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33/0000107210
어머니는 "무엇이 달라졌냐?"고 되물었다.
A씨가 떠난지 2달, 어느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 사이, 양재웅 원장은 연예인과 결혼을 발표했다. 라디오도, 유튜브도 그대로 진행했다.
고인의 모친은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딸의 황망한 죽음을 밝혀달라 호소했다. 병원은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결국, 우리 딸만 죽은 겁니다. 우리 가족들만 죽었어요. 그(병원) 사람들 모두 제 앞을 뻔뻔하게 걸어 다녔어요. 미안하다는 사람 하나 없었고요. 그러다 경찰이 왔더라고요. 사과가 아니라 신고를 한거죠." (피해자 모친)
지난 5월 27일 새벽, 경기도 부천 W진병원. A씨가 해당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은 장폐색. 하지만 당시 병원의 대처는 안정제 투여였다.
A씨의 모친은 "딸이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격리실에 묶어두고 방치했다"면서 "딸이 119를 불러 달라고 했지만, 병원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미국 뉴욕의 명문대를 졸업한 재원이다. 한국에서도 유명 대학교의 경제학과 조교로 있었다.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다이어트약(디에타민) 중독 증세로 양재웅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입원 17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병원 측은 '디스패치'에 "담당자가 부재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반면, 남은 가족들은 할 이야기가 많았다.
◆ "17일 간의 기억"
A씨의 모친은 여러 매체를 통해 양재진과 양재웅 형제를 알게 됐다. 그의 말에 신뢰가 생겼고, 병원을 검색했다. 그렇게 부천 W진병원을 딸에게 추천했다.
모친은 먼저, 치료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입원 17일 동안, 의사를 통해 경과 보고를 들은 적이 없다는 것. (방송에서 보던) 양재웅은 병원에선 볼 수 없었다.
디스패치 (이하 'D') : W진병원을 찾은 이유가 궁금하다.
모친 : 그곳에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있었다. 양재진과 양재웅 씨가 나오는 많은 방송을 봤다. 신뢰가 생겼다. 하지만 양재웅이 치료한 적은 없다. 일주일에 3일, 오후 진료만 한다고 하더라.
D : 병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의사의 소견은?
모친 : 양재웅 형제가 아닌 다른 의사가 담당의로 배정됐다. 딸은 담당의에게 '입원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지만, 의사는 '입원하면서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나 경과 보고를 들은 적은 없다. 병원에서 내가 만난 사람은 수간호사 B씨 뿐이다.
D : 수간호사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모친 : 하루는 수간호사가 '기저귀를 사 오라'고 하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가 바닥에 오줌 쌌다고 했다. 나는 대성통곡을 했다. 병원에 분명 정상적인 상태로 들어갔는데 왜 그러지 싶어 울었다. 나중에 CCTV를 보니까 1인실 문을 안 열어줘서, 참을 수 없어 소변을 본 상황이었다.
D : 병원엔 얼마나 자주 갔나?
모친 : 처음 일주일은 매일 병원에 갔다. 아이가 입원 후 필요한 물품을 사 달라고 해서 갔다. 그 이후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갔던 것 같다.
D : 딸의 변화를 언제부터 느꼈나?
모친: 아이랑 통화를 하는데 말이 어눌해진 것 같아 이상하게 느껴졌다. 원래는 정말 정상이었다. 그래서 수간호사한테 "혹시 안정제 먹이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하더라. "딸이 말이 어눌해진다. 안정제 먹이지 말아달라"고 했고, 수간호사가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딸이 죽은 후 CCTV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죽는 그 시간까지 약을 먹이는 모습이 있었다.
D : 딸이 직접 치료 과정을 지적한 적은 없나.
모친: 딸이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우리도 몰랐다. 죽은 다음에서야 (CCTV를 통해) 1인실에 묶어 놓고 안정제 먹인 걸 알았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둬 놓고 약만 먹이는 지옥이었다. (병원이) 딸의 의식을 없게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시신 부검에 따르면, A씨의 사망 소견은 '가성 장폐색'. 신경성으로 장이 막혀서 음식물이 내려가지 않는 병이다. 복무 팽만과 변비, 구토 등을 유발한다. 장에 공기가 가득 차 배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다. 실제로 A씨는 입원 후 간헐적인 복부 통증을 보였다. 사망 전날에는 복통까지 호소했다.
D : 복부 통증이 있었다더라.
모친 : 병원에서 딸 아이보고 만성 변비 환자라고도 했다. 사실이 아니다. 또 여러 병원 환자들의 증언을 들었다. 하루는 딸이 배가 너무 아프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병원 관계자 중) 아무도 안 봤다고 하더라. 어떤 환자가 대신 안아서 침대에 앉혔다고 말했다.
아이가 죽는 날 영상을 보면 코피가 난다. 그날 딸이 '119를 불러달라'고 했다더라. 근데 병원은 안 불렀다. 같이 있던 환자의 증언이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아프다고 했을 때 어떤 조무사가 '또 시작했다 노랫소리'라고 했단다. 꾸미는 이야기가 아니다. 직접 들어서 안 이야기다. 그분들 전화번호 다 알고 있다.
D : 병원의 방치를 주장했는데.
모친 : 병원 정면 벽에 '내과 진료'와 '내시경' 등이 쓰 있다. 실제 그 병원에 내과의사가 있었다면 내 딸의 증세를 몰랐을까. 딸이 죽기 2~3일 전부터 임신부처럼 배가 불렀다. CCTV에도 나온다. 내과 의사가 있었으면 유기 치사다. 없었으면 사기 아닌가? 사실 아직도 전체 영상을 못 봤다. 뉴스도 못 본다. 사람들이 말하니까 듣고 안다. 지금도 숨을 쉴 수가 없다.
