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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월요 초대석] 허미미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할 수 있다’… 진짜 해낼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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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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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도에 올림픽 메달 안긴 재일교포 허미미

5대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 알게 된 이후 마음 달라져 할머니 유언 따라 한국행 결심…

부모님 ‘네 뜻대로 하라’ 하셔

메달 모두 파트너 선수들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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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로 올림픽에 출전할 거라고는 사실 할머니도 생각 못 하셨을 것 같다.”

1일 파리 올림픽 유도 경기장인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만난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2)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허미미는 지난달 30일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메달을 딴 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정보경(은) 이후 8년 만이다. 허미미는 4일 혼성단체전에선 동료들과 동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국적인 아버지와 일본 국적의 어머니를 둔 허미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일본 와세다대에 재학 중이다. 한국과 일본 국적을 모두 갖고 있던 허미미는 작년 12월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 유언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는 “미미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처음 경험해 본 올림픽 무대는 어땠나.

“3년 전 도쿄 올림픽 땐 (일본 사이타마에 있는) 집에서 가족들과 TV로 경기를 봤는데 그런 자리에 내가 서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행복했다. 사실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로 사람들의 기대가 커져 긴장됐다. 첫 경기 때는 몸도 잘 움직이지 않고 그랬다. 프랑스에서 유도 인기가 이렇게 많은 줄도 처음 알았다. (개인전) 결승에서 이겨서 태극기를 제일 높은 곳에 달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은메달을 따서 정말 좋다. 다른 대회와 다르게 올림픽 메달은 진짜 무겁다.”

―결승전에서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 했다. 경기 영상을 다시 봤나.

“파리에서 ‘다시 보기’ 하는 방법을 몰라 아직 못 봤다. 아쉽기는 하다. 주심이 마지막에 경기를 멈출 땐 (상대인) 크리스타 데구치 선수에게 지도를 주는 줄 알았다. 마지막엔 상대도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실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주심에게 (지도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데구치 선수가 말한 것처럼 유도가 바뀌어야 할 부분은 있는 것 같다.”

―메달 딴 뒤 인기를 실감하나.

“지금도 인스타그램 메시지(DM)가 계속 온다. 하나하나 다 읽기 힘들 정도로 많이 온다. 일본에서도 메시지를 많이 보낸다. 어릴 적 친구에게서도 축하 메시지가 왔다. (재학 중인) 와세다대에서도 축하해줘서 놀랐다. 사람들이 너무 감동했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펜싱 국가대표팀과 같은 날(5일) 귀국하는데 걱정이다. (공항에) 유도 팬보다 펜싱 팬이 더 많으면 어쩌나(웃음).”

―유도를 언제 처음 시작했나.

“여섯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유도를 시작했다. 원래 밥 먹을 때와 글씨 쓸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는데 왼손잡이인 아버지를 보고 배우면서 나도 왼손으로 유도를 하게 됐다. 어려서 유도를 배우는 건 힘들었지만 경기를 하는 건 아주 좋아했다. 한 사람을 이기고 나면 또 다른 사람이 나오고, 또 다른 식으로 경기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행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릴 때 할머니가 경기장에 자주 오셨다. 내가 유도를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한국에 가기로 마음을 굳히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할머니 말씀대로 한국에 가고 싶었다. 부모님은 ‘네 뜻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나도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행복하다.”

―일본과 한국의 훈련 방식이 많이 다른가.

“일본에선 유도만 배웠는데 한국에선 달리기도 잘해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잘해야 한다. 진천선수촌에 처음 갔을 때는 매일 새벽 5시 30분에 훈련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일본에선 맨날 아침 9시, 10시까지 잤다(웃음). 처음엔 일어나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다. 체력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코치님, 감독님이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신다. 유도 실력도 많이 늘었고 유도가 더 재미있어졌다. 김미정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김 감독님으로 인해 유도를 하면서 스승을 만났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운동을 정말 많이 시키긴 하셨지만 대회에 나갈 때 감독님과 같이 있으면 늘 마음이 편했다.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임기를 마치는) 감독님과 헤어지게 돼 정말 슬프다.”

―현재 소속 팀 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이란 걸 알게 됐는데….

