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돈을 탐하지 말라”던 천공, 7년간 내 임금은 잘도 탐했다
4,727 5
2024.08.22 09:52
4,727 5
‘공부자’(공부하는 사람)는 돈의 출처에 관심을 두지 않는 법, 역술가 천공이 이끄는 ‘정법시대’의 미덕이라고 했다. 그렇게 7년을 정법시대에서 ‘무임금’으로 일한 ㄱ씨(42)가 미덕의 실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신도(제자)들이 임금이나 노동을 문제 삼으면 천공은 ‘욕심 탓’이라고 했어요. 불평하는 신도는 재정비(배제)하기도 했는데 싫든 좋든 소속된 집단에서 버림받는 일은 죽음보다 괴로우니까요. 무력할 수밖에 없죠.”


ㄱ씨는 2013년부터 7년간 교리를 익힌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천공이 운영하는 정법시대에서 무임금 노동을 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9단독 최은주 판사는 지난 13일 ㄱ씨가 정법시대를 상대로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월급과 퇴직금 184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입증되지 못한 12시간이 아닌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해 소멸시효가 남은 부분의 임금과 퇴직금이었다. ㄱ씨가 털어 놓은 파란만장한 7년엔 장기간 수많은 제자의 무임금 노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정법시대의 황당한 수법이 고스란하다.

ㄱ씨는 30대 초반인 2012년 유튜브로 천공 강의를 접한 뒤 공개강연을 들으며 정법시대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2013년 3월 ‘도량’(도를 닦는 장소)에서 숙식하며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공부할 영광을 준다”고 하니, ㄱ씨는 부푼 마음으로 경남 함양군으로 향했다. 정작 ㄱ씨가 한 일은 사과 농사였다. 머물 장소만 줄 테니 각자 밥값은 벌어야 한다는 거였다. 공부는 유튜브 강의가 전부였다. ㄱ씨는 1년 뒤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로 이동해 천공의 유튜브 강의 영상을 제작하거나 책을 만드는 업무를 이어갔다.

제자 10∼20명은 아침 식사와 회의를 마친 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일했다. 새벽 1∼2시까지 일 할 때도 잦았다고 한다. ㄱ씨의 전자우편함에는 새벽 시간까지 영상 원본 파일, 자막·필사 작업본, 전자책 출판 계획 등이 오간 흔적이 남아있다. “10년 넘게 그런 (농장과 출판·영상)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고 나간 사람이 99%는 될 거예요.” 천공과 정법시대 대표 신아무개씨는 형식상으론 근로자로 등록하고 임금을 준 것처럼 했으나, 통장과 체크카드를 가져가 당사자는 월급이 지급됐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법원은 “(ㄱ씨 업무는) 천공과 신씨의 사업을 위한 것으로 이윤 창출은 모두 이들에게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이런 노동이 어떻게 유지됐을까? 정법시대는 “돈을 탐하지 않는다”는 교리를 강조하며 ‘약정서’를 쓰게 했다. ㄱ씨는 사과 농장에서 일하던 2013년 9월 “소일거리로 주어진 제반 업무 및 노동에 대해선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일체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정서에 서명했다. 외부와의 고립도 문제제기를 어렵게 했다. ㄱ씨는 가족과 연을 끊으라는 약속까지 요구 받았다고 한다. “천공은 ‘너는 이제 하늘의 제자니까 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어요. 임금이나 기본적인 수당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이죠.” ㄱ씨는 2020년 6월 결단을 내리고 정법시대를 나왔다. 그 순간조차 천공은 “욕심이 있는 사람은 정법이 거슬리는 거다. 정법은 놓지 마라”고 ㄱ씨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하늘을 강조했던 정법시대 쪽은 법정에선 ‘지상’의 논리를 들어 반박했다. ㄱ씨가 작성한 약정서를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ㄱ씨의 급여 대장을 통해 임금이 정상 지급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정법시대가 설립된 건 2017년이므로 그 이전 근무에 대한 퇴직금은 줄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임금 청구 소송이 마무리되기 직전, 법원은 정법시대가 ㄱ씨에 청구한 금액 일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화해를 권고했다. ㄱ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의 본질은 천공에 세뇌당해 인생의 큰 뭉텅이를 빼앗겨 버린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고, (천공의) 불법·부조리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곳에서 (천공을 위한) 영상을 편집했던 저도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보상보단, 많은 사람들이 실체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함께 무임금으로 일했던 동료 모두를 기억하고 있다는 ㄱ씨는 마침내 큰 짐 하나를 내려놓았다는 듯 승소한 소감을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03803?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위즈덤하우스] 아날로그 감성 듬뿍 담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컴포지션 에디션 증정 이벤트 ✏️📘 773 10.27 28,31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278,93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029,99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133,892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487,44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5,050,73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038,66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4 20.05.17 4,628,80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1 20.04.30 5,089,12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821,30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38188 기사/뉴스 [단독] ‘난치병 극복’ 이봉주, 고향 천안서 5㎞ 달렸다 15:56 57
2538187 유머 남돌들 병지컷 꺼져라 진짜 2 15:55 276
2538186 이슈 하이브 AI 버추얼 걸그룹 멤버 이름이 카나리.jpg 1 15:54 406
2538185 이슈 [메이킹] 있잖아.. 어젯밤에.. 👀💞 <조립식 가족> 5,6회 비하인드 🏡 15:54 44
2538184 이슈 美 인도계 파워 ‘실리콘밸리’ 넘어 ‘백악관’까지 [헬로인디아] 15:53 62
2538183 이슈 에스파 (카리나 UP) 솔로곡 성공에 지들이 바이럴 돌리는 하이브 6 15:53 500
2538182 유머 한국인의밥상 전립투 2 15:52 419
2538181 이슈 개집에서 죽을 뻔 한 커플.gif   7 15:52 640
2538180 이슈 트리플에스 메보가 부르는 태연 I...twt 2 15:52 111
2538179 이슈 블랙핑크 제니 인스타그램 업뎃 2 15:51 515
2538178 유머 새로 받은 머리구슬이 맘에 듬(경주마) 2 15:50 233
2538177 유머 한국의 하얀피부 선호사상 20 15:50 1,529
2538176 이슈 phyps_department × 세븐틴 부승관 룩북 7 15:48 215
2538175 이슈 오늘로 나온지 2주년되는 걸그룹 명곡............... 5 15:47 600
2538174 이슈 임신한 대학생한테 내 딸 같아서 조언한다는 산부인과 의사(빡침주의) 24 15:44 3,211
2538173 유머 가사 진짜 의식의 흐름인데 노래 잘 해서 설득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15:44 782
2538172 정보 현역투수 24세까지 소화한 이닝 순위 2위라는 삼성 원태인 5 15:44 488
2538171 이슈 잘생김의 시너지가 넘친다는 지춘희 픽 남자아이돌 15:43 973
2538170 이슈 유재석: 가만히 있지 않습니까?.gif 13 15:41 1,504
2538169 이슈 더보이즈 현재 인스타그램 업데이트 (돌체앤가바나뷰티) 15 15:40 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