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앞세운 다큐멘터리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15일 개봉·감독 윤희성)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박 대통령과 육 여사의 생애 탓이 아니다. 정당한 역사적 조명이 마땅한 두 인물을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상물로 만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목련’은 박 대통령과 육 여사라는 중심 인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는 현대사를 갈지자로 오가다 길을 잃었다. 정식 개봉 영화로 보기 어려운 기초적인 실수도 이어진다. 내레이션과 화면은 자주 어긋나며 일부 문장은 읽다가 중도에 끊긴다. 재연 장면은 대사와 연기, 연출이 모두 어설프다. 박 대통령과 육 여사를 칭송하는 내레이션을 들려주지만 정작 영화적 화법으로 풀어내지 못해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영상물은 후반부에 이르면 마무리가 급해 호흡이 더 가빠진다. 1974년 8월 육 여사 서거 직후 장례식장을 비추는가 싶더니 1965년 7월 23일 김포공항을 보여준다. 이승만 대통령 유해 송환 장면이다. 좀전에 서거한 육 여사가 다시 등장하더니 곧바로 14년을 건너뛰어 1979년 11월 3일 박 대통령 국장(國葬)으로 이어진다. 어리둥절한 관객에게 어떤 설명도 주어지지 않는다.
‘건국전쟁’을 보고 자극받아 제작에 나섰다는 김흥국은 기자간담회에서 “마동석이 봐주면 이 영화는 천만 간다” “다큐멘터리의 금메달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개봉을 육 여사 서거 50주년에 맞추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윤희성 감독조차 “좀 창피할 정도로 어설프다”고 말했다. ‘목련’은 제작자와 연출자가 “부족하다”면서도 “금메달감”이라고 하는 불고염치(不顧廉恥)한 영상물이다. 그 대상이 박 대통령과 육 여사라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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