D : 1인실 감금, 가족 동의는 없었나?
오빠 :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 CCTV 보면 병실의 평수가 엄청 작다. CCTV 다 가지고 있다. 동생 총 10번 정도 1인실에 들어갔더라. 근데 그게 가족 동의 없이도 되는 거라고 다른 환자 가족들이 말하더라. 그게 문제 되는 건지 몰랐다.
◆ "방치부터 심폐소생술까지, 전부 잘못됐다"
CCTV에 따르면, A씨는 사망 당일 1인 격리실에서 배를 움켜쥐고 나가게 해달라며 문을 두드린다. 그러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가 들어와 안정제를 먹이고 손과 발, 가슴을 침대에 묶었다. 2시간 뒤 A씨의 배가 부풀어 오르고 코피를 흘리자, 강박만을 풀고 사라졌다.
A씨는 의식을 잃었고, 병원 측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간호보호사의 처치도 잘못됐던 것으로 보인다. 심폐소생술 시, 왼쪽 팔만 들썩였다. 온전한 힘을 주지 않고 CPR을 했다. 제세동기까지 투입됐으나, 5월 27일 A씨는 사망했다.
유족은 "사망 당일 W진병원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병원 측이 건강 상태가 나빠진 A씨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고 봤다. 지난 6월, 유기치사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병원 의료진 6명을 고소했다.
D : 심폐소생술을 전문의가 아닌 간호조무사 등이 했다.
모친 : 전문의가 아닌 간호조무사, 보호사 등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마치 잠자는 아이를 깨우듯이 하는 게 심폐소생술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변호사들을 만나니 "의료법과 형사법은 이길 수가 없다"고 하더라. 현실이 참담하다.
D : 사망 당일에도 병원은 연락이 없었나?
오빠 : 그렇다. 사망 전화를 받은 곳은 부천 S대 병원이었다. 새벽 4시 20분쯤 동생이 심정지 됐다고 연락이 왔다. W진병원의 연락은 전혀 없었다. 어머니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 그 병원은 우리에게 어떤 연락도 주지 않았다.
모친 : 그날 오전 7시, 아들이 부재중 통화를 남겼더라. W진병원에 전화했다. 원이 "아드님한테 이야기 못 들었어요? 아드님하고 통화해서 이야기 들으시라"고 하더라. 아들한테 전화했더니 "부천 순천향대에 왔다"고 했다.
D : 고소도 진행했는데.
모친 : 우리 아이는 분명히 병원 측의 과실로 사망했다. 유기치사다. 관계자들은 책임지고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주시해달라.
D : 1인 시위를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모친 : 1인 시위를 할 때, 병원 관계자들이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 출동한 경찰이 "억울함 푸시려면 병원 안에 들어가면 안 된다. 혼자 하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처음 내가 혼자 시위하니까 한 행인이 물을 주고, 플랜카드를 같이 들어주셨다. 지금도 감사한 기억이다. 그런데 경찰관들이 "2인이라 (법에) 걸린다"고 했다. 그 때, 병원 사람들은 내 앞에서 도도하게 웃으며 지나갔다. (한숨) 언론이 다룰 거라고 생각 못했던 것 같다.
◆ "쇼닥터의, 쇼다"
5월 31일. A씨의 사망 이후 4일이 지난 시점이다. 양재웅은 'EXID' 하니와의 결혼을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 A씨 유족들은 "정신과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직업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족은 A씨의 죽음을 알리고자 했다. 지난 2달 동안, 국민 청원, 유튜브 영상 공개, 언론사 제보 등 가리지 않고 움직였다. 그러나 별다른 관심을 모으진 못했다.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달 26일. 한 방송사가 보도를 시작했고, 대중이 주목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7월 29일), 양재웅은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유족은 "그조차 쇼"라고 비판했다. "이후에도 양재웅이 저희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D : 사망이 일어난 지 4일 후 결혼을 발표했다.
모친 :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었다. 그런데 변호사들이 명예훼손 우려가 있다고 해서 말을 못 했다. 사람의 마음을 만져줘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생각했다.
D : 양재웅의 입장문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나.
모친 : 양재웅이 입장 발표하는 날에도 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양재웅이 제 앞으로 걸어 지나가기도 했다. 그��는 굉장히 뻔뻔하게 쳐다도 안 보고 지나갔다.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 사람들이 그랬다. 그래서 화가 났다.
D : 언론 보도 후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모친 : 만약 진짜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시위할 때 눈길이라도 줬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하게 지나가다가 방송에 나오니까 그거 무서워서 발표한 것 아닌가? 양재웅은 정신과 의사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두 달 동안 어느 누구도 (이 사건을) 쳐다보지 않다가 이제서야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D : 병원이 아닌,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냈다.
모친 : 양재웅은 의사가 아니다. 연예인이다. 대표 병원장이면 개인으로 입장 밝혀야지, 감히 소속사를 통해서 할 수 있나. 언론플레이다. 모든 사람들을 잠재우기 위한 것, 그 뿐이라고 생각한다.
D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친 : 앞으로는 제 입장문을 내려고 한다. 사망 관련 상황들은 보도를 통해 많이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딸이) 억울하게 죽은 지 2달이 됐는데 어떤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만 죽었다. 그 병원에 있던 책임자와 사람들은 병원에서 제 앞을 당당하게 걸어 다녔다. 죄를 지으면 누군가는 처벌받아야 하지 않을까?
"저희 가정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병원의 행보를 지켜볼 것입니다. 내 딸은 고작 32살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딸이고 동생이고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