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8월 12일 도쿄- 오사카행 일본항공 123편이
정비 결함으로 인한 수직 꼬리날개 파괴 유실로 조종 통제력 상실
이륙 후 30분 가량 활공 후 군마현 오스타카산 정상 부근에 추락한 사고 오늘로 39주기
생존자 4명 중 1명, 당일 휴무였으나 승객으로 탑승했던 비번 승무원 오치아이 유미(落合由美, 당시 26세)씨의 증언
이륙하자마자 저는 기내에 비치된 여성 주간지를 읽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여성이나 아이들의 모습이 많은 듯하여 원래 이 노선 분위기와는 좀 다르다는 인상은 있었습니다. 제 자리 주위에도 젊은 여성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금연 싸인은 곧바로 꺼졌습니다만 좌석 벨트 싸인이 사라지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느덧 상승이 끝나고 수평비행으로 바뀐다는 생각이 들 무렵, '펑-'이랄까, 아무튼 꽤 큰 소리가 났습니다. 티비 드라마 등에서 피스톨을 쏘았을 때에 귀에 울리는 것 같은 소리입니다. 폭발음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펑-'입니다. 급감압은 없었지만 귀를 막고 싶어질 정도의 몹시 거슬리는 소리. 그 외에 기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이상은 별로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그 소리는 제 자리 조금 뒤쪽 천정 근처에서 난 것처럼 느꼈습니다만, 거기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퍼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무심코 천정을 올려보았습니다. 하지만 진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체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승객들 사이에서 당황하여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여자 목소리의 꺄- 하는 소리 정도의, 일순간 목에 막힌 것 같은 소리. 그렇다고 해서 소란스러워지거나 비명이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귀가 아픈 것은 아니고 공기가 들어찬 느낌이었습니다. 전망대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와 같은 느낌. 그러나 그것도 곧바로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펑'하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산소 마스크가 자동적으로 일제히 떨어져 내렸습니다. 점보기인 경우, 좌석수 플러스 알파로 마스크가 떨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제가 앉아있던 56열의 2좌석에는 3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기내에 일제히 떨어져 내려 마스크가 여기저기 제멋대로 흩날리고 있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착용하면 산소가 나오고 있어 입가 주머니 부분이 부풀었습니다. 산소가 나오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마스크가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즉시 녹음방송으로 "지금 긴급 강하중.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라고 일본어와 영어로 안내가 나왔습니다. 마스크 착용방법은 잘 표시되어 있어 착용을 끝낸 승객들이 서로 도와주거나 해서 곤란함은 없었습니다.
벨트에 대한 지시는 없었습니다. 담배를 끄라고 하는 멘트는 없었습니다만 금연 싸인은 자동적으로 켜진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륙한지 얼마되지 않아 꺼져있었음이 분명한 금연 싸인이 다시 들어와 있었으니까.
