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진 지난 26일 오전 11시께 종로구 서울대병원 인근 거리에선 백발의 한 할머니가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연신 도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서둘러 빈 택시를 잡으려던 할머니는 결국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와 손짓을 계속했다. 할머니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방법은 아예 모른다고 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한 노부부는 초록색 '예약' 등이 켜진 택시 몇 대를 연달아 보낸 뒤 근처에서 승객을 내려 준 택시를 겨우 붙잡아 탑승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편리한 세상이 됐다지만, 한편에선 '디지털 소외'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도 제약이 큰 노인들의 실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은평구에 거주 중인 박모(85) 씨는 매달 병원에 진료받으러 갈 때마다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무릎이 좋지 않아 오래 걷거나 서 있을 수 없어서다.
택시 호출 앱이 익숙하지 않은 박씨는 "날이 궂어서인지 유독 차가 안 잡혀 거리에서 고생한 적이 있다"며 "그 뒤로는 병원에 갈 때 손주가 휴대전화로 택시를 불러줘 타고 다닌다"고 했다.
노년의 디지털 소외 심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와 앱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수준은 70.7%로 전년 대비 0.8% 포인트 올랐지만 장애인(82.8%), 저소득층(96.1%), 농어민(79.5%) 등 4대 정보 취약계층 가운데 가장 낮았다.
PC와 모바일기기 이용 능력을 의미하는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은 55.3%로 4대 계층 평균(65.1%)에 미치지 못했고 점수로는 일반 국민이 65.4점인데 반해 고령층은 36.9점에 그쳤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어딘가에 디지털 관련 정보를 물어보고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동·주민센터 등에 전담으로 상담·안내할 인원을 배치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문의가 있을 때 자세히 알려주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확대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앱이나 기기가 고령자 편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택시 예약 앱 등이 음성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직관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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