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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일 대중문화 교류, 왜 부쩍 늘었을까[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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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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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중문화 왕래가 잦아졌다.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 코미디까지 대중문화 전 영역으로 한일 교류가 확장되고 있다.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오는 9월 5일 일본 도쿄 공연장 제프 하네다에서 ‘개그콘서트 in JAPAN’을 선보인다. ‘개그콘서트’가 25년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선보이는 공연으로, 일본 최대 코미디언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요시모토 흥업’과 협업해 한일 코미디 대항전으로 열린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한국 방송에서 영어 노래는 불러도, 일본 노래를 부르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변했다. MBN ‘한일가왕전’과 후속으로 방송되는 MBN ‘한일톱텐쇼’에서는 한국과 일본 가수들이 함께 노래로 경연을 벌이고 있다. 방송에서 한일 가수가 자국 노래를 자연스럽게 부른 후, 한국가수가 일본 노래를 부르고, 일본가수가 답례처럼 한국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일본팀 최연장자로 참여한 우타고코로 리에는 일본에서 10여년간 무명가수로 활동하다, 한국방송에서 인기를 얻자 산케이, 마이니치 등 일본 일간지에 대서특필되면서 유명해진 케이스다.

한국의 린은 미소라 히바리의 70년대 노래 ‘인생 외길’을 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돋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리에로부터는 연속 “스고이(대단하다)”라는 반응을 얻었다. 린은 또 미야코 하루미의 1970년대 히트곡 ‘북녘의 숙소’를 완벽에 가까운 일본어 발음과 감성적인 호소력으로 멋진 무대를 만들어냈다. 다현이 부른 ‘쓰루가 해협의 겨울 풍경’은 일본측에서도 대단한 반응이 나왔다.

일본 가수도 자국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파워댄스를 구사하는 일본 막내 스미다 아이코(18)는 다현과 최초로 한일걸그룹을 결성했고, 카노 미유도 소희와 듀엣을 결성해 디지털 싱글을 발매했다. ‘한일가왕전’과 ‘한일톱텐쇼’를 기획한 서혜진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는 3탄으로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들이 만나 연애하는 MBN 새 예능 프로그램 ‘혼전연애’를 오는 8월말 론칭한다. TV조선 예능 ‘미스터 로또’에서도 진해성이 미소라 히바리가 1966년 발표한 ‘슬픈 술(悲しい酒·가나시이 사케)’을 특기인 중저음을 활용해 일본 가사 그대로 구슬프게 불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일본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국방송

‘한일가왕전’과 ‘한일톱텐쇼’는 정통 트롯과 정통 엔카·쇼와가요 외에도 팝댄스, 발라드, 이지리스닝 계열 등 J-팝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색다른 무대를 구성해 보고, 듣는 재미를 높였다. 카노우 미유는 무대를 휘저으며 일본 펑크락인 ‘Over Drive’를 부르기도 했다. 덕분에 동시대 감정을 느끼며 좋아하는 60~80대 한국 중장년뿐만 아니라, 진입장벽을 낮게 느낀 10대와 20대들까지 쉽게 시청할 수 있었고, 이들 MZ 세대들은 댓글과 실시간 톡, SNS, 숏폼 등을 통해 글과 리액션 동영상으로 반응을 쏟아냈다. 여기서 불려진 노래중 가장 큰 반응이 나온 노래는 한국 노래가 아니라, 스미다 아이코가 부른 1981년 곤도 마사히코의 노래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ギンギラギンにさりげなく)로 유튜브에서 600만뷰를 넘겼다.

아이코가 부른 ‘세토의 신부’(1972)와 보아의 ‘발렌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나는 댄스곡 ‘긴기라기니’를 들어보면, 로라장(롤러스케이스장) 감성이 되살아난다. 1970~80년대 활동하다 ‘KISS IN THE DARK’로 미국에도 진출했던 일본 여성 듀오 ‘핑크 레이디’ 음악 같은 레트로 감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코가 부른 노래 제목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는 ‘화려하지만 자연스럽게’라는 뜻이다. ‘화려하지만 자연스럽게/두 사람의 사랑의 방식/화려하지만 자연스럽게/자연스럽게 살아갈 뿐이야.’라는 가사를 지닌 이런 러브송에서도 일본의 정조가 묻어난다. 화려함 자체를 자연스럽게 만들려는 미학이다. 이는 일본 노래 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의 정조에도 해당된다. 화려함을 추구하되 사치스럽지 않아야 하는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이 백제 온조왕 시기의 궁궐을 보고 한 말이자, 유홍준 교수가 한국 전통 궁궐 건축물을 보고 자주 인용하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가 우리 미학이다. 나의 개인적 견해지만, 우리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일본은 화려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되지만, 한국은 화려하면서 사치스럽지 않게 보여야 한다. 화려하면 사치스럽게 되기가 쉬워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 이 뿐이 아니다.

J팝은 이미 한국 젊은이들에 의해 향유되고 있다. 경쾌한 발라드 ‘GRACE’를 비롯해 ‘난난’ ‘키라리’ 등을 히트시킨 천재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카제(26)와 이마세(23), 아야세(29)와 이쿠라(23)로 구성된 2인 혼성밴드 요아소비, 프로젝트 밴드 즛토마요 등 일본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최근 내한공연을 가져 큰 인기를 얻었다. 이마세와 요아소비는 수시로 한국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에 나온다. 이마세는 ‘마마’ 시상식에 등장했고, 요아소비는 Mnet ‘엠카운트다운’에도 출연했다. 한적한 기후현에서 자란 싱어송라이터 이마세의 노래 ‘Night Dancer’는 멜론차트 1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J팝이 한국에서 거둔 최고성적이다. 이마세의 ‘Nagisa’도 편하면서도 흥겹다. 나도 일본드라마 ‘콰르텟’을 찍은 휴양지 카루이자와가 있는 나가노의 하포네 스키장과 쯔가이케 리조트에서 스키를 탄 후 나고야시까지 차를 타고 간 적이 있는데, 가는 길에 군마현과 기후현, 기타(北)알프스를 끼고 있는 도야마 현, 나고야 시가 있는 아이치현을 거치게 된다.

