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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벗으라면 벗고 짖으라면 짖을게요" 넷플릭스, 이래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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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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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단어는 누군가를 비아냥거리며 깎아내릴 때 사용됐다. '관종(관심종자의 줄임말)'이란 단어다. SNS에 과시적인 사진이나 이상한 글을 올리는 사람도 '관종'이었고, 사회에 소신 발언을 던지는 사람도 "혹시 관종이냐"고 물으며 입막음시켰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다는 건 당연한 욕구지만, 대놓고 드러내면 품위 없는 행위처럼 취급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눈에 튀는 건' 부정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회가 변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관심=돈'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너도나도 '관종' 대열에 합류하며 성공한 '관종'이 되려 애쓴다. 더 이상 '관종'은 비하 표현이 아닌 고수익을 내는 선망 직업을 가지려면 필요한 재능이 됐다. 그리고 관종의 재능, 이른바 관종력을 지닌 많은 이들이 '인플루언서'가 됐다.

과연 이들은 어떤 식으로 관심을 끌고, 그걸로 돈을 벌까. 넷플릭스의 <더 인플루언서>는 여기에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당신은 얼마짜리 관종입니까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에는 77명의 인플루언서 겸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한다. 출연진 중 한 명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크리에이터는 팔 수 있는 모든 걸 팔아야 한다"고 크리에이터를 정의한다. 그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에는 좋은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반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콘텐츠든 만드는 이들이 등장한다.

프로그램은 노골적이다. 서바이벌 게임을 표방한 <더 인플루언서>는 영화 <배틀로얄>처럼 출연진들의 목에 전자 목걸이를 건다. 그 안에는 팔로워 숫자를 돈으로 환산한 '몸값'이 적혀있다. 최소 몇만 원에서 최대 몇천만 원까지 적힌 전자 목걸이를 두고 출연진들은 "나는 얼마짜리냐"고 물으며 액수에 따라 "(돈이 없으니) 천민 신분이라"고 칭하거나 "(돈이 많으니) 고개가 떳떳이 들린다"고 말한다. 팔로워 숫자를 통해 출연진 간 암묵적인 계급이 형성된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존재감, 파급력, 화제성을 평가하기 위해 <더 인플루언서>는 라운드별 미션을 제시한다. 미션 종류와 평가 방식은 다양하지만, 결과적으로 타인의 이목을 끄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다. 그래서 출연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소위 말하는 '어그로(관심을 끌거나 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자극적인 행위 - 기자 말)'를 끈다. 자극적이고 위협적인 방법만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 된 것이다.


1라운드 '좋아요/싫어요 투표'에서 유튜버 '빠니보틀', '창현'은 유튜버들끼리 모이며, 틱톡커를 견제하기 위한 작당 모의를 벌인다. 이들 유튜버는 플랫폼 간의 견제 구도를 만들며, 틱톡커들에게 '싫어요'를 보냈다. 또 다른 유튜버 '진용진'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이자 최근 유튜브를 시작한 '장근석'이 하지 않는 말을 한 것처럼 소문내며 좋아요 혹은 싫어요를 달라고 요구한다. 또 다른 유튜버 '캐디와니'는 한 여성 출연진들에게 "내게 '좋아요'를 주지 않으면 '싫어요'를 보내겠다"고 협박한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이들 발언의 수위는 높아진다. 2라운드 '라이브 방송'에서 남성 출연진은 술을 마시거나 자신의 옛 여자친구 등 무언가를 폭로하겠다며 자신의 방송 시청자 수를 늘려간다. 여성 출연진은 섹시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거나 속옷만 입고 룩북(여러 스타일링을 소개하는 여성)을 찍는다.

3라운드 '피드 사진'에서는 순위가 높은 출연진이 경매 방식으로 순위가 낮은 다른 출연진을 구매한다. 투명한 공간에 들어가 자신을 팔아하는 출연진들은 "사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이 우리 안에 갇힌 동물처럼 느껴진다"면서도 "벗으라면 벗고 짖으라면 짓겠다" 또는 "나도 여자니까 구매해달라"고 어필한다. 이 장면을 두고 온라인에서 "인플루언서들의 능력을 낭비하는 거 같다", "자극적이기만 하다" 등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가슴 안 보여줬다"며 자신 없어 한 출연진

<더 인플루언서>에서 눈에 띄는 건 여성과 남성 인플루언서의 콘텐츠 차이다. 남성 출연진들은 여행 콘텐츠나 특유의 입담으로 살아남았지만, 여성 출연진 중 일부는 성적인 콘텐츠를 내세워 라운드를 통과했다. 아프리카 BJ인 '과즙세연'은 신체가 드러난 옷을 입고 섹시한 춤을 추는 콘텐츠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게 대표적이다. '과즙세연'은 남성 앞에서 우유를 들고 섹시한 춤을 추며 '라이브 방송' 대결에서 살아남았다.

또 다른 여성 출연진인 '표은지'는 성인 잡지 모델로 활동하며 유튜브에서 파티룩, 코스프레 룩북으로 유명세를 탄 인플루언서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도 섹시한 룩북을 선보이며 속옷만 입은 채 여러 섹슈얼한 스타일링을 연출해 라운드를 통과했다. 두 여성의 콘텐츠는 출연진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남성 출연진들은 "혼자 있을 때 보겠다"며 그들의 영상을 다른 출연진에게 대신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여성 출연진의 섹시 콘셉트는 3라운드 '피드(SNS 프로필 페이지) 사진 찍기'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단기간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경쟁에서 여성 참여자 5명 중 세 명이 노출을 선택했다. 그들은 섹슈얼한 자세를 취하거나 신체 일부를 적나라하게 보이며 피드를 꾸몄다. 전체 사진을 모아놓자 한 출연진이 "가슴만 몇 개냐"고 할 정도였다.

반대로 자신만의 콘셉트를 유지한 여성 출연진에게는 좌절을 안겼다.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는 주 무기인 메이크업을 살려 다양한 피드 사진을 선보였다. 하지만 다른 출연진의 노출 사진을 보고 "다들 도파민에 절어졌다. 나라도 (가슴이 나온)이 사진을 먼저 본다"고 반응하며 "나는 떨어질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가 보는 OTT 플랫폼 아닌가. 이런 식의 연출과 장면, '섹시 콘셉트'를 내건 여성 인플루언서들을 조명하는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최근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AV 배우, 아프리카 BJ들이 등장하며 음란물과 '벗방(벗는 방송의 줄임말)'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 그럼에도 <더 인플루언서> 이들을 출연시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결국 <더 인플루언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콘텐츠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과 영향력에 대한 고민 없이 이를 단순한 오락거리로 치부했다. '과즙세연'은 해시태그를 선점해야 하는 라운드 대결에서 "지난해 수익이 32억 원이었다. 1등이라는 해시태그는 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를 부러워하는 출연진들의 표정을 담았다. 무엇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드냐 보다 '돈이 되는 콘텐츠'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출연진들의 발언 역시 셀 수 없이 많이 등장한다.

프로그램은 인플루언서를 두고 '당신(대중)의 관심을 받아 탄생했고 당신(대중)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자극을 쫓아 맹렬히 '어그로'를 끄는 그들은 어디서, 어떤 관심을 받고 탄생한 것일까. 그리고 또 방송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더 인플루언서>는 끝내 어떤 답도 내놓지 못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43050?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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