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월급제 20일 전국 시행
지방 택시 구인난 갈수록 심화
부산 법인면허 40% 남아돌아
주40시간 근무 강제하는 제도
“소득 더 줄어” 기사들도 불만
택시 줄면 소비자 피해도 커져
오는 20일부터 택시월급제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저출생 고령화로 택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제도 도입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택시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되레 택시 운행을 줄여 이용자들의 불만도 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 제도는 법인택시 기사들이 주 40시간 이상 일하고, 고정액을 월급으로 받는 제도다. 기존 사납금제보다 기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다. 지난 2021년부터 서울 지역에서 우선 시행하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는 2018년 10만4973명에서 2020년 8만5169명으로급감한 뒤 꾸준히 줄어 지난 5월에는 7만393명으로 집계됐다. 법인택시 면허 수는 8만3178개로 택시기사보다 면허가 더 많은 상황이다.
특히 지방의 택시기사 구인난이 심각하다. 면허 대비 실제 운전자 비율은 부산이 59.2%로 가장 심하다. 대구(61.6%)와 광주(77.0%), 대전(79.6%), 충북(79.0%), 경북(80.5%)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도 90.4% 수준으로 면허가 남아돈다.
법인택시업체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8년 1680곳에서 지난 5월 1643곳으로 줄어들었으며, 지역별로는 강원과 전남이 각각 9곳씩 줄어들며 감소세가 가장 가팔랐다.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택시월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까닭이다. 경주 지역 법인택시업체 대표 A씨는 “택시월급제를 시행하려면 하루 매출이 최소 25만원은 돼야 하는데 현재 회사 기사들의 일평균 매출은 16만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택시 공급 감소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 기간 동안 배달을 비롯한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인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데다, 월급제 시행으로 근무 방식이 유연하다는 장점마저 사라지면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택시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57.8세에서 60.5세로 2.7세 높아졌다.
20~40대 근로자는 1만4800명에서 6400명으로 57%가량 감소했고, 50대 근로자도 4만2000명에서 2만2800명으로 46%가량 줄었다. 울산 지역 공단 관계자 B씨는 “갈수록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택시월급제 전국 시행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월급제를 먼저 시작한 서울에서도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부 업체들이 과거 사납금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준금 명목으로 거둬가 실제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법인택시기사 C씨는 “과거에는 사납금을 내고 남은 돈을 가져갈 수 있어서 더 많이 일하고 싶다는 의욕이 있었는데 지금은 같은 강도로 일을 해도 소득이 줄었다”며 “특히 기본급이 높아지면서 세금 등 공제되는 돈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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