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본보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4∼6월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취업자는 월평균 67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시스템에서 관련 통계 집계가 가능한 2014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규모다. 직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2분기(62만5000명)보다도 8.2% 늘었다. 특히 청년층(15∼29세)과 40대에서 N잡러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청년층과 40대에서 부업에 뛰어든 직장인이 늘어난 건 이들 연령대에서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투잡, 스리잡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올 6월 기준으로 20, 40대 상용근로자는 1년 전보다 각각 16만1000명(6.5%), 10만 명(2.4%) 줄었다.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20대와 40대 모두 2만 명 넘게 증가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단기 일자리만 늘었다.
부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었지만 본업 이외에 또 다른 일을 더 해서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올 1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복수 일자리 종사자의 현황 및 특징’에 따르면 N잡러의 월평균 총소득은 294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하나의 일자리만 갖고 있는 사람보다 21만 원 많은 수준이다. 총 근로 시간까지 감안해 N잡러의 시간당 소득을 계산해 보면 1만3000원으로, 단독 일자리 종사자(1만6000원)보다 오히려 더 적었다.
● 10명 중 4명 정도는 비경제적 이유로 부업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부업뿐만 아니라 창업 준비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부업을 병행하는 경우들도 있다. 올 4월 신한은행이 내놓은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 노후 대비 등 경제적인 이유(61.9%)가 가장 컸다. 하지만 ‘창업·이직 준비’ ‘본업 역량 강화’ 등을 이유로 부업을 하고 있는 이들도 36.4%나 됐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경우 창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려고 부업을 하고 있다는 이들이 34.2%로,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24.0%)보다 약 10% 많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본인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N잡러로 나서는 직장인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인구 감소로 일손이 모자라게 되는 만큼 부업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경험한 일본에선 지방정부들이 공무원에게 부업을 허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2018년 직장인의 투잡을 막았던 ‘표준취업규칙’을 바꿨다.
https://naver.me/5k7LXi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