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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마약 공범 세명이 "세관 직원" 말하고, 두명은 같은 인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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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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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된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 A와 B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서로 일치했다.

2023년 1월 27일 오전 7시33분. 승객 232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672편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환승객 14명을 제외한 218명이 제2터미널 입국장으로 들어왔다. 여기엔 A(37세. 여)와 B(45세. 여), C(46세. 남)를 비롯해 마약 유통책 6명이 있었다. 이들은 필로폰을 몸에 부착하고 있었다. 총 24kg에 달하는 양이었다.

2023년 1월 27일 인천공항과 서울 명동

비행기 탑승 약 세 시간 전, 쿠알라룸푸르 공항 인근 가옥에서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과 부하들은 유통책 6명의 종아리와 허벅지, 배 등에 비닐봉지에 소분한 필로폰을 1인당 4kg씩 부착했다. 이때 사용된 박스테이프가 1인당 4통에 달했다. 유통책 6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총책은 필로폰을 부착한 A와 B의 전신사진을 찍었고, 미리 준비한 겨울 패딩과 신발을 착용하고 캐리어를 들게 한 후 또 전신사진을 찍었다. B가 왜 사진을 찍느냐고 물었다. 총책은 "이것을 한국 보스에게 보내주면 다시 세관에게 보내주고,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들을 찾을 것이다. 너희가 알 바 아니다. 세관 직원들이 먼저 너희들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총책의 말대로 될까? 자칫 잡히는 거 아닐까?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 입국심사대를 지나 세관구역 직전 로비에서 유통책 4명이 모여 불안하게 서성였다. "CUSTOMS(세관 직원)" 복장을 한 남자 2명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면서 다가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중 한명이 C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C는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세관 직원 복장의 남자는 뒤를 가리켰다. 그쪽 구석에 아직 만나지 못한 유통책 2명이 서 있었다.

이렇게 다시 모인 6명은 세관 직원 복장 두 남자를 따라갔다. 그중 5명은 다른 승객들이 유도되는 통로가 아닌 4번과 5번 세관 검색대를 통해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B는 허벅지 압착으로 피가 흘러나와 잘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졌다. 세관 직원들은 그런 B도 세관신고서 접수장소를 통해 빼냈다. 이 과정에 작은 돌발상황도 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유통책 6명은 택시 3대에 나눠 탔다.

오전 10시경 미리 예약해두었던 서울 명동의 호텔에 도착한 6명은 1301호실에서 몸에 부착한 필로폰을 떼어냈다. 한 명이 몸에 붙은 테이프를 떼는 도중 피를 많이 흘려 약국을 찾다가 호텔 앞 편의점에 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필로폰을 모두 풀어헤쳐 총 4묶음으로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총책이 위쳇을 통해 근처 위치와 차량번호를 찍어주며 벤틀리를 탄 한국 보스에게 전해주라고 지시했다. A와 다른 한명이 필로폰을 들고 갔다. 골목에 검정색 벤틀리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옆머리를 올려친 잘생긴 30대 젊은 남자와 미모의 20대 여자가 타고 있었다. 트렁크가 열렸고, 필로폰 24kg이 무사히 실렸다.


급변한 수사 환경...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이상은 A와 B가 털어놓은 2023년 1월 27일의 큰 줄거리다. 수사팀은 고민에 빠졌다. A와 B의 진술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우선 명동 행적부터 검증해보기로 했다.


9월 9일 두명을 데리고 명동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결론은, 꽤 신빙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천공항 행적을 검증해볼 차례였다. 9월 22~24일 사흘에 걸쳐 인천공항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진술과 상황이 상당부분 들어맞았다. 더 나아가 A는 세관 직원들의 얼굴을 보고 세 명을 지목했다. 그는 "목숨 걸고 마약을 매고 왔는데, 입국을 도와준 세관 직원들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9월 11일 세관 연루 가능성을 상부에 보고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수사팀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9월 20일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현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은 "용산에서 사건 내용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22일로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 10월 6일로 브리핑이 잡히자, 그 전날(5일) 서울경찰청에 의해 보도자료에서 세관 내용이 모두 빠졌다. 그날 오전 강상문 서울경찰청 형사과장(현 영등포경찰서장)은 "지휘부에서 마약수사대로 사건 이관을 검토하라는 말씀이 있었는데 내가 이관을 막고 있었다"면서 이관 가능성을 언급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지휘라인이 아니었던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현 수원남부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경찰이 관세청을 수사하면 제얼굴에 침뱉는 것' 등 발언을 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또다른 공범의 등장

