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머니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더니, 하루 이틀 만에 모든 사용처가 막혔다. 환불 요청이 쇄도하지만 현재까지 환불 사례가 없다.”
티몬·위메프(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해피머니 상품권 중단으로 번지면서 피해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한 피해자는 5일 오전 개혁신당이 주최한 피해자 간담회에서 “해피머니는 몇 년간 사용처를 엄청나게 늘리면서도 정산 금액 등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이 누구한테 가 있는지 등 투명하게 자금 내역을 밝히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해피머니 상품권은 큐텐과 티메프에서 10%에 달하는 할인율로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에 일명 ‘상테크’(상품권+재테크)로 주목받은 상품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주요 판매처인 티메프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자 해피머니 사용처들이 제휴를 끊으면서 휴지조각이 됐다. 해피머니 측은 환불을 공지했지만 실제 환불도 이뤄지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다.
해피머니를 운영하는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수년째 완전자본잠식인 상태였다. 이 기업의 올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채는 2961억원으로 자산규모인 2407억원을 뛰어넘었다. 2022년에도 부채(1609억원)가 자산(1039억원)을 넘어섰다.
해피머니아이엔씨는 고객에 상품권을 판매한 뒤 해피머니를 사용할 때가 돼서야 대금을 사용처에 정산해 주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금 돌려막기’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외에 고객이 유효기간을 넘겨 사용하지 못한 금액인 낙전수입(지난해 기준 41억원) 등이 해피머니의 주 수입원이었다.
사실상 고객의 자금을 수신하는 상품권 업계에 대한 관리 필요성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부터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까지 수차례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상품권의 발행과 유통을 규정한 상품권법이 1999년 폐지된 이후 인지세만 납부하면 누구나 제한 없이 발행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규제 공백을 틈타 온라인 E-쿠폰 거래액이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상품권 시장은 성장했다.
해피머니아이엔씨 역시 금융당국의 규제대상에 오르지 않았고, 자본잠식상태에도 불구하고 지급보증보험조차 들지 않고 상품권을 찍어냈다. 피해자들은 해피머니가 위메프에 판매될 때 전 대표가 운영하는 한국선불카드로 수수료 수익이 지불되는 등 투명하지 못한 자금흐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다음 달부터 상품권 발행 업체의 선불충전금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이 시행되지만 제2의 해피머니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금법의 규제적용 대상은 발행잔액 30억원 이상 또는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을 초과하는 업체로 한정된다. 자금 관리도 제3자 기관에 완전히 운용권을 넘기는 신탁이 아니라 당기 말까지 자금을 맞추는 예치도 가능하기 때문에 업체가 거래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