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모(28)씨는 지난 16일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양양 인구해변 인근 한 술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음식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강씨가 안주로 시킨 파인애플은 한 접시에 무려 2만5000원이었다. 강씨는 “지역 특산물도 아닌 통조림 반 캔 분량의 파인애플 가격이 2만원을 넘은 게 황당하다”며 “양양이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는데 바가지 업소가 많은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휴가차 인구해변을 찾은 이모(27)씨는 한 음식점에서 옥수수 버터구이를 주문했는데 비싼 가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음식값은 1만원이었는데, 그릇에 담겨 나온 옥수수는 검지 손가락 정도 길이의 4토막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강원도 옥수수를 서울에서 배달시켜도 10개에 1만5000원”이라며 “바가지 요금이 계속되면 양양의 인기가 금방 식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휴양지 바가지 요금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바가지 관행 근절을 내세우지만 바가지 실태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바가지 요금을 강력하게 규제할 만한 법규도 없는 상황이어서 지자체들은 물가안정 캠페인을 펴거나 바가지 요금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수준에 그친다.
양양군도 지난달 29일 ‘여름 휴가철 물가안정 캠페인’을 발표하는 등 이달 내내 바가지 요금 근절 등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캠페인 시작 이후 현재까지 30건의 현장 점검을 시행했지만 바가지 요금 적발 사례는 없었다”며 “가격표시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는 있지만 바가지 요금 자체를 규정하는 근거가 없어 강제 조치를 취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가지 요금 등 여파로 양양 관광객 숫자는 급감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양양을 찾은 피서객은 51만명으로, 1년 전(62만명) 대비 17%가량 줄었다. 관광객 김모(26)씨는 “서울 목동에서 사는데 동네 포장마차 메뉴가 양양보다는 저렴하다. 아무리 유명 휴양지라도 너무 비싼 가격대는 결국 손님들의 발길을 끊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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