긴급 강하중이라고 했지만 몸에 느껴질 정도의 급격한 강하는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기압이 떨어지거나 하면, 산소 마스크가 떨어져 내려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급감압은 무엇인가가 부딪치거나 충격이 있어 기체가 망가졌을 때에 일어난다고 배우고 있었으므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상상해 보아도 딱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산소 마스크가 떨어져 내리는 광경은 훈련에서는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 경험하는 것은 물론 이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역시 '펑' 하는 소리와 동시에 흰 안개 같은 것이 나왔습니다. 꽤 진해서 앞쪽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입니다. 제 자리 근처는 그렇게 짙지는 않았습니다만 좀 더 앞쪽의 좌석 번호 47,48쯤이 짙어보였습니다. 문득 보니 전방 스크린 좌측 통로에 승무원이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안개 같은 것은 몇 초만에 다시 사라졌습니다. 산소 마스크를 착용하고서 주변을 둘러 보았을 때에는 이미 없었습니다. 흰 안개가 흐르는 것 같은 공기의 흐름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사라졌다는 감각이랄까. 딱히 냄새도 없었습니다. 이런 흰 안개랄지 수증기 같은 것이 나오는건 급감압이 일어났을 때의 현상이라는것도 물론 훈련 중에 배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승무원도 각자의 좌석에 앉아 산소 마스크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잠시 후에는 승객의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시켜주거나 하면서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여분의 마스크를 입에 대고 있었습니다. 마스크의 튜브는 늘리면 꽤 길어집니다. 3열 정도 한개의 마스크를 붙인 채로 돌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이 때도 수하물 등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기체의 흔들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뭔가 일이 일어난 것이라 생각되어 저는 산소 마스크를 한 채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공표된 이른바 '오치아이 증언'에서는 객실 승무원석 아래의 기압 조절구멍이 열렸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제 좌석으로부터는 기압 조절 구멍은 안 보이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열렸는지 어떤지 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문득, 화장실 앞 복도 가로천장의 벽이 거의 전부 비틀어져 어긋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화장실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만 그곳의 벽이 푹 빠져 있어서 다락방 문이 열린 것 같은 느낌으로 보였습니다. 벽이 뜯겨졌거나 부서진 게 아니라 이음매가 빗나간 듯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벽이 빠진 너머 건너편에 운동회에서 사용하는 캔버스 텐트 천 같은 것이 흩날리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오프화이트의 두꺼운 천 옷감 같은 것입니다. 박음질이 많은 커텐 같지도 않고 한 장의 옷감을 늘어뜨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정비하는 사람에게 들었습니다만 기내의 플라스틱 패널 뒷 쪽에는 그러한 천 내장재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팔랑팔랑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로부터 기체 바깥이 보인다거나 푸른 하늘이 들여다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또 하나, 제 머리 위 조금 앞쪽 천정에는 정비 수리때 열 수 있는 50센치 정도의 직사각형 구멍이 있어서 원래는 덮개가 달려 있습니다만, 그 덮개가 제 쪽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망가져서 뜯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무엇인가 충격의 여파로 열렸다는 느낌입니다. 내부는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하물칸의 덮개가 열린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무렵에는 승객들은 모두 산소 마스크를 입에 대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는 없었습니다. 산소 마스크를 착용해 열심히 숨을 쉬면서 매우 불안한 듯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하거나 창 밖을 보거나 하고 있었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났는지 어떠했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언제 점등되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EXIT 비상구]를 나타내는 비상 라이트가 켜져 있었습니다. 좌석 위 작은 에어컨 구멍으로부터 공기가 나오고 있었는지 어땠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독서등을 켜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지 어떠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시간적으로는 이제 어두워질 때이기 때문에 켜고 있는 사람이 있을 법도 했었지만 딱히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하고 있는 도중에도 비행기가 강하하고 있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천천히 좌우로 크게 선회하고 있는 것 같은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산소 마스크를 착용하고나서 잠시 후부터 였습니다.
'펑'하는 소리가 나고부터 아마 10분 정도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무렵에는 산소 마스크를 벗어 보아도 호흡 곤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승객은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는 변함없이 선회를 반복하면서 좌우로 기체 기울임이 계속됩니다. 진동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쨌든 반복해서, 좌우로 천천히 기울면서 흔들림이 계속되었습니다. 크게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라거나 덜컹덜컹 흔들리는 것도 아닌 슬로우입니다. 흔들림이 점점 격렬해지지는 않고 그대로 느린 움직임이었습니다.
제 자리에서 가까운 왼쪽 창문으로부터 보이는 것은 흰 구름뿐이었습니다. 꽤 두꺼운 구름이라 땅이 내려다보이지 않았습니다.
