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욱 감독은 배우 전도연을 생각하며 '리볼버'의 하수영 캐릭터를 썼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도 그것이 드러난다. 전도연에 대한 감독의 신뢰와 애정을 느낄 수 있고, 전도연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다르게 말하면, '리볼버'는 거의 모든 것을 전도연에게 기대고 있다. 요리로 치자면 값비싼 고급 식재료가 준비됐는데, 라면이 끓고 있는 냄비에 다 때려 넣은 느낌이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제공/배급: 플러스엠)는 '무뢰한'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이 9년 만에 만난 영화다.
줄거리는 이렇다. 영화는 경찰 하수영(전도연)이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2년 전 그는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이는데,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큰돈을 주겠다는 임 과장(이정재), 앤디(지창욱)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그런데 감옥에 있는 동안 임 과장이 사망하고, 교도소를 나온 하수영을 생전 처음 보는 정윤선(임지연)이 찾아온다.
당연히 약속했던 대가는 받지 못했다. 하수영 명의로 돼 있어야 할 새 아파트도 알지 못하는 여자에게 넘어갔다. 일이 잘못된 것을 직감한 하수영은 앤디를 찾아 나서고, 그 뒤에 있는 더 크고 위험한 세력을 마주한다.
전도연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하수영 그 자체다. 최근작인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리볼버'의 전도연은 무표정하다. 차분하고, 건조하다. 그런데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받지 못한 대가에 집착하고, 백척간두에서 있으면서도 더는 잃을 것이 없어서 두려울 것도 없는 자의 얼굴을 연기한다. 전도연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된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도 인상적이다. 삼단봉으로 앤디를 때릴 때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야구 방망이에도 눈 깜짝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하수영이 얼마나 악에 받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전도연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선 물음표다. 이야기가 너무 단조롭다. 하수영이 앤디를 쫓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계속 추가되지만, 눈에 띄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당한 정보들과 인물에 대한 설명이 대화로만 채워진다.
배우들의 연기력 외에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는 것도 아쉽다. 돈을 가진 자들과 결탁한 경찰, 정보원 역할을 하는 술집 마담, 마약에 취한 거물, 이들 사이에 오가는 거친 욕설들은 기시감이 든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연기는 잘하는데, 알맹이가 전혀 없다. 매력적인 서사가 전혀 없는 캐릭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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