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2도 낮춰주는 게 어딘데···그늘막마저 지자체별 빈부격차
4,362 2
2024.08.13 08:18
4,362 2

지난 10일 강원 강릉시 강릉역 앞 횡단보도에서 관광객들이 좁은 스마트그늘막의 그늘 안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지난 10일 강원 강릉시 강릉역 앞 횡단보도에서 관광객들이 좁은 스마트그늘막의 그늘 안에서 뙤약볕을 피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다른 폭염대책들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다수 시민들의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그늘막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름철 거리 풍경이다. 그늘막은 폭염 시에 2도 넘게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쉽고 간단하면서 효과도 큰 대책이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크고 지역으로 갈수록 더 찾아보기 어렵다. 냉방기를 갖추지 못했거나 노후 주택에 살고 있는 고령 취약계층에게 필수적인 무더위쉼터 역시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폭염대책의 지역 격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 강릉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2.4도까지 올라갔던 지난 10일, 강릉역에서 도심 방향으로 건너기 위해 서있던 횡단보도 주변에선 나무 그늘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멀찍이 다른 횡단보도 주변에 설치된 작은 스마트그늘막에서는 관광객 6~7명이 좁은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관광객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려 하는데 그늘이 없는 횡단보도에 서있다보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면서 “그늘막이나 가로수 그늘만 있어도 조금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전남 나주의 한 그늘막 모습. 이홍근기자

지난 9일 전남 나주의 한 그늘막 모습. 이홍근기자

 


지난 9일 찾은 전남 나주도 비슷했다. 나주역과 나주시청이 있는 도심 지역엔 곳곳에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도심을 벗어나자 그늘막을 찾기 힘들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나주로 이사 온 A씨(30)는 “나주는 시골이다보니 건물이 다 낮아서 도로에 그늘이 없다”면서 “그러다보니 원래 양산을 안 쓰는데 여기선 꼭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은 군데군데 카페도 많고 지하시설도 있어서 해를 피할 수 있는데 나주는 차가 없으면 다니기가 힘들다”고 했다.

 

■잠시 서 있을 그늘막도 지역별로 천차만별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강릉은 2012~2020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서 온열질환자의 길가 발생이 가장 많았던 도시다. 강릉은 1위로 34명이었고, 의정부 33명, 대구가 30명으로 뒤를 이었다. 강릉 인구가 약 20만8000명, 의정부 약 46만명, 대구 인구가 약 236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강릉은 인구 대비 온열질환자의 거리 발생 비율이 높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여름에도 지난 5월20일부터 8월10일 사이 강릉에서는 온열질환자가 23명 발생했는데, 이는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수다. 전남 나주는 충북대와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불안 지표를 반영한 폭염 취약성 평가’ 논문을 보면 전국에서 6번째로 취약한 도시로 선정된 곳이다. 인구는 약 11만7000명이다.

 

지난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버스터미널 건너편 그늘막 아래서 잰 온도. 그늘 밖보다 온도가 2도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범기자

지난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버스터미널 건너편 그늘막 아래서 잰 온도. 그늘 밖보다 온도가 2도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범기자

 


강릉에서 그늘막 아래 그늘과 그늘이 아닌 곳의 온도를 비교해보니 각각 33.1도와 35.3도로 2.2도가량이 차이 났다. 나주에서도 각각 29도와 31.5~31.7도로 2도 넘는 차이를 보였다. 폭염 시기의 2도는 무시할 수 없는 큰 차이다. 기온이 1도 오르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2% 높아지며 뇌졸중 사망자가 2.3~5.4% 증가하고,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1.3%씩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격차가 컸다. 나주 혁신도시와 강릉 도심지역 등에서는 비교적 그늘막이 많이 설치돼 있었고, 버스터미널 등에는 쿨링포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주역에서 시청까지 걸어가는 10분 동안 그늘막이 6개 보인 반면, 시청부터 나주 향교까지는 약 40분을 걷는 동안 단 한 개만 설치돼 있었다. 나주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그늘막 설치에 대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략

 


지자체들은 행안부 지침에 따라 이용자가 많고, 인도의 폭이 3m 이상이고, 보행에 지장이 없으며, 차량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지장이 없는 곳 등을 선정해 그늘막을 설치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가 폭염 대응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또 재정 여건에 따라 설치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온열질환자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폭염에 얼마나 취약한지가 그늘막 설치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강릉시에 설치된 그늘막의 수는 스마트그늘막을 합해 132개로, 인구가 절반가량인 나주시의 222개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인구가 28만명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276개에 비해서는 절반 미만이다.