승객들은 창 밖을 바라보거나 승무원에게 "괜찮은가"라고 묻는 분도 계셨습니다. 기내 모습은 절망적인 분위기라거나 패닉은 아니고, 이 단계에서는 아직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만, 조종석으로부터의 연락이나 안내 멘트가 아무것도 없어서 모두 어느 정도 불안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더 이상 마스크로부터 산소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전 제가 비행 중 기내식 서빙을 하고 있었을 때, 한 승객으로부터 산소 마스크는 몇 분 정도 지속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전원이 들이마셨을 경우 18분 정도의 용량일 것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기에, 확실히 그 정도 시간이 경과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산소가 나오지 않게 된 후에도 그대로 마스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그 때 쯤에 제 뒤의 L5도어(좌측 5번째 맨 마지막 비상구) 담당 승무원이 주위 승객들에게 "좌석 아래 있는 구명조끼를 꺼내서 착용해 주세요"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 지시가 어디에서 왔는지는모릅니다. 보통때라면 조종석으로부터의 연락은 사무장을 통해 각 객실 승무원에게 전하거나, 갑작스러운 비상시에는 승무원석의 전화가 전부 조종석과 동시에 연결되어 받을 수 있는 '올·콜'로 오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구명조끼 착용 지시는 기내 방송이 아닌 승무원이 구두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승무원이 착용하고서 이와 같이 착용합니다 라고 방법을 가르치며 좌석을 돌게 되어 있습니다. 이때도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앞쪽에서도 일제히 구명조끼를 입기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승무원이 구두 지시로 좌석 앞 포켓에 있는 '안전여행에 대한 안내'를 보면서 구명조끼를 입어 주세요 라고 주위에 전달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좌석 밑에서 구명조끼를 꺼내서 머리부터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하네다공항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구름 위이고 고도도 높아서, 조금 무리인 것이 아닐까 라고 점점 불안에 떨게 되었습니다.
구명조끼가 좌석 아래에 있는 것을 모르는 승객이나, 알고 있더라도 잡아 당겨서 꺼내는 법을 모르는 승객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와 가까운 곳에도 구명 조끼 착용법을 몰라서 당황하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가 되어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승객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 승객은 그때야 좌석 포켓 속의 '안전 여행에 대한 안내'를 꺼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옆자리인 창가 좌석에 있던 K씨(남성)가 "승무원 분이십니까"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K씨가 구명조끼를 입는 것을 도왔습니다. 매우 냉철한 분이었습니다. K씨는 본인의 착용이 끝나자 좌석으로부터 손을 뻗어 앞뒤 근처 승객의 착용을 도와 주셨습니다.
저는 통로로 나와, L5도어 담당 승무원과 함께 다른 승객들을 안내하면서 기내를 돌았습니다. 그녀가 제 자리보다 뒤 쪽을 보고, 저는 앞 2열 정도의 좌우의 승객에게 지시하며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무렵이 되면서부터는 기체 흔들림이 커지기 시작해서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격렬한 흔들림이 아니라 이전처럼 좌우로 기을어지는 흔들림입니다만 그 각도가 점점 커지면서, 두세걸음 걷다가 승객의 좌석에 잠깐 기대어 앉고, 그리고 다시 두 세걸음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똑바로 걸으면서 한번에 근처를 모두 둘러본다는 것은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구명조끼는 비행기가 수면에 착수하여 정지한 후에, 밖으로 탈출하고 나서 부풀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기내에서 부풀려 버리면 기내에 물이 찼을 경우 흘러 떠다니면서 탈출이 불가능 하게된다거나, 몸을 굽혀서 무릎 사이에 머리를 끼우는 안전 자세를 취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자리의 주위에도 이미 부풀려 버린 승객이 4, 5명 정도 있었습니다. 모두 남자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여성 쪽이 냉정한 것 같습니다. 울 것 같이 되어 있는 것은 남성이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인상 깊었던 일입니다. 구명조끼를 부풀게 해 버린 젊은 남성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무기력한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만, 이미 부풀려 버린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그대로 착용하고 있어도 좋습니다 라고 말하며 안전 자세를 취하도록 하였습니다. 한 명이 조끼를 부풀리면, 그 옆의 손님도 부풀게 해 버리게 됩니다. 다른 승무원도 저도 그리고 제 옆의 K씨도 "구명조끼를 부풀리지 마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기내에는 약간의 빈 자리가 있었습니다.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사람은 더욱 불안하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질문이 오지 않았습니다만, 제복을 입고 있던 승무원에게는 승객으로부터 여러 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괜찮은 것인지",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가" 라고 묻고있던 것은 남자분들 뿐이었습니다. 가족동반의 여성은 남성분이 함께였던 때문인지, 그러한 경우에서도 남자분들이 여러 가지를 질문하고 있었습니다.