그 즈음, 수사팀은 A와 B의 진술에 등장하는 유통책 C가 이미 검거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C는 1월 27일 사건 한 달 뒤인 2월 27일에도 다른 조직원 2명과 함께 필로폰 7.2kg을 몸에 부착한 채 김해공항으로 들어오다가 현장에서 세관에 체포된 상황이었다. A, B의 진술과 같은 수법이었다. C는 8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8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했던 혐의에는 2월 27일 김해공항 밀반입만 있을 뿐, 1월 27일 인천공항 밀반입은 없다.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은 C를 조사했다. 1월 27일 건도 실토했다. 그의 진술에도 세관 직원의 도움이 등장했다.

수사팀은 C와도 인천공항 현장검증을 나갔다. 그 역시 상황을 동일하게 재현했고, 세관 직원 두 명을 지목했다. 앞서 A가 지목한 세 명과 동일 인물이었다. 미리 현장검증영장을 발부받은 수사팀은 이 과정을 모두 녹화했다.

공범 세 명이 같은 진술을 하고, 두 명은 동일한 인물을 집어내는 상황. 더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수사팀 상황은 이미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언론 브리핑은 10월 10일로 다시 연기됐다. 10월 6일 아침 인천공항세관 통관2국장과 감사과장이 찾아와 "관세청장이 지시해서 인천공항세관장은 서울경찰청장을 만나러 갔고, 우리들은 과장님을 만나러 왔다"면서 브리핑에서 세관 언급을 안하면 안되느냐고 했고, 백해룡 경정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답한다. 몇시간 뒤 서울경찰청 폭력계장이 수사팀을 찾아와 "지휘부에서 영등포 사건을 마약수사대로 이관 검토 끝냈다"고 말한다. 그날 오후 폭력계장은 전화로 "이첩 지시 떨어졌다, 지방청 형사과장님이 흘러가는 대로 따르라고 말씀하셨다"고 통보했고, 백 경정은 "따르겠다"고 답한다. 백 경정은 수사팀에 이첩 사실을 알리면서 "저항하는 모습 보이지 말라, 모든 수사 중단하라"고 전달한다. 이제 수사팀은 해체 수순.

예정된 10월 10일 언론 브리핑. 세관 관련 내용이 모두 빠진 보도자료로 브리핑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백 경정은 기어이 "세관 구역 통과 과정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한다.


관세청 "마약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

관세청은 A, B, C 진술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7일 관세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마약운반책들이 '세관직원이 도와주었다'고 허위진술을 하는 것은 마약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마약운반책의 진술 번복, 진술과 근무상황과의 큰 차이, 마스크 착용근무 및 마약 밀수 조직의 전형적인 수법 등을 고려할 때 혐의 개연성이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관세청은 "수사기관 간의 자중지란은 마약조직들이 바라는 바"라며 "마약운반책들의 진술만으로 마약단속 직원들을 확정범처럼 취급한다면, 앞으로 관세청의 국경단계 마약단속 체계는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청은 "마약운반책은 앞으로도 세관직원 명단을 입수해서 같은 수법을 쓸 것이며, 궁극적으로 마약운반책들이 직원들에 대한 징계·좌천권을 쥐게 되는 결과까지 우려된다"면서 "우리청이 징계와 인사조치에 신중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핵심 피의자인 세관 직원을 직위 해제 조치했다가 한 달 만에 복귀시켰다. 이 직원은 자신의 휴대폰과 다른 사람 휴대폰 두개를 수차례 초기화해서 사설 포렌식 업체에 복구를 맡겼다가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은 후 휴대폰을 수사팀에 제출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43061?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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