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언제 도착해….
오래된 이야기일수록 템포가 중요하다. 알려진 이야기일수록 균형잡힌 각색이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는 낡은 정공법을 택한다. 켜켜이 쌓고 감정을 극한대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누군가에겐 통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겐 무궁화호 타고 느릿느릿 이동하는 기분일 수 있다. 당신의 취향은?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 추창민 감독의 신작으로 조정석, 고 이선균, 유재명, 우현, 전배수 등이 출연한다. ‘10.26’ 사건을 배경으로 실존인물인 박흥주 대령의 이야기를 ‘팩션’으로 다룬다.
단골소재를 택한 건 양날의 검이다. 실화 바탕인 이야기의 힘은 있지만, 비교군이 너무 많아 밑져야 본전이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신선한 맛을 꿰어차지 못한다. 역사에 가려진 ‘박흥주 대령’이란 인물로 돌파하려 하지만, 내러티브를 모두가 안다는 강박 때문인지 이야기를 담백하게 관철시킨다기 보다는 감정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신파를 자극하려고 한다. 극 중 ‘박태주’ 변호를 맡은 ‘정인후’의 결핍을 자극해 드라마틱한 변화를 꾀하지만, 거기로 가기까지 목적없는 단계도 밟아 보는 이의 체감 속도를 떨어뜨린다. 삭제되어도 될 관계도도 더러 눈에 띈다.
반면 클라이막스에선 ‘급발진’한다. 늘어진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겠지만, 그동안 밟아온 리듬이 있기에 튀는 느낌이 없지 않다. ‘전상두’(유재명)와 상황이 역전된 뒤 ‘정인후’가 행하는 선택들에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클리셰를 잘못 밟은 기분도 든다. 느린 속도로도 쌓인 몰입도가 흩어지는 순간이다.
장점도 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특히 조정석과 고 이선균 사이 침묵이 흐르는 장면에서 여러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본다면 그 전달력이 더욱 커진다. 러닝타임 124분, 오는 14일 개봉.
■고구마지수 : 1.8개
■수면제지수 : 3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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