승무원은 승객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도록 가능한 한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아도 "절대 괜찮습니다. 저희들은 그만한 사태에 대비한 훈련도 받고 있습니다. 절대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객실이 패닉에 빠지는 일은 없었지만, 웃는 얼굴은 찾아볼 수 없고 그녀들의 얼굴도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용 작은 구명조끼가 위쪽의 선반에 있습니다만, 이미 그것을 꺼낼 여유도 없어서 어른용 조끼를 착용시켰던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라고 하는 소리. 크지는 않았습니다만 길게 끄는 비명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성인 승객은 외치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소리도 나오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안과 긴장이 기내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전원이 구명조끼를 다 입기까지 5분 남짓 걸렸습니다. 착용을 완료한 분들은 주변의 다른 승객을 돕거나 하고 있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동안에 승무원 목소리로 안내방송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비상착륙하게 될 것 같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관제탑으로부터의 교신은 캐치되고 있습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제 상상으로는 아마도 2층 구역 담당 어시스턴트가 조종실에 들어가 상황을 듣고 온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흔들림은 갈수록 커졌습니다. 이미 잠시도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구명조끼를 다 입자마자 모두 일제히 안전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럴 때에는 안경은 벗거나 날카로운 물건은 좌석 앞 포켓에 넣고, 윗도리가 있으면 충격시 보호할 수 있도록 착용해 주세요 라고 지시합니다만 그런 여유도 없었습니다.
저는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L5의 승무원도 통로 건너편 두칸 뒤 빈 자리에 앉았습니다. 안전 자세는 고개를 숙여 무릎 사이에 넣고 발목을 잡는 자세입니다. 뒤의 승무원도 나도 좌석에 앉아 큰 소리로 몇번이나 외쳤습니다. "발목을 잡고 머리를 무릎사이로!" "전신 긴장!" 전신을 긴장시키는 것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때에는 "···해 주십시오"라는 식의 높임말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스모선수나 임신해서 배가 큰 여성인 경우는 허리를 굽히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에, 반대로 등을 쭉 펴고 다리로 강하게 바닥을 지탱하며 좌석 등받이로 상체를 억누르는 안전 자세 방법도 있습니다만, 당시에 그러한 자세를 하고 있는 승객은 없었습니다.
안전 자세를 취하기 직전, 저는 옆자리 K씨에게 말했습니다. "긴급 착륙 후, 혹시라도 제가 만약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 뒤쪽 L5도어를 열어서 승객들을 안내해 주세요"라고. K씨는 "맡겨 둬 주세요"라고 매우 침착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K씨와 말을 주고 받은 것은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그리고 그 때, 창 밖의 약간 아래로 후지산이 보였습니다. 상당히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이 루트를 비행할 때 가장 가깝게 보인 정도로 근처였습니다. 저녁 무렵 어스름이 걸린 산 표면에 흰 구름이 걸려 있었습니다. 왼쪽 창의 조금 전방으로 보인 후지산은 순식간에 옆을 지나쳐 후방으로 움직여 갔습니다. 후지산이 정확히 창가 바로 옆에 왔을 때 쯤에 저도 안전 자세를 취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힐끗 바라본 기내에는 산소 마스크 튜브 대부분이 좌석 아래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마스크를 댄 채로 안전 자세를 취한 승객이 대부분이었던지는 모르겠습니다. 안전 자세를 취한 채로 좌석에서 기체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배가 흔들리는 정도가 아닙니다. 아주 격한 흔들림입니다. 그러나 상하 진동은 없었습니다. 앞 자리 쪽에서 몇살 정도인가 확실하지 않지만 어떤 여자 아이가 '꺄아-'라고 외치는 것이 들렸습니다. 들린 것은 그것 뿐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급강하하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한 급강하입니다. 상상 이상으로. 머리카락이 거꾸로 서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누군가에게 머리카락이 양쪽 겨드랑이 사이로 뒤로 잡아당겨져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겠지만, 마치 그렇게 되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무섭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끔찍합니다. 떠올리게 하지 말아 주세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공포입니다.
