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은 프랑스 현지시간으로 7월 31일(한국시간 8월1일 새벽)에 열렸다. 이날은 구본길의 둘째(태명 모찌)가 태어나는 출산 예정일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헝가리와 단체전 결승에서 45-41로 승리,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며 무려 12년 동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구본길에게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둘째 아이의 출산 여부였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구본길은 "제가 아까 연락 했는데 와이프가 코로나에 걸려서 출산 예정일이 제가 귀국하는 날(8월 5일)로 바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구본길은 "와이프가 경기 전에 뭐라고 했냐면, 만약 모찌가 오늘 나왔으면 그 행운이 모찌에게 갔을 거라고, 모찌가 그래서 기다려주는 거라고, 그래서 모찌가 오늘 그 행운을 저한테 다 준거라고, 그러니까 열심히 하고 오라고 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행운이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본길과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다시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었다.
구본길은 2012 런던 대회,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파리 대회까지 올림픽 3연패의 주역으로서 한국 펜싱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2016년 리우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인해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구본길은 "3개의 메달이 다 귀하지만 런던 올림픽의 금메달은 여기 있는 모든 선수들이 있게 한 메달이다. 사실 파리 대회는 자신 있었다. 런던 올림픽 멤버, 어펜져스(도쿄 대회) 그리고 뉴 어펜져스 중에서 경기력과 실력은 지금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런던 올림픽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9년생 베테랑 구본길은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했다. 대신 2026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 때문에 2020년에서 2021년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2022년에서 2023년으로 각각 연기되면서 펜싱 국가대표들은 대회 준비를 위해 쉴 틈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숨 돌릴 여유가 필요하다. 구본길은 향후 1년은 무조건 대표팀을 쉬겠다고 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집에 가서 육아해야죠. (안 그러면) 집에서 쫓겨납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파리=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