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취임 첫날 KBS·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 선임안 의결을 강행했다. 임기 만료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을 신규 선임한 것. 이를 통해 MBC 이사진은 친여 구도로 전면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 교체
방통위는 31일 제34차 전체회의를 열고 방문진 이사 6명과 감사 1명을 임명하 KBS 이사 7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는 총 9명, KBS 이사는 11명으로 나머지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당일 전체회의 개최를 강행한 결과다. 이 날 김규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신임 방통위원으로 임명된 만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의사정족수(2인 이상)에 의결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신임 위원장과 김태규 신임위원은 이날 과천 정부청사로 출근해 오전 11시 취임식을 마친 뒤 불과 6시간 만에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 추천·선임안을 의결했다.
방문진 이사 6명과 감사는 향후 3년간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9명의 임기 만료일은 8월 12일이다. 이사 일부 교체는 6명만으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방문진이 MBC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는 만큼 교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추천한 KBS 이사는 방송법 제46조 규정에 따라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과 현충원 참배도 생략한 채 바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로 출근했다. 전체회의 고지 일정도 이례적이다. 회의 개최 공지가 시작 약 한 시간 전에 이뤄진 것. 방통위 회의 운영 규칙에 따르면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하고자 할 때에는 회의일시·장소 및 상정안건을 정해 회의 개최 2일 이전에 각 위원에게 통지하고, 회의 개최 1일 전까지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해야 한다. 다만 긴급을 요하거나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한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이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방통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사안이다. 이사진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만큼 후임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논리지만, 야당의 탄핵소추 전 기습적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 및 미디어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재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방통위원장로서 공영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했다.
野 탄핵소추 발의할 듯…이 위원장 헌재결정 기다릴 듯
야당은 2인 체제에서 주요 안건을 의결하는 게 위법이라고 주장해 온 만큼 이 후보자에 대한 탄핵을 발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일 본회의에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일 또는 3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탄핵소추안을 통과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선 회의에서 방통위는 지원자들에 대 서류심사 후 대면 면접 여부를 먼저 의결한 후 2차 의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의결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수많은 후보에 대한 확인 과정이 4~5시간 만에 이뤄지는 것은 어이없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이어 "방통위가 거수기로 전락한 모습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절차도 무시한 방통위원장은 반드시 탄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내일 민주당과 야5당이 함께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탄핵이 추진되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야당의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보고 이후 자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시급 현안으로 꼽았던 '공영방송 이사 교체'가 완료된만큼, 자진사퇴보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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