승객들은 이미 목소리도 내지 않았고 나도 이제 죽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곧바로 떨어져 갔습니다. 진동은 없었습니다. 창 밖을 차마 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언제 땅과 부딪칠지 모르기 때문에 안전 자세를 취하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땀을 흘렸는지 어떠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좌석 아래의 짐들이 날아다녔는지 어땠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몸 전체가 딱딱하게 긴장해서, 눈을 꼭 감고 있었습니다.
처음 있었던 '펑' 소리로부터 추락까지 32분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몹시 긴 시간이었습니다. 몇 시간이나 흘렀던 것 같은 느낌. 하네다 공항으로 돌아간다는 안내가 없을까 쭉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안내가 있다는 것은 조종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공항과의 연락도 되고 있던 것이니까 이제 괜찮다고. 기대했지만, 결국 없었습니다.
충격이 있었습니다. 충격은 한 번 느껴졌을 뿐입니다. 한번에 여러가지 일이 일어났다는 인상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회전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강하게 던져져 튕겨 나온 듯한 느낌입니다. 충격뒤에도 계속해서 안전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하지만 저는 너무 무서워서 본능적으로 얼굴을 살짝 들었습니다. 그 순간, 얼굴에 여러가지 것들이 날아들어 부딪쳐 왔습니다. 단단한, 모래와 같은 것이 한꺼번에 날아들어 왔습니다. 소리는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한 번에 일어났습니다.
충격이 끝난 뒤에는 나풀나풀 먼지가 춤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눈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활활 타는 듯한 느낌이 있을 뿐입니다. 추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큰일이다 사고가 되어버렸구나 라고 생각한 것은 이 때였습니다.
몹시 심한 냄새가 났습니다. 기계 냄새입니다. 기름기가 많다기보다는 기계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것 같은 기계의 냄새입니다.
몸은 정확히 좌석에 앉아 있는 자세로, 왼손과 양 다리가 무엇인가 단단한 것에 끼어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발바닥은 무엇인가에 닿아 있었습니다만 통증은 전혀 없고, 이미 녹초가 되어 맥없이 늘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눈에는 모래가 잔뜩 들어가 있었고 특히 왼쪽 눈이 튀어 나와 버린 것처럼 매우 뜨겁게 느꼈습니다. 실명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만 콘택트렌즈가 어딘가에 날아가 버렸는지 없어져 있었습니다. 바로 눈 앞에 무엇인가 있었습니다만 작은 불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회색같은. 어스름한 느낌으로, 귀에도 모래가 마구 들어가 있었어서 주위 소리도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호흡은 괴롭다기보다는 단지 헉헉거릴 뿐입니다. 죽어가는 것인가 라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녹초가 되어서 그 때 생각한 것은, 빨리 편해지고 싶다 라는 것입니다. 죽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서 혀를 강하게 씹었습니다. 괴로워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파서 강하게는 씹을 수 없었습니다.
