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이래서 기집애들이랑 일하는 거 싫어함. 일도 못하면서 개징징대고 귀찮고 피곤해”
믿기 힘들지만, 이 두 개의 발언은 한 여성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어도어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모회사인 하이브와 경영권 다툼이 시작된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으로 묘사했다. 떨리는 목소리와 눈물을 쏟아내며 한 이 같은 발언은 대중에게 자신을 동정의 대상으로 즉 ‘피해자’로 포지셔닝한 대표적인 발언이었다.
실제 하이브로 기울었던 여론은 이 기자회견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대중은 하이브를 ‘XXX’로, 민희진을 ‘힘없는 여성 대표’로 인식했다. 거대기업 하이브에게 부당한 핍박을 받아온 ‘콩쥐’라는 프레임을 만들면서 대중에게 많은 지지와 동정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어도어 전 직원 B씨의 성희롱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으로부터 보여진 민 대표의 모습은 하이브와의 싸움에서 포지셔닝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하이브와의 분쟁 과정에서 유출된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의 ‘사내 괴롭힘·성희롱 사건 은폐 의혹’ 카카오톡 속에는 피해 여직원 B씨를 향한 욕설과 폭언이 난무한다.
이 대화 속에서 민 대표는 “페미X들 죽이고 싶음. 일도 X같이 하면서 이런 거나 열심히 하는 X들. XX아. 뒤져봐라” “내가 이래서 기집애들이랑 일하는 거 싫어함. 일도 못하면서 개징징대고 귀찮고 피곤해. 책임감 없고 다들 회초리 때리고 싶은 애들만 잔뜩함” “진짜 여자들 내가 여자지만 개싫음. 여자애들은 가볍고 얘기하는 거나 좋아하고 일은 나몰라라 경박함. 시야도 좁고 나같이 일하라면 죽어도 못 할 거면서 부러워는 해요. XX들” “어린데 개줌마같이 생겨서. 확 그냥 개줌마지. XX같은 줌마X” 등 입에 담기 민망한 언행을 쏟아냈다.
첫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모습과 이후 드러난 행동의 간극은 결국 대중에게도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만든 프레임 안에서 너무 달라진 태도는 그의 진정성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하이브를 ‘힘 있는 가해자’로, 자신을 ‘힘 없는 피해자’로 프레임을 짜고 눈물을 흘렸던 민 대표라면, 적어도 이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반박보다는 사과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데일리안 박정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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