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시스 에너지의 배터리 제품군 모습. | 출처 - 파라시스 에너지
지난 2022년 국내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벤츠 관계자는 EQE 차량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의 NCM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밝혔으며, 당시 다른 제조사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화재 발생 차량에선 CATL이 아닌, 다른 제조사의 배터리 제품이 들어가 있었다.
앞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벤츠는 EQE 시리즈를 비롯한 자사 전기차 제품군에 CATL의 NCM 811 배터리를 일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조사 결과 ‘파라시스’라는 생소한 이름이 언급되자 비판의 화살이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파라시스는 지난해 기준 3조 1,800억 원의 매출과 1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셀 출하량을 기록, 배터리 업계 10위로 도약한 기업이다. 2009년 이후 지속 성장을 이룬 결과, 2018년엔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와 10년간 170GWh 규모의 배터리 주문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2020년엔 벤츠가 3억 위안을 투자해 파라시스 지분 3%가량을 인수한 뒤, 양사 간 배터리 공동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렇듯 벤츠는 파라시스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배터리 자급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으나, 이들 제품은 중국 현지에서도 높은 화재 위험성을 지적받은 바 있다. 지난 2021년 3월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적용한 자사 전기차 3만 1,963대가 특정 환경에서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리콜을 시행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며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파라시스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0.87%에 불과한 점유율을 차지한 업체인 만큼, 국내 소비자와 관련 부처 모두 이들 업체와 관련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일각에선 안정성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기만에 가까운 행위로 해당 사실을 숨기면서 무명 제조사의 배터리를 채택한 벤츠가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벤츠코리아 측에선 사고 원인인 EQE 350 차량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진 않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CATL과 이번 사고는 무관하다면서도, “아직 화재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업체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인지 확인해 주기는 곤란하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같은 소극적인 대응에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 싸늘한 상황이다. 지난 5일을 기점으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1억이 넘는 고급 차에 ‘듣보(듣도 보도 못한)’ 배터리를 넣다니, 벤츠 영업 실력 대단하다.”, “진즉에 파라시스라는 업체 배터리를 썼다고 공표했다면 (벤츠 전기차가) 지금만큼 판매됐을지 의문이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내연차 강자가 도태될 것이라는 예언이 적중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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