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나운서 김대호의 2024 파리 올림픽 중계를 놓고 뒷말이 나온다. 당초 김대호는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경기 중계를 도맡기로 했으나, 중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이 결정된 결승에는 전 MBC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가 대신 나섰다. 예능에서의 활약이 스포츠로까지 통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김대호는 안세영 선수의 이번 올림픽 총 다섯 개의 경기 중 단 두 경기만을 중계했다. 이마저도 주목도가 높은 준결승전이나 결승전이 아닌 지난달 28일, 그리고 이달 1일 진행된 조별 라운드 경기 중계를 맡았다. 3, 4일 진행된 준준결승과 준결승전 경기는 MBC 소속 아나운서 김나진이, 금메달이 결정된 5일 결승전은 김성주가 투입됐다. 사실상 이번 올림픽에서 김대호의 제대로 된 활약은 볼 수 없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MBC 측은 “현장 상황에 따라서 캐스터를 선정한다”며 “한 캐스터가 계속 중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휴식을 취할 수도, 다른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계에 대한 혹평을 의식한 조치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김대호의 중계가 틀린 정보를 전달하거나 매끄럽지 않은 진행으로 경기의 흐름에 되레 방해가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세영 선수가 프랑스 치 쉬에페이 선수와 경기에서 이긴 후 준준결승전인 8강에 진출하는 것을, 16강 진출이라고 잘못 말하거나, 경기 기술 용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클리어, 스매싱 등 일부 용어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김대호는 출연 중인 예능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캐스터로 활동할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기에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지난달 26일 ‘나혼산’ 방송에서는 기안84와 이장우가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김대호가 올림픽 중계를 앞두고 시험 삼아 중계해 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은 세 사람이 여행을 떠나 가벼운 분위기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상황이었지만, 실제 올림픽 중계에서까지 김대호의 미숙한 진행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올림픽 중계를 가볍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MBC 측에 따르면 김대호의 이번 파리 올림픽 중계 모습은 ‘나혼산’을 통해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그의 첫 캐스터 도전기를 녹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의 엉망 중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나혼산’에서 보여지는 김대호의 캐스터 도전기가 시청자로부터 어떤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본업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이 높다. 김대호는 2011년 MBC에 입사한 올해 14년 차 아나운서로, 회사 내 직위는 차장이다. ‘첫 캐스터 도전’이라는 구실로 어영부영 넘어가려 하기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위치다. 예능에선 유머와 가벼움이 매력으로 수용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올림픽 중계에서 MBC 대표 아나운서 자격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을 땐 그만한 노력과 결과가 필요했다. 아나운서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김대호의 이번 올림픽 중계는 그가 월급루팡인지, 웃음루팡인지, 시청자의 조소를 받기에 충분했다. '나혼산'에 나올 때가 아니다.
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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