추락 직후에, 헐레벌떡 하는 난폭한 숨결이 들렸습니다. 혼자가 아닌 몇 사람인가의 숨소리입니다. 그 정도로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 왔습니다. 주위 사방으로부터입니다. "엄마-"라고 부르는 남자아이의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 후 다시 정신차렸을 때는 근처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릅니다. 바로 눈앞 좌석의 등받이라든지 테이블과 같은 그늘이 멍하니 보입니다. 앉아 있는 채로 여러가지 물건들 사이에 갖혀 낮은 곳에 파묻혀 있는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왼쪽 얼굴과 뺨 근처에, 아마 옆에 앉아 있던 K씨라고 생각됩니다만, 의지하듯이 누군가의 손이 닿아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미 숨은 쉬고 있지 않습니다. 차가워지고 있었습니다.
좌석 벨트를 착용하고 있는 채여서 그것이 점점 몸을 조여와 괴로웠기 때문에 오른손을 움직여 벨트를 풀었습니다. 움직일 수 있던 것은 오른손 뿐입니다. 머리 위 틈새 공간은 오른손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그렇게 비좁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른손으로 얼굴 앞쪽에 늘어져 있던 무엇인가 단단한 것을 치우려고 생각했지만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피해 다른 곳으로 더 손을 뻗어보면 역시 의자에 나란히 늘어앉아 있던 세 명 정도의 머리카락에 닿았습니다. 파마를 한 약간 긴 머리카락이었으니까 여성이었을까. 모두 이미 차가워지고 있는 느낌으로 무섭다는 생각도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선가 젊은 여자 목소리로 "빨리 와줘요" 라고 말하는 것이 분명히 들렸습니다. 근처에는 난폭한 숨결로 헐레벌떡 숨을 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몇사람 정도의 숨결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얼마나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의식이 가끔 희미해진 것 같았습니다. 춥지는 않습니다. 몸은 오히려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가끔씩 머리 위 틈새로부터 오른손을 펴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려고 했습니다.
돌연 어디선가 아이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힘내, 나는 노력할거야"라고 남자아이가 말했습니다. 학교에 막 다니기 시작했을까 하는 정도의 남자아이의 소리로, 그것은 분명하게 들렸습니다. 조금 전 "엄마-"라고 말한 아이와 같은 소년인가는 역시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녹초가 된 채로, 주위의 난폭한 숨결이나 주변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소리를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기계의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자신이 출혈하고 있다는 느낌이나 피 냄새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구토도 없었습니다.
이윽고 진한 어둠이 깔린 중에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빛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소리는 분명히 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가까웠습니다. 이것으로 살아나는가? 저는 열심히 오른손을 움직여 흔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헬리콥터는 점점 멀리 가 버립니다. 돌아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기척을 내며 "도와주세요" "누군가 와줘"라고 소리도 냈지만 아, 돌아가 버렸다····· 이 무렵까지도 아직 몇 사람 정도의 가쁜 숨결이 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자 아이나 젊은 여자의 소리는 이미 들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몸이 뜨거워서,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을 펴 차가운 바람을 쐬면서, 짙은 어둠 속에서 저는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대로 죽으면 남편은 불쌍하다 라는 생각 등. 아버지도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3년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후에 내가 죽어버리면 아버지는 너무 불행하다고. 어머니는 내가 승무원이 되었을 때, '만약의 일이 발생하면, 승무원은 제일 마지막에 도망치게 되는거죠. 그런 일, 감당할 수 있는 거야?"고 약간은 포기한 듯한 어조로 말했었던 것. 그리고 그리고, 어째서 추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시간이 한번 더 돌아와 주지 않을까 그러면 이번은 실패하지 않고 좀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같은 여러가지 일이 동시에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눈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전혀 흘리지 않았습니다. 추락의 그 엄청난 느낌은 이제 누구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일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다시 의식이 희미해져 갔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근처가 밝았습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고 완전히 조용해져 있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나만일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소리를 내 보았습니다. "힘냅시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습니다. 대답은 없었습니다. 헐레벌떡 하는 가쁜 숨결도 이제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근처 자리에 있던 요시자키씨 모녀와 카와카미 케이코 씨가 살아났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때는 그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리고 다시 잠들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몹시 강한 바람을 느꼈습니다. 나무 쪼가리나 짚 같은 것이 밖으로부터 날아들어 와 얼굴에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깜짝 정신을 차려보니 헬리콥터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습니다. 자세한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밝은 빛이 눈앞에 넘치고 있었습니다. 아침의 햇빛이 아니라 좀 더 밝은 빛입니다.
