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영화 ‘퍼펙트 데이즈‘ 비평
3,538 12
2024.08.09 16:44
3,538 12


UnlPCz
글 이송희일 감독


https://www.newscham.net:443/opinions/column/109509?fbclid=IwZXh0bgNhZW0CMTEAAR2yvorOH6nGPVxa9pqwP9yPqjDck0GkFletdq6xxAy_D-PWBYlssCWBvJI_aem_rjB1z4AD5PnDc8i9FfebQg


많은 관객이 코모레비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매력적인 OST에 마음을 뺏겨 눈치를 채지 못한 듯 보이는데, 이 영화는 극우 재단의 기획하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크레딧에서 빔 밴더스가 특별히 감사를 표한 재단이 바로 '일본 재단 The Nippon Foundation'. 태평양 전쟁 때 A급 전범 용의자였던 사사카와 료이치가 설립한 비영리 기관으로, 교과서 개정 운동과 평화헌법 폐기를 주창하는 극우 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자금력을 토대로 국제사회에 일본 보수계의 논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는 일본 재단과 도쿄의 시부야구가 공동으로 추진한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맞아 낙후된 도쿄의 17개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이어 일본 재단이 영화 감독 빔 벤더스에게 홍보용 단편영화 제작을 의뢰한 게 <퍼펙트 데이즈>의 시작이다.


물론 영화 역사가 증명하듯, 제작 경로와 영화적 완성도는 별개의 두 트랙일 경우가 많다. 내가 느낀 무감흥은 누가 돈을 댔고 지원을 했냐는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단지 영화 속 주인공 히라야마의 행위와 감정이 카탈로그처럼 정렬된 채 인공의 세계에 정박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바로 그것이 무감흥의 주된 이유다.


(…)


히라야마의 삶은 소위 미니멀리즘이라 말할 만큼 금욕과 절제에 지배되어 있다. 집안의 물건도 최소화되어 있고, 일상 생활도 강박적으로 반복적인 패턴을 따른다.


그러면서도 화장실 청소 노동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가 하면 순간순간 햇빛을 채집하거나, 지난 시절의 전설적인 음반과 월리엄 포크너와 같은 고전 소설들을 즐기거나, 비스듬한 오후 햇살의 창가에 누워 순간의 충만함을 음미한다. 자족적이고 조율된 삶, 일본의 과거에서 날아온 엽서 같은 풍경들.

다시 말해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정형화된 '일본적 풍경'이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오리엔탈리즘. 화장실 청소처럼 홀대받는 노동을 경건함을 가지고 묵묵히 수행하는 일본식 장인 정신, 절제된 삶, 반짝거리는 햇살에 대한 하이쿠적 감상, 문화 황금기 시대의 팝, 단골 식당과 선술집에서 혼자 느끼는 소확행. 우리가 익히 피상적으로 박제화한 일본적인 이미지들 아닌가. 국내외 그 어느 평도 이 영화와 오리엔탈리즘의 관계를 논하지 않는 게 기이할 정도다. 단순히 유럽의 백인이 일본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시아 일본을 정형화하는 그 시선 때문에 문제적이다.


실제 세계의 일상들 대신, 히라야마가 추구하는 일상의 목록은 다분히 인위적이고, 복고적이며, 힙스터스럽다. 구석구석 광을 내며 화장실을 청소할 것, 햇빛을 사진으로 찍어 채집할 것, 카세트테이프로 루 리드의 'Perfect Day'와 패티 스미스의 'Redondo Beach'와 같은 황금시대의 팝의 목록을 계속 상기할 것, 월리엄 포크너와 같은 고전 소설들의 목록을 이어갈 것, 그리고 누구로부터 침해되지 않는 자신만의 루틴을 따를 것. 즉 오타쿠의 목록으로 구축한 인공의 일상이다.


(…)


다만, <퍼펙트 데이즈>를 관람하는 부유한 북반구 관객들의 어떤 태도, 나뭇잎을 희롱하는 햇살과 향수 어린 70년대 OST에 감탄하며 자기 규율과 절제를 칭송하는 일련의 소비 행태가 자꾸 눈에 밟히게 된다. 실제 세계 속에서 오염된 타자들과 부대끼면서 현실을 바꾸고 행복을 길어 올리는 대신, 현실을 회피하고 각자 고립된 채 우아한 자기 관리, 자기 계발, 그리고 문화상품의 목록 속에서 자족의 미소를 짓는 유폐된 세계와 상당히 닮아 보이기 때문이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1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키엘X더쿠💙] 국민 수분 크림으로 환절기 속 건조 확- 잡아버리잖아 <키엘 울트라 훼이셜 크림> 체험 이벤트 594 09.08 30,08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505,24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165,14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3,979,141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16.05.21 25,265,14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628,88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598,72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7 20.05.17 4,153,03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20.04.30 4,691,17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312,98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96603 이슈 성적취향이 이상한 남편 때문에 고통받는 아내.jpg 14:43 355
2496602 정보 물때 제거법 2 14:42 213
2496601 이슈 하얀거탑 김명민 레전드 먹방.gif 3 14:42 191
2496600 유머 와 타코야키 사장님 트럭 개큰걸로 바꾸셧어 18 14:40 1,478
2496599 이슈 지금 보니 너무한 이청아 늑대의유혹 시절 앞머리 스타일링.jpgif 15 14:39 1,012
2496598 이슈 ( pc 버전으로 해서 보시길 ) 요즘 전쟁터에서 들리는 소름끼치는 소리.mp4 1 14:39 246
2496597 이슈 <유어 아너> 김은한테 한없이 다정한 김상혁... 4 14:38 589
2496596 유머 소녀시대 수영이 말하는 소시 포지션 2 14:38 625
2496595 이슈 30프레임 vs 60프레임 .gif 3 14:38 408
2496594 이슈 CGV에서 GV 팬미팅으로 쇼케하는 남돌 2 14:35 1,069
2496593 기사/뉴스 20대 남성, ‘문재인 평산책방’서 8분간 여성 직원 무차별 폭행 66 14:33 3,080
2496592 이슈 배우 김태리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 14:33 183
2496591 이슈 아이브 리즈 인스타그램 업뎃 ☁️ 3 14:33 250
2496590 기사/뉴스 [속보] 중국, 손준호에 영구 제명 처분, 축구활동 영원히 끝나나 38 14:33 2,706
2496589 유머 빵굽기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제가 되려면 이정도는 되야함 1 14:32 734
2496588 기사/뉴스 ‘임시공휴일’ 국군의날 입대예정자들 하루 당겨 입영 4 14:32 797
2496587 이슈 트와이스 쯔위 × ZB1 장하오 Run away 챌린지 3 14:32 149
2496586 정보 강동원의 퍼컬로 유명한 검술 액션 6 14:32 481
2496585 이슈 계단식 성장의 올바른 예를 보여주고 있는 아이돌 5 14:29 1,361
2496584 이슈 너 혹시 페미야? 42 14:27 2,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