 

서울의 경우도 전체 그늘막 3444개 가운데 강남 3구에는 각각 200개 이상이 설치돼 있다. 반면 마포, 서대문, 강북구 등은 70개 남짓에 불과하다.

 

폭염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우는 지자체로는 서초구나 대구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그늘막을 선보인 서초구의 경우 그늘막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쿨링벤치까지 설치하고 있고, 워낙 더워 별명이 대프리카인 대구시도 그늘막, 쿨링포그 등의 수를 늘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 중랑구, 은평구 등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지하철역 부근이나 공원 등에서 생수를 배포하기도 한다.

 

무더위쉼터는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을 위한 대표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더위쉼터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에 지정만 해놨을 뿐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일부 지역에서는 노인회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무더위쉼터까지 가기가 너무 먼 경우도 있고, 공원 정자 등으로 지정된 야외 무더위쉼터는 폭염 시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염대책, 취약한 지역부터 강화해야

 

정부·지자체의 폭염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폭염 증가로 인한 악영향이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충청, 전라, 경상도 등 상대적으로 폭염대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대도시는 폭염 영향이 크더라도 이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반면 중소도시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생략-

 

전문가들은 지자체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인 폭염대책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간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재정적 수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종화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의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그늘막 설치 등과 같은 가장 대표적인 폭염 대비책도 지역에 따라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일이 발생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지역의 제도적 형평성에 대한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열질환자 수 공간 분포도.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32/0003314546?ntype=RANKING&sid=001

목록 스크랩 (0)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마몽드💚]🌱마몽드 어메이징 딥 민트 클렌징밤 체험단 이벤트🌱 534 10.23 28,43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237,15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982,05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042,375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404,02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5,024,20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007,77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4 20.05.17 4,604,74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0 20.04.30 5,057,09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787,57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36492 이슈 로제 주요 음악시장 국가 중 처음으로 1위 소식 뜬 나라 (솔로가수로는 싸이 이후 처음) 19:38 20
2536491 이슈 11월 1일 집대성 게스트 - 지드래곤, 태양 1 19:37 46
2536490 이슈 어느 영화 속 딸 장례식에서 밝혀진 비밀 19:37 158
2536489 이슈 치열해 보이는 에스파 윈터 Whiplash 입덕직캠 썸네일 투표 3 19:37 74
2536488 이슈 아기판다가 품에 안기는 삶 5 19:35 616
2536487 이슈 케톸이랑 X에서 너무 하다고 말 나왔던 하이브 리뷰 보고서 내용 1 19:35 488
2536486 이슈 [자체자막] 한국의 인기 아이돌! 골목에서 곰 3마리를 마주친다면? tripleS(트리플에스) VV 편 19:34 78
2536485 이슈 [조동아리] 정형돈이 직관한 촬영장 미방분 썰 총정리ㅣ제작진도 누군지 궁금해 미칠 지경... 19:33 478
2536484 유머 훗카이도 다녀온 친구의 선물.jpg 24 19:31 2,253
2536483 이슈 KFC 갤러리의 광기 8 19:30 1,001
2536482 이슈 2006년과 2023년의 앤 해서웨이 3 19:28 553
2536481 이슈 한정 판매로 24시간 만에 3억을 번다는 24살 4 19:28 2,217
2536480 유머 푸바오💛🐼 나는 아기맹슈다 맹슈다 크와아앙 7 19:26 604
2536479 이슈 덬들은 이세영 파야? 라미란 파야?.twt 24 19:25 1,492
2536478 유머 ??사태파악중인데 그래서 하이브가 이짓한거야?(케톡) 35 19:23 2,888
2536477 유머 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 펀딩 여론 갈라치기 시작한 듯.jpg 31 19:23 2,731
2536476 유머 한국을 뜨리 진짜로, 호주가서살란다 외노자 할란다 6 19:23 1,321
2536475 이슈 대한민국 여자축구 A대표팀 한일전 평가전 등번호 발표 2 19:21 241
2536474 이슈 네이버 지도에서 독도의 날 기념으로 지도에 독도 아이콘 표시해줌 8 19:20 829
2536473 이슈 반다이(bandai)에서 나오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화장품 15 19:20 1,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