선정에 관한 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심의('다' 안건)에는 공영방송 이사를 지원한 후보자 전원(83명, 2명은 지원서 냈지만 중도 포기 선언)이 이날 공영방송 이사 최종 후보자들로 올라왔다. KBS 이사 후보자가 52명, 방문진 이사 후보자가 31명이었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면접 없이 투표를 통해 이사 후보자를 선임했다. 이를 위해 83명 후보자 명단이 담긴 A4 크기의 투표용지가 준비됐다. 위원 2명이 KBS 11명, 방문진 9명씩 적합자를 각각 기표하고, 공동 득표가 나온 후보자를 뽑는 방식이었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과 김영관 기획조정관의 국회 증언을 종합하면, 투표는 7~8차례 정도만 이뤄졌다. 83명 후보자에 대해 2명 위원의 공동 득표가 나올 확률은 0.000136%.


서로 다른 후보자를 뽑아 투표를 거듭한 것인데, 김영관 기획조정관은 지난 2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견 조정은 별도로 없었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법(제12조)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임명을 '심의,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의견을 조율하는 '심의' 과정이 빠진 것이다.

여러 차례 투표했지만, 공동 득표를 한 후보자가 모두 나오지 않아, KBS 이사 정원 11명 중 7명,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정원 9명 중 6명만 선임됐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2일 청문회에서 "(방문진 후보자) 6명 나오고도 그 이후 몇 번 했다, 안 나와가지고 중간에 (중단했다)"고 했다. 방통위원들은 나머지 이사 임명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두 방통위원이 회의 내용을 함구하면서, 공영방송 이사 중 일부의 선임을 미루고, 차후 논의하기로 한 과정까진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83명 후보자에 대한 검증도 부실했다. 공영방송 이사는 법에 따라 특정 정당 당원이거나, 최근 3년간 정당 당원이었던 사람은 임명할 수 없다.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 7월 15일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정당에 공문을 보내 후보자들에 대한 '당적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은 방통위에 별도 회신을 하지 않았다. 결국 당적 조회라는 주요 결격 사유에 대한 명확한 검증 없이 이사 선임이 이뤄졌다.

조성은 사무처장은 2일 청문회에서 "정당 가입 여부는 민주당 회신 안 받았다 (위원들께) 보고드렸다"고 답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지난 14일 청문회에서 결격사유 조회 서류 검토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런 부분들은 (사무처의 판단을) 사실 어느 정도 믿고 봤다"고 답했다.

방문진 이사로 뽑힌 김동률 서강대 교수는 이력서에 MBC, EBS, KBS, SBS 시청자 위원 등을 '현재'도 맡고 있다는 '허위 이력'(이력서 기재 시점 기준 EBS만 시청자 위원임)을 기재했는데도 이사로 선임됐다. 조성은 사무처장은 지난 2일 청문회에서 이력서 하자 여부에 대해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인정했고, 김태규 직무대행은 14일 청문회에서 "규정을 찾아봐야겠는데, 위법성에 대해서 따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두 방통위원은 당시 전체 회의에서 방문진 이사로 지원한 성보영 후보자를 당사자 확인도 거치지 않고 방문진 감사로 임명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14일 청문회에서 "보고 받기로는 (과거) 이사로 지원한 분 중에서 상당수 감사로 선임된 경우가 있는 걸로 안다"고 답했지만, 2021년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선 감사와 이사를 분리해서 모집했다.

[라.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임원 임명에 관한 건]

두 위원이 합의한 13명 이사들의 추천과 임명 안건은 '라' 안건으로 상정돼 최종 의결됐다. 상정 안건에는 낙점된 이사들의 실명은 들어가 있지 않은 것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확인됐다.

2일 국회 청문회에서 방통위 사무처 측은 "안건에는 실명이 안 들어가서, 기존 방법대로 올렸다"고 답했다. 이사들의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임원 임명이 가결되고, 유효한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앞으로 밝혀져야 할 문제다.

[나. 위원 기피 신청에 관한 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3명은 회의에 앞서 "이사 선임과 관련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지만, 이날 전체 회의에선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진숙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기피 신청 의결에 참여했다.

방통위법은 회의 기피 제척 신청의 당사자는 의결 과정에서 제외되는 것이 마땅한데, 이 위원장이 의결에 참여한 것을 두고는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본인에 대한 재판인데, 본인이 재판관이 된 격으로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가.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호선에 관한 건]

전체 회의에선 김태규 부위원장을 호선하면서 부위원장 임기를 2026년 5월까지로 잡았다. 방통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방통위 운영규칙 등에 따라 부위원장 임기는 통상 1년 6개월로 정해져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위원장 임기를 3년으로 정한 것인데, 그간 적용된 규칙과 관행을 어긴 것이란 지적이다.

호선으로 정한 것도 절차상 문제로 지적된다. 통상 '호선'은 다른 위원들에 의해 지명되는 것을 말하는데, 사회를 보는 위원장은 '호선'을 할 수 없고, 김태규 부위원장이 스스로 호선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호선'에 따라 김태규 부위원장이 임명된 구체적인 과정도 향후 따져봐야 할 문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4371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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