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는 전도연이 오승욱 감독에게 시나리오 집필을 적극 권유해 탄생한 작품이지만, 전도연이 제안 후 시나리오를 받아들기까지 무려 4년 정도를 기다려야 했던 작품이다. 전도연은 기다림을 거쳐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솔직히 안 하고 싶었다. 처음 작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저도 놀고 있던 상태였고 빨리 쓰실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저는 ‘길복순’도 하고 ‘일타 스캔들’도 찍고 바빠져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안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는 의외의 답변을 꺼냈다.
그는 “당시 좀 지쳐있더라. 제가 ‘길복순’하면서도 그랬고, 끝나고선 바로 ‘일타 스캔들’을 해서 쉬어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던 중 ‘리볼버’를 준비하게 된 것”이라며 “쉬어야 할 타이밍에 작품을 하게 되니 마음이 처음엔 그렇게까지 절실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전작 ‘무뢰한’에서 연기한 ‘김혜경’ 캐릭터와 ‘리볼버’의 하수영이 겹쳐보일까봐 우려한 점도 없지 않았다고. 전도연은 “이 작품에 ‘무뢰한’의 무드가 좀 묻어있어서 우려했었다. 감독님과 전작을 같이 했기에 어떻게 연기해야 전작의 느낌 피해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이 대본을 내가 하는 게 맞는걸까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중점적인 생각이 하수영을 어떻게 김혜경과 달리 보이게 할 수 있을지였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표정을 최대한 걷어낸 건조한 지금의 캐릭터가 완성됐다. 전도연은 “전작의 느낌을 억지로 피한다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최대한 다른 인물처럼 표혀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감정을 걷어낸, 그런 인물을 연기했다”며 “연기에 부담은 없었지만, 촬영하며 감독님께 ‘지루하지 않아요?’ 질문을 계속 했던 거 같다. 그냥 계속, 똑같은 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다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선 생각을 바꾸었다. 하수영이 영화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러 돌아다니지 않나. 그 인물들의 색이 하수영과 함께 입혀지며 장면이 만들어지는데 그게 관객들에게 좀 새로운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여러 고민되는 지점들이 많았음에도 ‘리볼버’의 출연을 결정한 건 오승욱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전도연은 “약속은 약속이니까. 감독님이 저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 4년이란 시간을 들여 시나리오를 쓰셨으니까”라며 “극 중 수영처럼 저 역시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맞는 것 같다. 물론 영화를 찍을 땐 하수영이 그렇게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인줄 몰랐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수영에게 ‘약속’이란 대사가 엄청 많이 나오더라.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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