“진짜 놀랐다. 어릴 때 재일교포 선수로 대회에 참가하러 한국에 왔을 땐 여행 온 기분도 있었는데 (현조·玄祖)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다는 걸 알게 된 뒤론 마음이 달라졌다. 어떤 대회든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훈련도 더 열심히, 경기에서도 더 잘할 수 있게 됐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다.

―금메달 따서 애국가를 부르겠다고 했었는데, 애국가 가사는 다 외웠나.

“1절은 다 부를 수 있다. 4절까지는 아직 다 못 외웠다(웃음). 애국가 가사를 일본어 번역기로 돌려서 의미를 확인하고 다시 한국어 가사를 외우고 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이번 올림픽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한 건 지금도 너무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선 꼭 애국가를 부르고 싶다.”

―한국어 공부는 어떻게 했나.

“처음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한국어를 따로 공부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대화를 하면서 배운다. 친구들, 언니들과 이야기하는 게 진짜 공부다. 특히 (여자 무제한급의) 김하윤 언니와 대회도 같이 나가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는 것 같다. 사실 인터뷰할 땐 긴장해서 한국말이 더 안 나온다(웃음). 아직은 한국어가 너무 어렵다. 배워도 배워도 자꾸 까먹는 것 같다.”

―한국어 가운데 좋아하는 표현이 있나.

“‘할 수 있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일본어에도 같은 의미로 ‘데키루(できる)’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진짜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어려운 단어는 ‘딸기’다. 내가 딸기우유를 좋아해서 자주 말해야 하는데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

 

―유도 말고 좋아하는 건 뭔가.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여자)아이들의 ‘Fate’, 린의 ‘사랑했잖아’를 즐겨 듣는다. ‘사랑했잖아’는 훈련 파트너 선수들과 노래방에 같이 갔을 때 듣고 알게 됐는데 멜로디가 너무 좋아 요새 정말 많이 듣는다. 그런데 가사를 보니까 슬픈 이별 노래더라(웃음).” ‘사랑했잖아’는 허미미가 두 살이던 2004년에 나온 노래다.

“메이크업에도 관심이 많다. 처음엔 엄마가 메이크업을 해주셔서 관심이 생겼는데 지금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관심이 많다. 유도를 안 했으면 메이크업과 관련된 일을 했을 것 같다. 매일 땀 흘리면서 훈련하다가 (민낯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쑥스러울 때가 많다. 이번 올림픽 때도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 하기 전에 메이크업을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못 했다(웃음).”

―파리 올림픽 펜싱 2관왕 오상욱의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천선수촌에서 두세 번 봤는데 얼굴도 잘생기고 너무 착해서 팬이 됐다. 선수촌에서 만났을 때 일본어로 말을 걸어줘서 고마웠다. 이번에 오상욱 선수가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 딴 다음 날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났는데 축하한다고 말했다. 오상욱 선수도 내 경기가 언제인지 물으면서 파이팅 하라고 해줬다.”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것 같다.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 고민 같은 것 많이 안 하고 스트레스도 잘 안 받는다. 경기에 나가서 패해도 ‘그냥 졌다’ 정도지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나도 올림픽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5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로 사람들 기대가 너무 커졌다. 친구들에게는 ‘기쁘기도 하지만 고민도 된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은메달 따서 다행이다.”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하던데….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그렇고 특히 훈련 파트너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올림픽을 앞두고 두 달간 내 뒷바라지를 정말 다 해줬다. 훈련도 같이 해주고, 늘 같이 있어 줬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테이핑도 다 도와줬다. 은메달을 딴 것도 진짜로 파트너 선수들 덕분이다. 파트너 선수들이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 아직 고맙다는 말을 직접 못 했다. 특히 내 파트너 선수인 용인대 황혜성(20), 남유리(19)의 이름은 기사에 꼭 좀 써달라. 그들이 보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재학 중인데….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 고민 중인데 교수님과 의논하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대학에선 스포츠심리학을 주로 공부하고 있다. 경기를 앞둔 선수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등을 배운다. 당장 졸업논문을 써야 하는데 준비를 하나도 못 해 걱정이다.”

―응원해 준 팬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들 덕분에 너무 기뻤다. 파리 올림픽은 끝났지만 2년 뒤 아시안게임이 있고, 4년 뒤 다시 올림픽이 돌아오니 유도를 계속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음 올림픽에선 꼭 금메달 따겠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580219?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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