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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민 대표의 2차 공방은 '감사보고서에 포함된 카톡 대화의 적법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공개된 카톡 대화가 감사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감사보고서는 어떻게 유출됐을까?
디스패치는 이번 보도에 대해 '하이브가 외부 기관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추출했다'고 말합니다. 보도를 통해 공개된 카톡 대화가 전부 감사보고서에 포함됐다는 의미입니다. (카톡 대화의 감사보고서 적절성 여부는 잠시 뒤에 다루겠습니다.)
하이브의 개입 없이 감사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되긴 어렵다는 게 민 대표 측 주장입니다. 감사보고서는 주요 경영진과 감사팀만 접근할 수 있는 기밀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뉴진스 멤버들의 연습생 시절 영상도 쏘스뮤직의 도움 없이는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일각에선 '외부 기관에 감사보고서가 제출되는 과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일리는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하이브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곳은 재판부와 용인경찰서 두 곳 뿐입니다. 재판을 진행한 판사와 수사를 진행 중인 수사관이 감사보고서를 디스패치에 제공했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습니다.
■카톡 수집 어떻게 이뤄졌나
하이브가 민 대표의 카톡 대화를 어떻게 확보했는지도 주요 쟁점입니다. 하이브 측은 '적법하게 확보한 자료'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 대표 측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취득했을 것으로 봅니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 대표의 카톡 대화는 회사 내부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민 대표 측은 '카톡 대화 자체가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었다면 그게 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그 경위를 조금 더 알아봤습니다. 하이브 측은 자사 메일 계정을 이용해 메일을 발송하면 회사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저장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민 대표는 자신의 계정을 이용해 카톡 대화를 누군가에게 메일로 전송했다는 의미입니다.
카톡 대화를 메일로 전송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가장 먼저 PC버전에 접속한 뒤, 메뉴-대화내용-대화내보내기'를 통해 전송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화내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대화 내용, 상대방, 날짜가 포함된 파일이 생성됩니다. 그리고 이 저장된 파일을 메일로 전송하는 것이죠. 두번째는 원하는 대화 내용을 스크랩 해 복사 버튼(Ctrl+c)을 누른 뒤, 메일 창에 붙여넣기(Ctrl+v)를 하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노트북의 캡처 버튼을 활용해 대화 내용을 이미지 파일로 저장한 뒤,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살펴본 것처럼 PC를 활용해 카톡 대화를 전송하는 방법은 꽤 번거러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른 방법도 많은데 이런 귀찮은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카톡 대화를 메일로 전송했을지 의문입니다. 꼭 PC를 이용해 대화를 전송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마트폰의 자체적인 캡처 기능과 카톡 앱 내 캡처 기능을 활용하면 더 쉽고 빠르게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 취재 과정에서 양 측의 주장이 일치하는 지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민 대표는 직원들과 업무적인 소통을 할 때 사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주로 카톡을 이용해 소통한다고 합니다. 하이브 측도 "민 대표는 사내 공식 메신저인 슬랙과 이메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죠.
양 측의 공통된 주장을 비추어 봤을 때 민 대표가 일상 업무에도 잘 사용하지 않는 메일을 활용해서 카톡 대화를 전달했을지는 의문입니다. 민 대표 측은 "PC카톡으로 파일을 추출해 대화를 저장하는 방법(첫번째 방법) 자체를 민 대표가 모르는 것으로 안다"며 "메일을 통해 카톡 대화를 전송한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하이브가 3년 전 반납한 노트북을 포렌식한 뒤 카톡 대화를 수집했을 것으로 민 대표 측은 추정합니다. 이 노트북은 하이브 CBO(브랜드총괄임원)를 사임하면서 회사에 반납했다고 하는데요. 민 대표 측 변호인은 "만약 포렌식해 개인적인 대화 내용을 복구했다면 이는 전자기록내용탐지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말합니다.
■ 어도어 설립 전 카톡은 감사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하이브는 지난 4월 자회사 어도어에 대해 감사권을 발동한 건 민 대표의 경영권 찬탈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모회사의 자회사 감사는 상법상 보장되는 권리이므로 이를 두고 무리한 감사권을 발동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이브의 감사는 민 대표의 경영권 찬탈 혐의에 한정돼야 합니다. 감사 보고서 역시 이와 관련된 내용들만 담겨야겠죠. 만약 어도어 설립 이전의 대화 내용이 감사 보고서에 포함된다면 '민 대표가 회사 설립 전부터 경영권 찬탈을 모의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게 되는 것이죠.
민 대표와 무속인과의 카톡 대화 내용은 감사 보고서에 포함돼있습니다. 민 대표와 무속인이 대화를 나눈 건 2021년 2~6월, 어도어가 설립된 건 2021년 11월 2일입니다. 민 대표와 무속인의 대화 내용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감사 자료에는 포함돼 있는 겁니다.
만약 민 대표 측의 주장대로 하이브가 노트북을 통해 대화를 수집했다면 이 역시 감사 영역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 듯, 하이브 CBO 재직 당시 사용했던 노트북이기 때문입니다. 향후 민 대표 측은 수사 과정에서 하이브의 감사보고서의 위법성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