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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IS리뷰] 본 적 없는 ‘얼굴들’의 발견, ‘리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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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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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잔치’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정을 절제한 전도연과, 젠틀함을 집어던진 지창욱, 필살기를 새롭게 활용한 임지연까지. 오승욱 감독의 캐릭터 구축과 배우들의 풍부한 해석이 강렬한 인물들을 남겼다. ‘리볼버’의 이야기다.

 

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는 전직 경찰 하수영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눈 밑의 상처는 투옥 중에, 어깨의 흉터는 형사 적에 생겼다고 밝힌 수영은 거친 삶에 지치다 못해 무감각해졌다는 듯 건조하다. 입소 전 입고 들어왔다는 높은 하이힐과 드레시한 검은 원피스는 지금의 모습과 상반된 그의 과거를 궁금케 한다.

 

영화는 수영을 따라 조용히 타오르며 오로지 직진한다. 그는 당시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모든 죄를 홀로 뒤집어쓰기로 했던 대가를 받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투옥 전 약속을 나눈 당사자들은 없고, 출소 후 먼저 찾아온 낯선 이 ‘정마담’ 윤선(임지연)은 배신자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수영은 모든 걸 돌려받기 위해 약속의 당사자, 앤디(지창욱)를 찾아 나선다.

 

오승욱 감독이 “얼굴들의 향연”이라고 자부했듯 배우들은 저마다의 연기를 밀어붙인다. 그중에서도 전도연은 자신의 제안으로 출발한 영화답게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그가 표현한 수영은 잃어버린 세월만큼 표정을 지워내 마치 백지 같다. 범죄 세력의 뒤를 봐주던 비리 경찰 시절에 대한 수치심과 반성은 딱히 느껴지지 않으며, 제 뒤통수나 칠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기대도 크게 없다. 그런 수영이 격렬한 감정으로 지배되는 순간, 전도연은 분화를 멈췄던 화산이 터지듯 관객을 휘어잡는다.

 

수영과 얽히는 앤디 역 지창욱과 윤선 역 임지연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지창욱은 ‘웰컴투 삼달리’ 같은 로맨스 가이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욕설도 불사했다는 그의 말대로 히스테릭하면서 비굴한 앤디를 있을 법하게 성립시켰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으로 보여줬던 바로 그 비열한 악의 얼굴을, 이번 영화에선 섬세하게 다뤄 이중적인 인물을 표현했다. 전작에서 송혜교, 김태희와 함께해 호평받은 ‘여여케미’를 그의 롤모델 전도연과는 어떻게 이루는지도 볼거리다.

 

조연 앙상블도 극을 탄탄하게 지탱했다. 특히 최근 드라마 ‘굿파트너’에서 활약 중인 김준한이 형사 신동호 역으로 빌런보다 못한 옛 동료를 열연했다. 무거운 톤의 이야기에서 정만식은 조 사장 역으로 임지연과 자연스러운 웃음을 틔워냈으며 김종수도 널뛰는 앤디를 수습하는 본부장 역으로 중심을 차분하게 잡았다.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얼굴들도 등장한다. 오 감독의 전작 ‘무뢰한’에 캐스팅됐으나 어깨부상으로 출연하지 못했던 이정재가 전도연과 드디어 호흡을 맞췄다. 수영의 전사와 관련돼 궁금케할 정도로 상당한 비중이다. 수영의 옛 선배 정재영과 앤디 측 전혜진도 열연으로 호화로움을 더했다.

 

이 ‘얼굴들’은 냉랭한 수영의 시선처럼 담긴다. 인물들의 전사를 구태여 서술하지 않는다. 정작 하수영은 집요하리만치 표정이 길게 잡힌다. 전도연의 스치는 미묘한 눈빛 하나 놓치지 않는다.

 

또 미술의 박일현 감독부터 촬영, 음악까지 ‘무뢰한’ 사단이 다시 뭉쳤지만, 노란 장판처럼 빛바랜 톤의 전작과는 다르다. 푸른빛의 세계는 직선적이며, 전개도 오직 한가지 목적을 가진 수영을 따라 직관적으로 쭉쭉 나아간다.

 

다만 ‘리볼버’라는 제목대로 총 든 여자가 무쌍을 찍는 ‘사이다’ 복수극을 상상하면 안 된다. 보는 이에 따라 속도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영화가 가진 힘일 테다. 오는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4분.

 

 

 

https://isplus.com/article/view/isp20240801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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