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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파리 올림픽 '도핑 검사', 기자가 해보니... 수치심보다 초조함이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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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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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철마다 선수들의 발전된 기량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바로 도핑 여부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도핑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수영대표팀에 검사가 집중되면서 선수들이 "많으면 하루 7번씩 받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불만을 토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소변 한 번 보는 게 뭐 그렇게 힘들어?'라고 생각할 독자들을 위해 기자가 지난달 26일 충남 부여에서 열린 제20회 백마강배 전국카누대회장을 찾아 선수들과 같은 방법으로 도핑 검사를 받아봤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올림픽이 열린 파리 현지에서도 기자가 받은 방법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검사가 이뤄진다.


"김진주님, 도핑 검사 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도핑 검사는 사전 통지 없이 불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표적이 된 선수에게 검사 대상자가 됐음을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자는 이날 오후 2시 13분, 피니시 라인에서 대기하던 검사관에게 통보를 받았다. 일단 통보가 이뤄지면, 선수는 시료 채취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검사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기가 야외에서 치러지는 카누 대회 특성상 이날은 이동형 검사차량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차량 내부엔 반 평짜리 화장실 2개와 1평 정도 크기의 대기실이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쾌적한 시설 덕분에 마음이 살짝 놓였고, 이때까지만 해도 첫 도핑 검사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소변 양, 농도 안 맞으면 맞을 때까지 무한반복

검사실에 도착한 검사관은 밀봉된 시료채취 용기 3개를 내밀었다. 다 같은 용기인데, 오염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항상 3개 중 1개를 고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만에 하나 시료채취 용기나 시료키트가 각각 3개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선수 권리 보호와 절차 준수를 위해 검사가 중단된다.

당장 요의(尿意)가 없는 선수들을 위해 500mL 물도 2통 제공된다. 소변을 최소 90mL 이상 받으면서 일정 농도를 맞춰야 해 그 이상은 권장하지 않는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농도를 맞추지 못하거나, 한 번에 소변을 90mL 이상 배출하지 못할 경우 시료를 다시 채취해야 한다.

재검사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혹감과 긴장감이 밀려왔다. 시료를 채취할 때는 시료가 해당 선수의 몸에서 배출되는 것을 반드시 검사관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는 검사관 앞에서 상의를 가슴까지 올리고, 하의를 무릎까지 내린 채 소변을 봐야 한다. 더구나 화장실 조명은 밝디 밝은 백색 형광등이었다. '반드시 한 번에 끝내리라' 다짐했다.


"선배 아직이세요?"... 기다리는 사람도, 대기하는 사람도 죽을 맛

통상 선수들은 경기 중에 땀을 많이 배출했거나 경기에 앞서 물을 거의 먹지 않아 검사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기에 기자도 최대한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고자 이날 오전부터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대신 검사실에 입장한 뒤론 제공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1시간쯤 지났을까. 시계는 오후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장 출발해도 오후 6시에 맞춰 서울에 도착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요의를 기다리며 검사서에 개인정보 등을 입력하고 검사관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데에도 조금씩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함께 온 사진부 인턴기자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아직인지 물었다. 나 때문에 퇴근시간이 한참 늦어지는 것이 미안한 와중에도 요의가 느껴지지 않아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이럴 경우 통상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소변이 마렵게 유도하거나 텔레비전을 틀어 아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검사관은, 실제 코치와 선수 간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을 데리고 빨리 숙소나 훈련장으로 돌아가야 해 마음이 급한 코칭스태프와 장시간 요의를 느끼지 못해 초조해진 선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준비됐습니다"... 90mL 맞추랴, 허리 들랴 수치심 느낄 새도 없어

결국 2시간쯤 지난 뒤에야 시료 채취 준비를 마쳤다. 사실 1시간 30분쯤 됐을 때부터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혹시나 90mL를 한 번에 해내지 못할까 싶어 조금 참았다.

앞서 골라둔 시료채취 용기를 손에 쥐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검사관의 지시에 따라 옷을 정비한 뒤 소변을 받는데, 어느 정도 찼는지 확인하려 상체를 숙일 때마다 어김없이 허리를 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소변이 내 몸에서 나오는 걸 검사관이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양변기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통에 표시된 90mL 선을 맞추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 넘치면, 그게 더 수치스러울 것 같아 자꾸 고개가 숙여지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 

가까스로 90mL를 맞춘 뒤 자리로 돌아와 2개의 시료키트에 각각 60mL, 30mL씩 소변을 나눠 담고 나면 이물질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혹시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확인을 마치면 키트를 밀봉하고 최근 7일간 복용한 약물을 적은 뒤 검사서 사본을 받는 것으로 검사는 막을 내린다. 다만 이때 복용한 약물을 밝힌다 해서 면책이 되는 건 아니다.


https://naver.me/5ss93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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