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전기차가 불이 더 자주 나나?
전기차 화재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8년 자동차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0.4건, 내연차 2.2건이었다. 그러나 작년엔 전기차가 1.3건으로 약 3배가 된 반면, 내연차는 1.9건으로 14% 줄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더 불안하게 느끼는 것은 전기차는 제작·판매한 지 오래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새 차’가 많은데도 불이 나는 빈도가 잦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연차는 노후 차를 조기 폐차할 때 지원금을 주는 정책 등으로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 줄면서 화재 비율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Q2. 전기차는 불 끄기가 훨씬 어렵다는데?
그렇다. 전기차 배터리는 손상을 막기 위해 단단한 금속으로 둘러싸 놓아 불이 붙었을 때 발화 지점에 직접 물을 부어 끄기가 어렵다. 또 한번 불이 붙으면 주변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열 폭주’ 현상이 나타나면서 배터리를 모두 태울 때까지 화재가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내연차 화재를 1시간 안에 진압할 수 있다면 같은 규모의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7~8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압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작년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당시 조선호 본부장은 “전기차라고 초기 진화나 불 확산을 막는 게 내연차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기차를 물에 빠뜨려 불을 끄는 ‘소화 수조’, 이불처럼 차를 덮어 공기를 차단하는 ‘질식 소화포’ 등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표한 연구도 스프링클러만 정상 작동해도 전기차 화재가 인접 차량으로 옮겨붙는 것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Q3. 주차 중 전기차 화재는 이례적이라고 하는데?
청라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는 충전 중이 아닌 주차 상태였다. 그간 전기차는 배터리를 과도하게 충전하는 ‘과(過)충전’ 상태에서 화재가 자주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전이 끝났는데도 전기가 계속 공급될 경우 자칫 배터리 내부 압력이 높아져 부풀어 오르거나 분리막이 손상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차 중에도 전기차에 불이 날 수는 있다. 배터리는 양극재과 음극재, 그리고 전자의 이동 통로인 전해액, 합성수지로 만든 분리막이 기본 구조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나누는 분리막이 전기차 운행 중에 손상을 입으면 주차된 상태에서 양극재와 음극재가 섞여 열이 발생하면서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의 전기차 화재 160건 중 28.8%가 주차 중 일어났다. 운행 중(46.9%)에 가장 많이 불이 났고, 주차 중이 2위, 충전 중(18.8%)은 그다음이었다. 화재 원인으로만 볼 때 과충전이 가장 위험한 게 아닌 셈이다.
또 배터리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가 새거나, 배터리 내부에 이물질이 생기는 등의 결함 가능성도 화재 원인으로 거론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배터리 내부에서 화학반응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충전 중이 아니더라도 미세한 변화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Q4. 자동차-배터리 업체 중 누구 책임이 큰가?
불이 난 벤츠 전기차에는 우리에겐 낯선 세계 10위권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장착된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사용량)이 작년 기준 1.6%에 그친 회사라 충분히 실력이 증명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배터리 안전성은 최종적으론 자동차 회사 책임”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기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차의 특성에 맞는 사양을 정해서 주문하는 데다가 배터리가 차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시스템도 자동차 회사가 제어·개발하기 때문이다. 2021년 현대차 전기차 리콜 때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일부 불량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현대차도 전체 리콜 비용의 30%를 부담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가 아무리 저렴해도 최소한 성능·안전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채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처럼 배터리가 모두 타 버린 경우에는 배터리 결함인지, 자동차 회사의 시스템 문제인지 등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어렵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기업의 책임 공방이 종종 벌어진다. 아예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 제작 기술을 스스로 연구하고 배터리 제조사의 생산·개발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하는 추세다.'
Q5. 전기차 화재 대책은 부족했나?
국내 첫 전기차 화재는 지난 2017년이었다. 그런 만큼 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해외에서도 우리 소방 당국과 유사한 방식 외에 크게 차별화한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은 전국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65%에 달하고, 요즘엔 지상 주차장이 아예 없는 단지도 많다. 충전기도 지하 주차장에 비치된 경우가 다수라, 지상에서만 전기차를 충전하고 주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화재 때 소방차 진입에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많아 소비자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청라 화재를 계기로 이런 현실을 극복할 더욱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8/09/DN2PSUQWJNDQLPCL4PVQ5PK2Z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