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역사 서술로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던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저자 가운데 한 명인 김낙년(67) 동국대 명예교수가 정부출연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제20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한중연은 30일 “신임 원장으로 김 명예교수가 선임돼 취임했으며, 앞으로 3년 동안 한중연을 이끌게 된다”고 밝혔다. 한중연은 ‘한국학’ 교육과 연구를 본령으로 삼는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
김 신임 원장은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거 포진한 연구단체인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뉴라이트 계열의 학문적 경향을 대표하는 학자로 꼽힌다. 1957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2~88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1993년부터 2021년까지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장기통계를 활용한 경제사 분석으로, 김 원장은 낙성대연구소 학자들과 함께 1911년 이후 근현대 한국의 국민계정을 정비·통합해 ‘한국의 장기통계Ⅰ·Ⅱ’로 내놓은 바 있다. 이밖에 ‘한국경제성장사’ ‘한국의 경제성장 1910~1945’ 등을 펴냈다. 이를 토대로 부의 축적에서 상속이 기여하는 몫이 점점 늘어나는 추이를 확인하는 등 한국의 불평등 현실에 대한 연구로도 주목받았다.
반면 ‘일제강점기 때 근대적인 경제성장이 있었다’는 등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그의 주장은 역사학계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2019년에는 이영훈 전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과 ‘반일 종족주의’를 공저했는데,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해 논란을 일으켰다. 학계로부터는 사료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진실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원장의 취임은 윤석열 정부 아래 정부 기관의 주요 인사들을 뉴라이트 계열로 채우는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올해 2월에는 국가보훈부 산하 독립기념관 이사로 낙성대경제연구소 박이택 소장이 임명됐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등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인사다.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의 이사장인 박지향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뉴라이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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