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멘털 게임이다. 심리적인 안정감은 변수 중의 하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실제 역량의 20∼30%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 경기가 꼬이면 마음도 꼬이게 되고, 다음 경기는 더 꼬이는 게 일반적이다. 연패가 그렇다. 단체 삭발과 양말을 올려 신는 ‘농군 패션’ 등은 과거 긴 연패에 빠진 구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난 21일 두산과 삼성의 2024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 경기가 열린 포항야구장. 3루 측 두산의 더그아웃에 ‘소금’이 등장했다. 더그아웃 근처 곳곳에는 굵은 소금이 뿌려졌다. 구단 전력분석파트가 코치진 몰래 소금을 공수했다. 사실 소금 뿌리기는 프로야구에서 오래된 의식 중 하나. ‘부정 탄 기운’을 몰아내자는 의미다. 특히 연패에 빠지거나 부상자가 자주 발생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금에 기댄다.
두산 더그아웃에 소금이 등장한 이유도 ‘사자 공포증’ 때문이다. 올해 두산은 삼성만 만나면 유독 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상대 전적은 2승 11패로 절대 열세였다. 4월 16∼18일 삼성과 시즌 첫 3연전 스윕패를 당하면서 꼬였다. 두산은 20일 경기에서도 삼성에 0-3으로 완패했다. 더군다나 20일까지 2위 삼성과 4위 두산은 4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가을 야구 진출이 유력한 두산이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포스트시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선 삼성은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다. 이런 악연을 끊기 위해 소금이 등장한 것이다. 두산은 과거부터 소금을 자주 애용했다. 지난 2005년 7연패에 빠졌을 때도 소금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올핸 지난 9∼11일 인천 원정을 앞두고 SSG전 연패 탈출을 위해 소금을 꺼냈는데, 당시 위닝시리즈(2승 1패)로 3연전을 마쳤다. 이번에도 소금의 효과는 확실했다. 이날 두산은 삼성을 5-2로 역전승, 귀중한 1승을 챙겼다.
과거엔 소금을 상대 더그아웃에도 뿌려 상대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었. 그러나 최근엔 사라졌다. 아무리 급해도 상대 더그아웃에는 소금을 뿌리지 않는 게 관례다. 두산 더그아웃에 소금이 뿌려진 모습이 TV로 중계되자 삼성의 커뮤니티 등에서는 “우리는 마운드에 팥을 뿌리자”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https://m.news.nate.com/view/20240822n13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