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교육비 ‘사회 통념’에 맞아야
성년 자녀는 세법상 피부양 대상 안돼
생활비·교육비가 자녀 재산 형성 도우면 과세
최근 온라인에서 부모에게 5억원대 슈퍼카를 선물 받은 고등학생의 영상이 공개돼서 화제였다. 자신을 국제학교에 다니는 19세 학생으로 소개한 A군은 ‘맥라렌 720s 스파이더’를 운전하며 친구 등교를 도와주고, 999명만 입장할 수 있다는 백화점 VIP라운지에서 휴식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차량의 가격은 5억원대. 그가 영상에서 착용한 의류와 액세서리도 모두 고가의 명품이었다.
온라인상에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부럽다’, ‘대리만족한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부모 돈으로 호의호식한다’, ‘탈세하는 것 아니냐’ 등의 부정적인 글도 적지 않았다. ‘부모에게 고가의 수입차를 선물 받고 세금은 냈냐’는 댓글이 많았다. 과연 부모에게 수억원대 수입차를 선물 받고 부모 신용카드로 고가 명품을 구매한다면 증여세를 내야 하는 걸까. 부모에게 받는 용돈이나 선물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알아보자.
조부모나 부모 등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받았다면 증여세를 반드시 내야 한다. 성인의 경우 10년 동안 5000만원, 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를 초과할 경우 금액에 따라 최대 50%까지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교육비·병원비·축하금과 명절에 받는 용돈 등은 비과세에 해당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35조에는 교육비, 생활비 등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에 국한해 비과세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통념상’이라는 대목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 통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수천만원의 용돈을 반복적으로 받았다거나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면 사회 통념을 넘어서는 증여로 간주해 과세할 수 있다.
부모 카드 펑펑 썼다면 증여세 내야
부모에게 5억원대 슈퍼카를 선물 받은 A군은 어떨까. 부모가 A군 명의로 자동차를 사줬다면 당연히 증여세를 내야 한다. 미성년자 공제금액 2000만원과 누진공제액 1000만원을 제외하면 약 8600만원의 증여세(증여세율)를 A군이 내야 한다.
다만 A군은 미성년자로 증여세를 낼 현금이 없을 수 있다. 이때 증여자인 부모가 증여세까지 대신 내줄 수 있는데, 이때도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 대납분까지 포함하면 증여금액이 5억원을 초과해 세율은 30%로 오른다. 자산가들은 이런 합산 과세를 피하기 위해 형제나 친인척 등이 증여세를 대납하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부모의 카드로 고가의 명품을 사는 경우도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국세청은 2022년 증여세를 내지 않고 부모 재산을 쓴 부유층 자녀 227명을 무더기로 적발해 세무조사를 했다. 당시 조사를 받은 연령대는 17~38세로 다양했다. 국세청은 부모 신용카드 사용액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물렸다.
간혹 성인 자녀의 생활비를 부모가 부담하고 자녀의 급여나 소득은 모두 저축해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소득이 있는 성인 자녀가 부모로부터 받은 생활비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성인 자녀는 자력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곤궁한 상태’인 경우에만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도 소득이 있는 성인 자녀는 부모의 피부양자로 보지 않는다.
“나는 괜찮겠지” 안일한 생각이 화 부른다
국세청이 부모에게 편법으로 자금 지원을 받는 모든 자녀를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나는 괜찮겠지’라는 방심은 금물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이전에 썼던 부모 재산이 적발돼 증여세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동산 등 고가의 재산을 취득했을 때나 부채를 상환할 때 과세 당국의 자금 출처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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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10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