바로 근처에서 "손을 흔들어 주세요"였는지 "손을 들어보세요" 였는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를 구출하고 있는 소리인가 찾고있는 소리인가 모르는 채로 저는 온 힘을 다해 오른손을 펴서 흔들었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곧 구하러 갑니다"라고 말을 들었습니다.
그 바로 다음에 다시 의식을 잃은 것 같습니다. 몽롱해지면서 아, 살아났구나 라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파묻혀 있던 잔해 속으로부터 어떻게 구출되었는지 어떻게 병원까지 옮겨졌는지는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몸의 아픔도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매우 목이 말랐던 것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싹바싹이었습니다. 물 마시고 싶어요 물을 주세요 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만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응급처치를 해 준 마에바시 일본 적십자병원의 간호부장 선생님이 나중에 말하기를 "그럴 때에 갑자기 물을 들이키게 되면 쇼크나 안좋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줄 수 없었던 것"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물을 마시고 싶다고 말했던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눈을 떠 보면 병원이었습니다. 의사로부터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기묘한 대답을 했습니다. "네, 2, 3회 왔던 적이 있습니다"라고. 스스로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식으로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이상했습니다. 그렇지만 전화번호는 정확하게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군마 현이에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어째서 군마현에 있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문득, 아 그 때 비행기가 떨어져서 거기로부터 아마 군마현이 가깝다는 것을 점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오고 있다고 전해 들었을 때에도 왜 라고 생각했습니다. 비행기가 떨어졌던 것은 알고 있지만, 어째서 이곳까지 가족이 오고 있는 것일까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도통 현실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 떄야 생각난 듯이 "몇 명이나 살아났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의사가 "네 명이에요. 전부 여자뿐"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 밖에 살아나지 않았던것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에-"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큰 사고가 나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실의 천정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소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가만히 천정을 바라보면서, 함께 치토세로부터 돌아와 비번으로 같은 비행기를 탄 마츠모토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도 사실은 살아난것이 아니라 이대로 점점 죽어가는것일까, 라고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백 바늘 정도 꿰매었다는데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취를 하고 있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나중에 간호사에게 들은 바로는 "아파요, 아파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구출된 날의 오후 3시 정도가 되자 남편과 아버지와 숙부가 병실에 들어 왔습니다. 나는 "네 명 밖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 남편은 곧바로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했습니다.
(요시오카 시노부 저 「추락의 여름」 신쵸샤에서 )
당시 여름방학에다가 오봉(추석)연휴 시즌 귀성객으로 거의 만석이었고
524명의 탑승객과 승무원 중 520명이 사망, 4명 생존자 구출
단일 항공기 사고로는 역대 최악의 참사로 기록됨
위를 보며 걷자(上を向いて歩こう)노래로 아시아 최초 빌보드 1위를 한 유명 가수 사카모토 큐가 이 사고로 사망함
개그맨 아카시야 산마가 이 비행기에 타려다가 이전 스케줄이 빨리 끝나서 하나 앞 비행기를 타서 살았다고 하고 그 후로 국내 이동에 신칸센만 타는걸로 유명함
한국인이랑 한국계 교포 희생자도 6명 있었음
추락까지 조종사들이 최선을 다하는 블랙박스 음성이 그대로 남아있고
기레기들이 사고 현장 사진을 적나라하게 보도했기 때문에 관련 자료 검색할때는 주의하는것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