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총알을 여러 발 장전했는데, 결국 표적을 향한 발사는 시원찮게 날아간 영화 '리볼버'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무뢰한'으로 주목받았던 오승욱 감독의 신작이다.'무뢰한'과 비슷하게 이번 영화도 차분하게 전개된다. 차분하다는 게 지루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정신없이 흘러가기보다 충분히 생각하고 음미할 시간을 안겨주며 깊이 빠져들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받지 못한 돈'을 받으려 이곳저곳 추적하는 수영을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수영은 왜 돈을 받지 못했을까. 그를 둘러싼 인물들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돈은 받아낼 수 있을까.
그런데 잔뜩 입맛을 돋운 것 치고는 영 싱겁다. 통쾌한 장면이 이어지기는 하나, 보는 내내 궁금했던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느낌. 의도적인 맥거핀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무리가 의아하니 허탈함이 더 크다.
앞서 오승욱 감독은 "투명 인간에 가까웠던 한 인간의 분투기"라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해는 되나 깊이 공감되지는 않는다. 싱거운 이야기에 더해 캐릭터 설정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인 수영의 목적은 충분히 알 수 있으나, 애초에 비리 경찰이었다는 점에서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다. 배후에 놓인 인물들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기에 그의 행보를 응원하는 힘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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