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사회보에 실린 전공의·의대생 이야기 눈길
"어둡고 끝없는 암흑 걷고 있다…조롱과 멸시에 상처"
2020년, 예과 2학년이던 의대생은 의대정원을 증원한다는 등의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휴학계를 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4년 현재, 본과 4학년이 된 이 학생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일방적 정부 정책을 반대하며 다시 한번 휴학을 신청했다.
동국의대 의학과 4학년 조국 학생은 "어릴 때 상상했던 의사의 모습을 소망하면서 키워온 꿈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4년의 시간 사이에 전공의가 돼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수련을 받다가 사직서를 낸 A전공의는 "어둡고 끝이 없는 터널 속을 지나가는 기차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는 암흑을 걷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상북도의사회가 발간하는 경북의사회보 최신호에는 2024 의료 대란을 겪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생각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조국 학생은 현재 주변 동기와 선배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구절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꿈을 갖고 의대에 진학했다가 정부 정책에 반대해 휴학을 했을 때 돌아온 것은 벌써부터 밥그릇을 지키려고 발악을 한다 등의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SNS 계정에는 욕설이 심심찮게 댓글로 달리는 등 조롱과 비난을 온전히 경험했다.
다소 충격적인 경험이었다고 회상한 그는 "좌절을 느끼기도 했고, 분노를 느끼기도 했고,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을 흘렀다. 본과 4학년, 임상실습을 돌면서 진로를 고민하면서 "4년 전 그렇게 싸늘한 시선을 받고 충격적인 경험을 했음에도 꽤 많은 동기와 선배들 여전히 바이탈과를 지망하고 있었다"라며 "의사라면 그래도 사람을 살려야지 하며 마음 한구석에 지켜 온 로망을 잃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에 분노하고 허탈함을 느껴 자발적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게 정부는 끊임없이 공세를 퍼부었다"라며 "특히 전공의에게는 환자를 버린 악마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모든 비난은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부 방식에 의대생과 전공의는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도 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를 표시했다.
조국 학생은 "정부의 기행에 지쳐버릴 대로 지쳐버린 의대생과 전공의는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낫겠지만 어느 형태로든 그 흉터는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또 "4년 전 상처받은 학생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뛰어들었다"라며 "다시 한번 조롱과 멸시를 지켜보고 있는 의대생이 선배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고 말할 때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고 했다.
A전공의 역시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자부심이 컸기 때문에 후회해 본 적 없지만 사직서를 낸 이후 밀려드는 회의감은 상당하다고 했다.
그는 "자부심, 성취감, 행복감이 컸기 때문에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라며 "오히려 힘든 순간조차도 환자를 치료해 주며 보람찬 감정으로 승화시켰고, 직업적 만족감 또한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2월 20일 시간이 멈춘 후 "의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밀려왔고, 다시 돌아가더라도 환자를 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이 든다고"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의사라는 직업을 주체적으로 했을 때 훨씬 나다워지고 발전하는 모습이라는 점을 분명하다고 짚었다.
A전공의는 "내 자리는 병원이고, 환자를 치료해 주는 나의 모습이 진정한 모습"이라며 "절대 우리가 환자를 놓은 게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억압감과 답답함, 힘든 감정이 몰아쳐 도저히 자리를 지킬 수 없어 암흑 속으로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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