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말 그대로 '하드캐리'다.
사격은 2024 파리올림픽에 초반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대회 첫 날 박하준-금지연(10m 공기소총 혼성)이 은메달로 첫 메달을 안겼다. 이튿날엔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오예진 김예지가 금-은을 합작했다.
만 16세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연소 출전자인 반효진마저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금2은2로 2012 런던 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다 메달(금3은2) 기록에 단 1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격의 놀라운 선전에 힘입어 한국 선수단도 초반 메달 레이스에서 탄력을 받으면서 이번 대회 예상 금메달(5개)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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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을 활용한 최적화 '맞춤 시뮬레이션 전략'도 주효했다.
사격연맹-한국스포츠정핵과학원 관계자들은 대회 현장인 샤토루 사격장을 사전 답사, 경기장 곳곳을 VR(가상현실)에 담아왔다. 경기장 동선 뿐 아니라 화장실 위치까지 VR로 재현해 기기만으로도 마치 샤토루 사격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환경을 구현했다.
또한 뇌파 측정을 통해 최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았다. 오예진은 금메달을 딴 뒤 "평소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데, (VR기기로) 대회장을 실제처럼 볼 수 있어 좋았다. 막상 현장에 오니 낯설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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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결실을 맺기까지 과정은 결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한화그룹이 회장사에서 물러난 뒤,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이었던 지난달까지 회장 공백기가 있었다. 재정-환경적 어려움 속에서도 사격이 빛나는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면엔 어른들의 책임감이 있었다.
사격계 관계자는 "십수년 간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준 한화그룹의 지원도 결코 무시할 순 없다"면서도 "우리 스스로 자립하는 게 중요했다. 불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줄이고,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확실하게 해줘 제대로 뛸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대한체육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받고, 노력해서 고칠 부분은 고치자'고 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둬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진과 위기 속에 체념하지 않고 세분화 된 계획과 부단한 노력으로 반전드라마를 쓰고 있는 한국 사격.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키다리 아저씨'의 부재가 너무나도 아쉽지만, 이제는 또 다른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옮겨야 할 때다.
전문 https://m.sports.naver.com/paris2024/article/076/0004175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