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예(84·충남 홍성군)씨는 지난 1일 오후 2시께 집에서 2.2㎞가량 떨어진 홍성군 용봉보건진료소까지 보행기를 끌고 걸어갔다.
김씨는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마솥더위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밭에서 일을 하다 며칠 전부터 가려움증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햇빛이 너무 강해 잠시 피부가 부푼 것이라 생각했지만, 증상이 호전되기는커녕 밤에는 제대로 잠들지 못할 만큼 심해졌다.
도저히 견디지 못한 그는 결국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진료소까지 1시간여를 걸어갔다.
폭염경보가 내려졌던 당시 홍성군의 체감온도는 33.9도로, 군은 지난달 21일부터 10일 이상 폭염특보가 유지되며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던 상황.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오는 김씨를 본 강윤미 용봉보건진료소장은 얼른 시원한 안으로 모신 뒤 세심히 진료를 봤다.
이후 본인의 승용차에 직접 김씨를 태워 안전히 집까지 데려다줬다.
김씨는 이후 전화로 경기도에 거주 중인 딸 이현희 씨에게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병원에 가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방법을 강구해봤지만 마을에 주민도 없고, 콜택시마저 거리가 멀어 잡히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말에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거동도 잘 못 하면서 얼마나 불편했으면 그 더운 땡볕 아래를 걸어갔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날씨가 연일 너무 무더워서 엄마 걱정 때문에 안 그래도 불안하던 찰나에, 소장님이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셨다는 걸 듣고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소장은 2일 연합뉴스에 "어르신이 몸도 불편하신데 먼 길을 걸어오신 데다 너무 더워서 그냥 보낼 수 없었다"며 "마침 제가 출장도 있어서 모셔다드린 것뿐인데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풀밭에서 일을 하시다 생긴 알레르기로 며칠간 고생하신 것 같았다"며 "덥고 습한 날씨에 상처도 많이 덧나 있었는데 다행히 열사병, 열탈진 증상은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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