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불이 난 전기차는 화재 발생 사흘 전부터 계속 주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이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사흘간 가만히 세워둔 차에서 어떻게 불이 났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내부에서 분리막이 손상된 경우 운행이나 충전 중이 아니더라도 불이 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4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불이 난 전기차의 차주인 40대 남성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16분쯤 차를 주차한 뒤 운행한 적이 없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에서 불이 난 시점은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쯤으로 주차한 지 59시간 뒤 갑자기 불이 났다는 얘기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당시 해당 전기차는 충전 구역이 아닌 일반 주차 구역에 주차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는 8일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터리 내부 분리막 손상 가능성
사흘간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난 원인에 대해 선양국 한양대 교수는 배터리 덴드라이트(dendrite)에 의한 ‘단락(短絡·합선)’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덴드라이트란, 배터리 내부 물질인 리튬 중 일부가 급속 충전을 자주 하는 등의 원인으로 음극 표면에 쌓여 만들어지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다. 차량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도 리튬이나 불순물이 이동해 결정체가 서서히 자라면서, 배터리 분리막에 구멍을 내면 만나지 말아야 할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서 합선이 발생하고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국내 업체들은 덴드라이트 문제를 어느 정도 개선해 왔지만, 중국은 삼원계 배터리 후발 주자로 한국보다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덴드라이트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내 분리막 손상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배터리에 과도한 열이나 물리적 충격이 가해져 분리막이 손상되고, 양극재와 음극재가 직접 만나 화재나 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화재가 난 차량이 주행 중에 배터리가 탑재된 하부가 충격을 받고, 이 때문에 배터리 내부 분리막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 배터리 업체 연구원은 “완충된 상태에서 충전기를 빼고 이후에 12시간이나 하루가 지난 이후에 불이 나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다”며 “그동안 과충전 등 누적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더운 여름 날씨와 결합해 단락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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