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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식민주의와 가부장제가 공모함으로써 조선 여성의 노동력을 수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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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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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다큐 ‘조선인 여공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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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개봉한 다큐멘터리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저 아래 묻혀 있던 그 기억을 다시 한 번 생생히 길어올려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1930년대 후반 강제 징용이 시행되기 전, 조선에서 오사카로 돈 벌러 건너간 빈민 출신의 여성 노동자들의 까무룩히 잊혀졌던 이야기다.


12세부터 27세까지의 어린 소녀와 젊은 여성들. 가난한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오사카로 건너간 것이었다. 그중 10대 소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들은 '조선의 돼지'라는 소리를 들으며 일본인이 버리는 동물의 내장, 껍질과 뼈를 구워먹으며 연명해야 했다. 오사카 사투리로 '호루몬(쓰레기)'이라고 불리우던 이 먹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에 와 인기 음식으로 변모했다.


12시간 노동과 혹독한 노동 조건 속에서 저임금이라도 받아 조선의 가족을 건사하려는 10대 소녀 노동자들의 악전고투는 실로 고단한 일이었다. 실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얻어터지기 일쑤다. 보건과 위생이 열악해 많은 이들이 타지에서 이른 생을 마감해야 했다. 일본 기업은 조선 여성의 노동력을 부단히 흡혈했고 일본 경찰들은 인권유린을 철저히 외면했다. 여기에, '상애회' 같은 조선 폭력 조직의 악행이 더해졌다. 때론 일본인보다 폭력적이었고, 성폭행을 자행하거나 강제결혼으로 인신을 구속하기도 했다.


요컨대 식민주의와 가부장제가 공모함으로써 조선 여성의 노동력을 가감없이 수탈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그에 기생하는 조선 폭력배들이 조선 여성의 노동력을 일본 자본 축적과 제국주의의 재단에 바쳤던 것이다.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오사카 방적공장에서 노동했던 세 명의 할머니들의 증언과 일본인 역사학자의 해설을 통해 시대적 풍경을 구체화하고, 재일 4세 배우들의 재연 연기와 극영화적인 장면 구성을 더해 당시 상황을 설득력있게 형상화한다. 자칫 빈번한 재연 장면 연출이 서사의 흐름을 방해할 여지도 있지만, 편집의 유려한 리듬이 외려 관객의 감정 이입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이 영화가 돋보이는 지점은 조선인 여공들을 피해자로써만 정체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어떻게 글을 배우고 교육을 받고자 몸부림쳤는지, 또 어떻게 쟁의와 파업을 일으키며 자기 노동의 존엄을 찾고자 투쟁했는지, 굶주림 속에서도 내장을 구워 먹으며 햇빛 찬연한 해변에서 어떻게 웃었는지 공들여 묘사한다.


(글 이송희일 감독)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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