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SBS, 개막식에서 '자매애' '여류' 자막
"시술할 거냐" 임시현 선수 '외모 지적' 인터뷰
②MBC, '다관왕'에서 안산 선수만 누락
공식 사과도 없이 나흘 뒤 "실수" 해명
③'XY염색체' 권투선수 보도, 소수자 혐오
지난달 26일 파리 올림픽 개막식. 센강 양옆에선 프랑스 역사 속 위대한 여성 10명의 황금 동상이 차례로 공개됐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 정치인 시몬 베유를 비롯해 변호사, 운동선수, 영화감독 등 프랑스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장엄하게 소개한 이 섹션은 개막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혔다. 여성이 전무했던 분야에 처음 도전하거나 임신중지(낙태) 합법화 등을 이끌며 성차별과 인권 탄압에 맞서 사회 발전에 헌신한 페미니스트들이다.
SBS는 개막식을 중계하며 이 섹션에 '페미니즘' 대신 ‘박애(자매애)’라는 자막을 달았다. 여성들의 사회적 기여와 성취를 강조한 취지와 달리 그들의 업적을 ‘여성들의 우정’ 정도로 축소한 것이다. MBC가 이 섹션을 ‘여성의 힘’으로, KBS는 ‘프랑스의 여성들’로 소개한 것과도 대조적이었다. SBS는 10명 중 한 명인 작가 크리스틴 드 피장을 소개하는 자막에서 ‘유럽 최초의 여류 작가’라는, 낡은 성역할을 전제로 한 단어인 ‘여류’라는 단어를 썼다. SBS는 같은 달 27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양궁 임시현 선수의 턱에 있는 활 자국을 지적하며 "시술할 생각 없냐"며 선수의 외모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MBC는 ‘안산 지우기’ 의혹을 받았다. MBC가 지난달 28일 양궁 남자 개인전을 중계하며 띄운 ‘역대 최다 금메달 획득 선수’ 그래픽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양궁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산 선수가 누락됐다.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다운 행동 때문에 성차별주의자들의 표적이 된 만큼 MBC가 의도적으로 안 선수를 배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안 선수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머리를 짧게 잘랐다는 이유로 온라인 괴롭힘을 당했을 때도 외신은 ‘온라인 학대’로 규정했으나 한국 언론은 ‘젠더 갈등’이라며 안 선수가 피해자라는 점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
나흘간 침묵한 MBC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이 사안을 질문한 기자들에게만 “고의 누락이 아닌 실무자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28일 양궁 여자 단체 8강전을 앞두고 양궁 다관왕을 소개하는 그래픽에는 안산 선수가 포함됐다는 게 MBC의 설명이다.
성차별적 표현도 반복됐다. 자녀가 있는 여성 선수를 ‘엄마 총잡이’(공기소총 김예지·금지현)라고 칭한 것은 성별·자녀 유무 등 운동능력과 무관한 정체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 선수를 '셔틀콕 황제'가 아닌 ‘셔틀콕 여제’로 부른 것도 '황제=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에 기반한 표현이다. 탁구 동메달리스트 신유빈을 '삐약이'라 부르는 것에도 그를 '귀여운 존재'로 낮잡아 보려는 시선이 깔려 있다.
소수자 혐오 보도 논란도 컸다. 여성 복서인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와 대만의 린위팅이 남성 염색체인 ‘XY염색체를 가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 제목으로 달고, 논란이 발생한 배경과 의학적 사실관계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의사인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선수가XY염색체를 가졌다 해도 의학적으로 남성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도 언론이 팩트를 짚지 않고 소모적 논란 위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해외 언론은 성차별 해설자 즉시 해고
반면 해외 언론은 올림픽 중계 해설자의 성인지 감수성을 민감하게 따졌다. 유럽 기반의 다국적 스포츠 채널인 ‘유로스포츠’는 수영 자유형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호주 선수들에게 성차별 발언을 한 해설자 탑 발라드를 해고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수영장을 떠나는 선수들을 향해 “여자들이 어떤지 알지 않나.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화장하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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