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5개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를 마무리한 것은 ‘맏형’ 김우진(32·청주시청)이었다.
김우진은 4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을 슛오프 끝에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9>)으로 꺾고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그는 남자 선수로는 최초의 양궁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양궁에서는 지난 도쿄대회에서 안산이, 이번 대회에서 임시현이 양궁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김우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던 터라 통산 5개의 금메달로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상 금메달 4개)을 넘어 한국인 개인 통산 올림픽 최다 금메달 신기록을 썼다.
한국 양궁 전체로는 이번 대회 5번째 금메달이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4개)에 이어 금메달을 독식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또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10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김우진은 충북체고 3학년 때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신기록 포상금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2 런던 올림픽을 제외하면 모든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태극마크와 깊은 인연을 자랑했다. 올림픽에 나가는 것보다 대표팀에 뽑히는 게 더 어렵다는 한국 양궁에서 김우진처럼 오랫동안 대표팀 자리를 굳게 지킨 선수는 없다.
큰 무대에서도 강해 이날 전까지 올림픽에서 4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개, 아시안게임에서 3개, 아시안선수권대회에서 4개 등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김우진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궁사로 불린다.
“머리는 비우고, 마음은 뜨겁게”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김우진이 “이번 대회 개인전 만큼은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던 건, 과거의 실수를 이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잘 드러냈다.
세계양궁연맹(WA)에 따르면 1992년 이후 랭킹 라운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는데, 김우진은 당당히 징크스를 깼다.
앞선 두 대회 개인전의 한을 풀어낸 김우진의 도전은 아직 끝이 아니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출전을 바라고 있는 그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이 들어가 다행이다. 아직 은퇴 생각이 없기 때문에 더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의 역사 뿐만 아니라 한국 올림픽의 역사가 다시 쓰일 수 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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