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먹이고 냉방기 틀어도 하루 수십마리 폐사, 사체 처리도 난감"
(나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사람도 견디기 힘든데 갇혀 사는 오리는 오죽하겠습니까."
불볕더위가 한창인 1일 전남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의 한 오리농장에서 임종근(57) 씨는 열병으로 죽은 오리 사체를 수습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위에 취약한 오리가 남은 여름을 버텨줄 수 있을지 임씨의 마음은 근심이 한가득하다.
하루에도 수십번 들여다보며 살뜰하게 보살피지만, 푹푹 찌는 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6만여 마리의 오리 무리에서 매일 30∼40마리가 죽어 나가고 있다.
오리들은 대부분 울음조차 낼 기력도 없는 듯 입을 벌린 채 헉헉거렸고, 물이 나오는 호스에서 부리를 떼지 못하며 목을 축이기 바빴다.
일부는 더위를 먹은 탓인지 이리저리 뒤뚱거리며 다른 오리와 부딪히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임씨는 "자고 일어나면 밤사이 쓰러져 죽은 오리를 찾는 것이 아침 일과"라며 "선풍기를 계속 가동하고 뜨거운 공기가 위로 나가도록 축사도 개조했지만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더위를 이기도록 비타민 섞은 물을 보약처럼 먹이기도 하고,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를 20분마다 가동해 열기를 내쫓아도 축사 내부 온도는 한낮에는 40도에 육박했다.
하나둘 쓰러지는 오리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것만 해도 속상한데, 폐사체 처치까지 임씨를 괴롭히고 있다.
임씨는 "정부의 폐사체 처리 기계 지원이 최근 2∼3년 전부터 끊겼다"며 "더위 때문에 죽는 오리를 통째로 땅에 묻거나 무단으로 버리면 그것대로 문제가 또 이어지는데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올여름 들어 전날까지 전남에서 더위에 폐사한 가축은 3만1천233마리에 달한다.
더위로 죽은 가축은 닭이 2만9천759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 582마리, 돼지 892마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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