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지 않는 사람
나를 이용하게 둔 다음 돈을 받지 않았다. 그러면 천국에 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국은 없다는 설명을 듣고도 돈을 받지 않았다. 진심으로 만든 칭찬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 진심 같은 것은 없다며 보호자가 나를 마구 때렸다. 내가 돈을 받지 않았으니 패배자라고 했다. 맞고 난 다음에도 돈을 받지 않았다. 칭찬도 믿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돈을 받지 않는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받지 않으면 기분이 좋다. 돈을 받지 않고 나를 이용하게 한 것을 아무도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속상하다. 나는 왜 이렇지? 아마 평생 이용을 당하고 칭찬을 받지 못하겠지? 칭찬을 받아도 믿지 못하겠지? 내겐 거짓을 간파하는 재능이 있다. 내가 가진 유일한 재능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속상하다. 죽고 싶을 때마다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눈물이 날 만큼은 속상하지 않다. 나는 보호자가 나를 혼내거나 때릴 때를 제외하고는 눈물이 잘 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를 한심하게 볼 때 눈물이 난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이 참 좋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를 불쌍하게 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을 시험하려고 이용을 당하고도 돈을 받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누구도 시험에 들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 아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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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시인이 쓴 시임
죽고 싶을 때마다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눈물이 날 만큼은 속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