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의 빅토리아 메드빅(Victoria Medvic) 교수는 올림픽 입상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높은 만족도와 행복감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즉, 선수들이 2등 했을 때보다 3등 했을 때 더 기뻐했다는 이야기다.
만약 … 했다면 ~ 했을 텐데
이는 선수들이 객관적 성취의 순서가 아니라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후가정사고란 "만약 … 했다면 (또는) 하지 않았다면 … 했을 텐데" 와 같이 어떤 일을 경험한 후에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았던 가상의 대안들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만약 심판이 공정했더라면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선수들이 자신의 실제 성취를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가상의 성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주로 가상의 비교 대상이 금메달이다 보니 객관적 성취보다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반면에 동메달을 딴 선수는 가상의 비교 대상이 노메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객관적 성취는 은메달보다 못하지만 더 행복하게 느낀다.
이렇게 보면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김민석 선수가 객관적으로 더 우수한 성적인 은메달을 딴 차민규 선수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둘 다 기대 이상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김민석 선수는 근소한 차이로 시상대에 오른 선수가 된 반면에 차민규 선수는 0.01초 차이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현상은 흔히 나타난다. 학기 말 성적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아쉬워하고 학점에 대해서 교수와 협상(?)을 시도하는 학생들은 주로 A-나 B+ 학점을 받은 이들이다. 이 학생들은 B나 C보다 객관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성적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아깝게 놓쳤다는 생각에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큰 것이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businessinsight&logNo=221245437199&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trackingCode=exte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