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K-팝 기업인 하이브가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다. 이른바 '하이브 2.0'이다. 하이브는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스스로 진단했다. 과거 하이브의 3대 사업영역이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이었다면, 미래 하이브의 사업은 '음악', '플랫폼', '테크기반 미래성장 사업'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언뜻 봐서는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3대영역의 기본 역시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2.0 전략을 밝히며 '음악'을 첫번째 키워드로 제시했다는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음악사업 부문에서 국내 및 일본 멀티레이블 사업을 총괄하는 '하이브 뮤직그룹 APAC(HYBE MUSIC GROUP APAC)'을 신설하며 인력 구조에 대폭 변화를 줬다. 얼마 전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자리에서 내려놓은 데 이은 연쇄 효과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고, 놀라운 결정은 김영민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을 하이브 재팬 회장(Chairman)으로 신규 선임했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표적 '일본통'으로 알려진 김영민 회장은 K-팝 산업에서 하이브가 수립한 성공 방정식을 일본 시장에 접목, 하이브 재팬을 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시킨다는 포부"라고 설명했다. 맞는 이야기다. 역대 K-팝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한 주체로 김 회장 만한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SM 출신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데려온 후 내홍을 겪는 입장에서 하이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하이브가 업계 '맏형'인 SM의 DNA를 인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트렌드가 급변하고 대중은 금세 싫증을 느끼는 이 산업에서 SM은 30년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단단한 토대를 만든 인물 중 한 명이 김 회장이다. 그 노하우와 리더십을 하이브가 중용한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 내에서 심상치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뉴진스의 일본 내 활동을 이끌 중추적인 인물, 더 나아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희진 대표 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기대하고 영입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