기후현은 아이치현 바로 위에 있다. 이마세도 어릴 때 이런 주위 환경을 접하며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왔을 것이다. 대도시가 아닌 전원적이고 자연적인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부담 없이 편안하다. 일렉트로니카 계열 음악과도 다르다. 이는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묭의 정규 1집 타이틀곡 ‘愛をえたいだとか(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도 멜론차트 TOP100에 입성한 바 있다. 한국 가수들의 일본 진출도 늘고있다. 뉴진스의 하니는 얼마전 도쿄돔에서 ‘영원한 아이돌’ 마츠다 세이코가 1980년에 발표해 크게 히트시킨 일본 노래 ‘푸른 산호초’를 불러 큰 화제가 됐다. 트와이스와 르세라핌에는 일본멤버가 각각 3명과 2명이 있지만 뉴진스에는 일본 멤버가 없다는 점에서 뉴진스의 일본진출 대성공은 매우 상징적이다.


▶한일문화교류, 음악과 드라마는 양상이 다르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한일문화 교류는 오랜 기간 ‘빙하기’였다. 일본 방송에서는 한국 노래와 한국 드라마가 사라졌다. 우리도 ‘노 재팬’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한일문화 왕래는 부쩍 잦아졌다. ‘엔저’ 효과 덕분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의 일본여행은 이미 러시를 이루고 있다. 대중음악뿐 아니라 드라마 분야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일본 민영방송국 TBS의 오리지널 기획 드라마 ‘아이러브유(Eye Love You)’는 한국배우 채종협(31)을 ‘태오’로 재탄생시키며 귀여운 연하남 이미지가 바탕이 된 ‘횹사마’ 현상을 불러오게 했다. 채종협은 종영 직후 일본에서 3만여명의 여성팬이 참가한 가운데 팬미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일러브스토리를 구상해 채종협을 캐스팅한 나카지마 케이스케 총괄 프로듀서는 “앞으로도 이런 (일한합작콜라보) 도전은 계속했으면 좋겠고, 순수하게 드라마를 즐기면서 결과적으로 각국의 문화 교류가 더 진행된다면, 그건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채종협에 이어 한효주, 옥택연, 황찬성, 이세영 등도 일본 드라마 등 일본 콘텐츠에 출연한다. 한효주가 나오는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물은 ‘아이 러브 유’의 여주인공과 직업이 같은 초콜릿 가게 사장과의 사랑 이야기다.


일본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첫 연출하는 한국드라마 ‘완벽한 가족’은 오는 14일 KBS 2TV 수목드라마로 첫 방송 된다. 누가 봐도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 딸의 살인으로 인해 점점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일본의 거장이자 ‘감성공학자’인 유키사다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지 궁금하다. 그리움과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1995년작 일본영화 ‘러브 레터’의 이와이 순지 감독 시절 조감독을 했던 유키사다 감독은 모든 회상 장면을 그냥 카메라를 되돌리지 않고, 새로 찍는 정성을 보였다.

▶한일문화교류, 일본음악은 우리에게 없는 것에 대한 소비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 교류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우리의 문화적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알게된다. 한국에서 일본 음악을 틀면 왠지 부자연스러웠다. 조금만 일본 색채의 느낌만 나도 ‘왜색시비’(倭色是非) 딱지를 붙여 방송불가 판정을 내리던 시절도 있었다. 김대중 정권때 발표한 일본문화의 단계적 개방도 우리가 약간 ‘겁’을 먹은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문화적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통해 콘텐츠 국경을 넘나들고, 문화적 경계심을 느끼지 않는다. 좋은 것과 화제가 되는 것은 무조건 보고 듣는다. 심지어 나도 넷플릭스 남녀미팅 예능 ‘투 핫’ 독일편의 매운 맛을 즐긴다. 이미 인터넷과 SNS, 글로벌 OTT를 통해 일본 문화를 흡수하는 한국 MZ세대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레거시 미디어가 뒤늦게 수용,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대중음악과 드라마는 각각 다른 양상을 띠면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음악의 한국에서의 인기는 우리에게 없는 것에 대한 감성의 소비다. ‘푸른 산호초’ ‘긴기라기니’ 등은 1980년대 노래다. 이마세도 시티팝 감성이다.

일본 대중문화 전문가인 이문원 평론가는 “한국이 K팝이 잘되고, 글로벌화 하면서 서구식으로 세련되게 바뀌어갔다. 그러면서 한국인이 본래 좋아하는 감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그렇다고 한국의 80년대 노래를 재탕해주면 지겨워할 것이다. 이럴 때 당시 한국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한 일본 노래는 한국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 이제 내수 시장만 보고 가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일본 노래는 팝적인 요소에 ‘뽕끼’를 잔뜩 머금고 있다. 우리가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다. 기승전결의 드라마틱 구성을 가진 노래다. 서구 영미팝과는 다른, 일본과 한국이 통할 수 있는 동양적 감성이기도 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350430?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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