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퀸' 안세영(22·삼성생명)이 최근 인터뷰마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과 함께 항상 언급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한수정 트레이너(26)다.
지난해 7월 컨디셔닝 관리사로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올해부터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를 맡고 있다.
안세영이 작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힘들어할 때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했던 이가 바로 한 트레이너다.
그의 역할은 단순히 컨디션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20대 초반인 안세영이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안세영이 전영오픈 준결승전에서 탈락한 뒤 눈시울을 붉혔던 배경이기도 하다.
안세영은 당시 귀국길에서 "몸이 좀처럼 안 올라오다 보니까 저도 조급했고 트레이너 선생님도 옆에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면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정말 죄송하고 동시에 감사한 마음에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올림픽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트레이너 선생님을 믿고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라고도 말했다.
지난달 무릎 통증을 극복하고 싱가포르오픈 우승, 인도네시아오픈 준우승 일궜을 때도 안세영은 '선생님'을 떠올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났던 안세영은 "트레이너 선생님이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고 항상 0대0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라'고 하셔서 정말 그 생각만 하고 경기를 뛰었다. 옆에서 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 트레이너는 "거의 24시간을 같이 있는다. 세영이에게 컨디션을 물어본 뒤 그에 맞는 웜업 프로그램과 스트레칭 루틴을 짜준다"면서 "처음에는 세영이가 '제 루틴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젠 많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 트레이너가 몸 관리만큼이나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심리적인 조력이다.
그는 "세영이는 배드민턴 하나밖에 모르는데, 선수로서의 장점이긴 하지만 되게 안쓰럽기도 하다. 지신에게 혹독하다"면서 "단식 종목이다 보니까 의지할 파트너도 없어서 외롭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동이 끝나면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책, 노래 등을 추천해주면서 사이가 많이 두터워졌다"면서 "세영이에겐 의지할 수 있는 언니가 생긴 느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트레이너는 자신에게 너무나 엄격한 안세영에게 '낭만'을 심어주려 했다.
평소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리는데 얼마나 낭만적이니", "그 상대(천위페이)와 또 만나는 것은 네게 서사가 있다는 거야", "다음 올림픽은 로스앤젤레스(LA)라는데 얼마나 청춘이니"라는 말을 해줬다고 한다.
그는 안세영을 향해 "운동하는 게 기대되고, 경기에서는 연습했던 것을 보여줄 생각에 설레고, 다 끝나고서는 세리머니를 할 생각에 설렜으면 좋겠다. 자신만의 낭만을 하루하루 채워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 트레이너의 바람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디어데이에서 안세영이 직접 밝힌 각오가 바로 "파리에서 낭만 있게"였다.
구체적인 의미를 묻자 안세영은 "트레이너 선생님이 저를 일깨워주기 위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었다. '운동을 할 때 설레기 시작하고 운동이 끝났을 때 잘 끝냈다는 생각이 들면 그 하루를 너무 잘 산 것'이라고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를 부상으로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좋은 계획과 목표가 생겼다. 그걸 잘 끝낸다면 저 스스로 올 한 해를 낭만 있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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